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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Aug 28. 2022

잔인한 가을 2편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65일째 

8월 27일(토) 화창한 가을 날씨 


엄마 집에서 둘째는 6시간, 5시간씩 자주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순한 손녀딸을 예뻐하셨다. 우리집에서보다 더 잘 자는 둘째를 보며 신기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해지면 자고, 해뜨면 일어나는 자연의 섭리대로 살고있는데, 둘째도 거기에 고대로 따라가는 게 신기했고 그게 더 자연스러운지 잘 자는 것 같아 우리 집의 사이클(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에도 좀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평화로운 아침은 금방 무너졌다. 남편과 대판 싸우게 된 것이다. 오늘은 토요일, 첫째가 영어센터에 가는 날이다. 난 둘의 열이 내리고 컨디션이 괜찮아졌다면 언릉 준비해서 영어센터에 가길 바랐다. 하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닌 둘은 늦잠을 잤고 늦게나마 준비를 했지만 결국 지각으로 포기.  


이 모든 상황을 서로 카톡으로만 공유를 하다보니 난 남편을 채근하게 되고, 남편은 본인 노력을 몰라준 나를 냉혈한 취급했다. 나는 냉혈한이 맞았고 남편은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나를 대하며 쏘아붙였다. 우리 팀이 분열된 것이다. 


그냥 이대로 팀이 붕괴되길 기다릴 것인가. 그건 안된다. 2022년 8월 27일의 가을하늘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싸울때 싸웠더라도 허약해진 첫째에게 건강한 가을공기를 쐬주고 싶었다. 삼일째 열이 37도에서 38도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첫째는 나아진 듯 다시 아팠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도 아니었다. (코로나는 음성이었다) 


암묵적으로 우리 부부는 휴전을 하고 첫째를 데리고 근처 산에 갔다. 덥지 않고 포근한 날씨, 쾌청한 가을 하늘 아래 잘 조성된 편안한 데크길을 산책하니 나의 마음도 편안해지고 첫째도 땀을 뻘뻘 흘리며 컨디션이 올라왔다. 


둘 다 부단히 노력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열심히 산다. 그럼에도 서로 격려하는게 잘 되지않고, 괜한 감정이 상하는건 대체 왜일까? 둘다 부모로서의 역할에만 집중하다보니 소기의 목표가 달성되지 않으면 상대를 탓하게 된다. 우리에게 '부모'라는 팀웍을 빼면 우리 관계는 무엇이 남을지 자신이 없었다. 


우리는 각각 다른 집에서 첫째와 둘째를 재운 뒤 다시 카톡으로 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7년 간의 부부 사이를 곱씹으며 서로 서운한 점을 얘기하고 개선을 하자, 더 노력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론까지 무수히 많은 난상토론이 있었다. 그 와중에 첫째는 잠에서 깨어 엄마를 보고싶다며 울었다. 아이를 달랜 뒤 다시 토론을 이어나갔다. 


우리는 열정적이다. 육아도 부부싸움도 화해도 다 전투적으로 한다. 그 과정에서 내 에너지가 너무 많이 소진돼 빨리 늙는 느낌이지만, 비가 온 뒤 땅이 굳는 것처럼 우리 부부의 사이가 더 돈독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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