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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Jun 30. 2022

부부에게 설레임이란?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7일째

6월 30일(목) 하루 종일 비 콸콸, 시원


아침부터 쏟아지는 비에 첫째 등원 후 옷이 쫄딱 비에 맞았다. 등원할 땐 학부모와 아이들의 우산으로 중앙 놀이터 앞 유치원 대기 행렬이 어마어마했다. 겨우 우산 접어서 차에 태우고, 집에 돌아왔다. 이럴 거였으면 등원시킨 다음에 샤워할걸.


오늘은 남편과 성수동 데이트를 한다. 자동차 서비스센터에 들를 겸해서 성수동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비도 오고 짱짱한 스피커로 우효의 '모래'를 들으며 남편 옆자리에 앉아있으니 신혼 시절이 생각난다. 그땐 늘 옆자리에 타고 다녔다. 아이가 태어난 뒤로 내 고정석은 뒷자리로 바뀌었고, 운전하는 남편의 모습도 뒤통수만 쳐다보게 된다. 오랜만에 남편 옆자리에 타서 드라이브를 하니 기분이 새롭고 꽤 좋았다. 비가 많이 오지만 것도 좋았다.


자동차 서비스센터에 앉아 둘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먹으러 갔다. 미리 찾아둔 식당이 있었지만 갑작스레 멕시코 음식이 땡기지 않았다. 뭔가 뜨끈하고 정갈한 밥 종류가 먹고 싶었다. 주차장에서 좀 멀지만, 걸어서 7분이면 갈 수 있는 식당을 찾았다. 구시렁대는 남편을 끌고 내가 먹고 싶었던 식당으로 갔다. 나보고 길치라고 핀잔을 주더니 본인도 길을 잘못 들어 7분이면 갈 수 있는 길을 20분 동안 걸어갔던 것 같다. 그래, 이렇게 운동시키는 거지? 배고프게 만들고 밥 주려는 거구나.


성수동 '호호식당'의 스키야키 정식은 참 맛있었다. 한입 먹는데 기분이 좋아지고 대화가 술술 나오는 밥상이다. 어제의 콩국수처럼. 오랜만에 둘이 성수동에서 맛있는 밥을 먹고 있으니 얼마 전 봤던 <서울체크인>이 생각난다. 이효리와 이상순이 서울에서 단둘이 밥을 먹으며 설렘에 대해 이야기하던 장면이었다. 남편에게 얘기를 꺼냈더니 남편은 설렘은 새로움이라고 말한다. 새로움이 있어야 설레는 감정이 있고, 익숙한 관계에서도 새로움을 계속 일으켜야 한다고. 유부들의 입장에선 새로운 상대를 찾을 수 없으니 익숙한 부부 사이에서도 뭔가 새로운 요소를 상대방이 느끼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난 설레임은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설레어도 다 좋은 게 아니지. 멋지고 매력적이어야지. 난 이효리가 이상순에게 매력을 더 못 느끼는 게 이상순의 외모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이상순 님 정말 매력적이고 음악적으로 팬이지만....ㅎㅎ) 우리들은 너무 시각적으로 연약한 동물이니까. 아무리 새로워도 구리면 별로고, 익숙해도 간지 나면 설레이는 것 아닌가? 그런 의미로 난 출산 후 열심히 다이어트를 하고 예쁘게 꾸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남편의 설레임이나 내 설레임이나 거기서 거기일 수밖에 없지만, 중요한 건 아주 사소한 노력 같다.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도 뭔가 기분전환이 됐다. ㅎㅎ 오늘 저녁엔 서로 귀에 듣기 좋은 이야기를 하려고 애쓴 것 같다. 앞으로 24시간 붙어 생활할 텐데 우리 둘의 설레임이 아주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려면 사소한 배려와 고운 말들이 중요하겠지 싶다. 설레임도 설레임이지만 기본에 충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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