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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Sep 13. 2022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82일째

9월 13일 화요일 가을비 몇 방울


추석이 끝났다. 지금 우리에게 추석 연휴의 종료는 다시 평소대로 일상이 시작된다는 걸 의미한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출근을 하지는 않아도 되므로 연휴 후유증 따위도 없다. 최근에 우리 가족의 휴직 일상은 나름대로 안정적인 루틴을 잡아가고 있다.


일단 일상이 안정된 가장 큰 요인은 첫째가 감기와 장염이 다 나은 것이다. 컨디션이 좋아지고 날씨도 시원하니 좋아서 유치원을 신나게 다니고 있다. 컨디션이 좋아진 만큼 확실히 말도 잘 듣고 밥도 잘 먹는다. 집에 동생이 있다는 것에도 완벽하게 적응했고 좋은 오빠가 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둘째는 명절에 온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아서인지 거의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은 아기가 됐다. 잠도 잘 잔다. 낮에는 짧게 잠깐씩 자고 일어나다가도 밤에는 최소 5시간 이상 자기 시작했다. 엊그제는 심지어 저녁 8시 반에 자서 새벽 4시가 넘어서 깼다. 8시간이나 잔 거긴 한데 아직 자는 동안에 전혀 손이 안 가는 건 아니라서 아깝게 통잠 기준에는 살짝 못 미쳤다. 하지만 71일째에 이 정도면 이제 정말 시간문제다.


하지만 정작 이렇게 애들이 안정적인 생활 패턴을 만들어주고 있는 사이에 오히려 부모인 우리 부부 사이에 약간의 문제들이 생겼다. 사실 같이 휴직을 하면서 전보다 자주 부딪힐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 빈도가 예상보다 잦아지고 있었다. 종종 일기에도 그런 문제를 언급하곤 했는데 아내는 이러다 해방일지나 육아휴직 일기가 아니라 부부싸움 일기가 되겠다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대략 한 달 전부터 예능프로그램 <마녀사냥>이 다시 시작했다. 전에 아내와 내가 연애할 때 거의 매주 본방사수를 할 정도로 즐겨 봤던 콘텐츠이고, 실질적으로 우리가 부부가 되기까지 혁혁한 공을 세운 방송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 기억을 떠올리며 큰 기대감을 갖고 매주 주말마다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내도 나도 보고 나면 뭔가 그닥 공감이 안 가고 예전만큼 재미가 없다는 소감을 공유할 뿐이었다. 패널이나 제작진의 잘못이 아니다. 단지 그때의 우리에겐 너무 공감이 되고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었지만, 7년 차 부부가 된 우리에겐 도파민이 철철 넘치게 분비되는 철없는(?) 사연들이 그닥 와닿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결국 우리 부부 사이의 해법 역시 딱히 누군가 큰 잘못을 해서 발생하는 게 아닌 만큼 풀기 어려운 문제다. 오늘 부부 관계를 개선하는 내용의 강연 같은 콘텐츠들을 많이 찾아봤지만, 우리 상황에 적절한 조언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심리치료사 최성애 박사님이 소개한 '행복한 부부의 비결'은 실천해봄직하다.

1) 서로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잘 알자

2) 사랑과 호감을 조금씩이라도 자주 표현 하자

3) 서로의 꿈을 지지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자


물론 이런 원론적이고 추상적인 조언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기 마련이고, 애 둘을 키우면서 다른 여러 가지를 병행해 몸과 마음이 지치고 예민할 때마다 같은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래도 중요한 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다. 그것이 있기에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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