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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Sep 22. 2022

꿍따리 샤바라 빠빠빠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91일째

9월 22일 목요일 흐림


요즘 세대들은 잘 모르겠지만 어릴 때 크게 유행했던 '클론'의 노래가 생각나는 날이다.


오늘은 열심히 하루를 살았는데 뭔가 세상만사가 하나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우선 자고 일어나니 미 연준의 금리인상 발표로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루 종일 틈날 때마다 보는 뉴스들은 안 좋은 소식들 뿐이다. 1위 추격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LG트윈스는 오늘 형편없는 경기력으로 졌다.


원래 이럴 때는 나를 지탱하는 행복의 기둥들 중에 잘 되고 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이를테면 오늘 둘째가 무려 아침 9시까지 잠을 자서 진정한 의미의 '통잠'을 잤으며, 오후에 아내와 기분 좋게 둘째를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 산책 겸 외출을 나가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왔던 것 같은 일들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적인 것들이 나를 힘들게 하더라도 나 자신과 우리 가족 안에서만 큰 문제가 없다면 좌절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여러 가지 외부 상황들로 마음이 어지럽다면 그럴 땐 '외면하기' 전략을 택해야 한다. '꿍따리 샤바라' 노래처럼 여행을 떠나거나 바다를 찾아가 소리를 지를 수는 없기 때문에, 그냥 외부로부터의 정보에 나를 차단하려고 노력한다. 뉴스도 메일도 유튜브도 스포츠뉴스도 커뮤니티도 증권사 앱도 다 안 보면 된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정보를 나에게 억지로 제공할만한 것들로부터 나를 방어하려면 방법은 세 가지다. 일단 핸드폰을 멀리 한다. 오프라인의 세상에서 아내와 대화를 한다. 그냥 잔다.


오늘은 그래서 핸드폰을 치우고 책을 보면서 아내와 대화를 하다가 12시 전에 잘 거다.




기쁨과 슬픔이 엇갈리고
좌절과 용기가 교차되고
만남과 이별을 나누면서
그렇게 우리는 살아가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고
마음먹은 대로 될 때도 있어
다 그런 거야 누구나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니까
다 그렇게 사는 거야
희비가 엇갈리는 세상 속에서
내일이 다시 찾아오기에
우리는 희망을 안고 사는 거야
마음대로 일이 되지 않을 땐
하던 일을 멈추고
여행을 떠나봐 바다를
찾아가 소릴 질러봐
꿍따리 샤바라 빠빠빠빠
꿍따리 샤바라 빠빠빠 빠빠빠빠 빠빠빠빠
꿍따리 샤바라 빠빠빠 빠빠빠빠 빠빠빠빠

(클론-꿍따리 샤바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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