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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Jul 10. 2022

월요병: 월요일을 기다리는 병

우리들의 해방일지: 남편 17일째

7월 10일 일요일 사우나


오늘 저녁에 첫째와 놀아주는데 낮에 굉장히 피곤한 하루를 보냈던지라 녀석이 일찍부터 떼를 쓰기 시작했다.


"아빠 그거 어디 있어~??"

"그게 뭔데??"

"그거~~ 그거~~~!"

"그게 뭔지 설명을 해봐"

"아빠가 생각해봐!!!"

"아빠는 몰라"

"그럼 나 내일 유치원 안 갈 거야!!"


얼토당토않은 협박에 나는 배운 대로 '그래 가지 마라~ㅋㅋ' 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유치원 가는 월요일을 아빠가 기다리는  어떻게 알았지 하면서 정곡을 찔린 기분이었다. 찾아달라고 했던 '그거' 곧바로 찾아서  이상  얘기를 하지는 았다. 물론 사실 첫째는 유치원 가는  좋아한다. 지금까지  번도 아침에 유치원  간다고 떼쓴 적이 없다. 오늘도 막상 자기 전에 이제 자고 일어나면 내일 유치원 간다고 좋아하며 잠에 들었다.


일반적으로 월요병은 월요일을 앞둔 일요일 오후부터 기분이 괜히 안 좋고 스트레스를 받는 증상이다. 나와 아내도 휴직 전에는 괜히 일요일 저녁에 평소보다 예민하게 굴다가 '아 이거 월요병이구나' 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나의 월요병은 휴직과 동시에 치유되었고 지금은 오히려 월요일을 기다린다. 물론 아이와 노는 시간도 즐겁고 뿌듯하고 좋지만, 그래도 나를 위한 자유시간은 소중하다. 아내가 조리원에서 퇴소하고 둘째가 집으로 오면 이제 토요일이건 월요일이건 당분간 자유시간은 없을 것이라 더 소중하다. 내일은 <탑건: 매버릭>을 예약해놨다. CGV 씨네인포레관 12시 상영이다.


첫째는 지금 매일 엄마가 집에 돌아올 날을 세며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다. 오늘은 이제 열 밤 자면 엄마가 온다고, 이제 내일이면 아홉 밤이니까 되게 조금 남았다며 신이 났었다. 그 카운트다운은 내 입장에서는 자유시간이 없어지고 신생아와 뒹굴며 새벽 수유가 시작될 날의 카운트다운이기도 하다. 둘째가 집에 오는 날이 기다려지면서도 천천히 왔으면 하는 복잡한 심경에 그나마 유치원을 가는 월요일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자꾸 이렇게만 말하면 불량 아빠처럼 보이겠지만 난 이번 주말 아이와 가족을 위해 하얗게 불태웠기 때문에 당당하게 이런 일기를 쓰고 있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다. 나는 아침부터 아이와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처가댁 산소에 갔다가 점심 이후에 서울로 올라왔고, 오후에는 아이가 며칠 전부터 얘기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한강에 가서 오리배도 탔다. 우리는 산 모기에 안 물리기 위해 긴팔 긴바지 차림이었다. 오늘 낮 기온은 35도였다. ^^


샤워하면서 물총놀이도 하고 저녁은 유부초밥 만들기 재료를 준비해서 아이랑 같이 만들면서 먹었다. 이렇게 하얗게 불태운 덕에 첫째 아이는 8시 반에 재울 수 있었다.


아빠는 물회에 소주 한잔 하러 간다. (물론 배달시켰다)

월요일을 기다리며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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