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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Jul 12. 2022

참을만하다는 생각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19일째

7월 12일(화) 날씨: 잘 모르겠지만 더웠겠지?


조리원에 파라핀이라는 게 있다. 아주 뜨거운 촛농 같은 초록색 물에 손을 지지는 거다. 처음 손을 넣을 땐 너무 뜨거워서 여기에 손을 넣는다니,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손목까지 손을 담그고 5초 후 손을 빼내면 나오는 즉시 굳어서, 손에 투명 고무장갑을 낀 것처럼 하얀 막이 형성된다. 그다음엔 그 과정을 2번 정도 반복한다. 두 번째 손을 넣을 땐 그다지 뜨겁지 않다. 이미 손을 감싼 얇은 막이 온도의 전달을 막아준다. 마지막 세 번째엔 전혀 뜨겁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렇게 장갑의 두께는 두꺼워진다. 세 번째까지 마치면 상온에서 손을 1,2분 말린다. 그 뒤엔 장갑처럼 그 두꺼운 막을 벗겨낼 수 있다. 벗겨낸 고무장갑 같은 막을 다시 파라핀 용액 안에 넣으면 다시 녹아 용액이 된다.


조리원 생활 어느덧 6일 차다. 유축과 가슴 마사지가 반복되다 보니 양손의 관절 마디 하나하나가 아프고 쑤신다. 며칠 전 파라핀을 처음 접하고 매일 하고 있다. 할 때마다 처음 손을 넣으면 너무 뜨겁고, 여기에 손을 넣는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치만 한번 해보니 해볼 만하다. 오히려 시원하다. 뜨거운 파라핀액에 손을 넣으며 뜨겁지만 참을 수 있다, 생각하며 참았다. 그리고 다시 반복해 넣다 보니 참을만하다. 파라핀을 한 뒤에는 손이 개운함이 느껴진다. 피부도 촉촉해진 것 같다. 파라핀을 한 손과 안 한 손을 비교하긴 어렵지만 그냥 그런 것 같다.


참을만하다. 모든 일이 처음엔 어렵지만 반복되다 보면 참을만하다. 참고 해낸 뒤엔 내가 좀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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