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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내누 Jul 26. 2022

Enough

우리들의 해방일지: 아내 33일째

7월 26일(화) 날씨: 무덥다


우리 주변에 아무렇지 존재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 같은 사람이 있다. 내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아무리 애를 써도 대체 상식적으로 어떻게 저러지? 싶은 행동을 하는 사람 말이다.


20대 때 다니던 회사에 그런 사람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리고 무섭게도 그 사람의 취향만큼은 참 나랑 닮아있었다. 여행 좋아하고, 책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인디 뮤지션들 좋아하고. 그녀의 취향을 은근슬쩍 알게 될 때마다 이렇게나 그럴싸한 취향의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왜 저렇게 뻔뻔할까?' 싶은 행동들이 풍문으로 자주 들려왔다.


난 그때 어리고 철이 없어서 그런지 이렇게 생각했다.


"세상에 있잖아. 이적, 김동률, 브로콜리너마저. 이런 노래 좋아하는 사람들은 인성도 좋아야 하는 거 아냐?"

  

하지만 점점 살아가면서 느낀다. 세상에 좋은 취향을 가진 좋지 못한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아니다. 취향 같은 건 다 떠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턴 세상을, 남을 납득하는 걸 포기했다. 지구의 자전축과 달의 자전축이 다른 것처럼. 돌아가는 중심 자체가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고 십수만 명 존재하고 그게 세계다. (얼마 전 유퀴즈에 물리학자가 나와서 '양자역학'에 대해 말하는 걸 들으며 인간세상만사가 양자역학과 기본원리가 똑같구나- 싶더라)


"애써 세상의 모든 걸 이해하려고 하지 마." 언젠가부터 난 이 말을 내 남편에게 자주 한다. 그는 세상을 이해하는 걸 떠나서 납득하고, 자기의 의견을 세상에 납득시키려 애쓰는 사람이라서. 본의 아니게 타인과 자주 충돌하고 논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뭣보다 그는 나와는 다르게 세상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자주 깨지고 상처를 받는다. 그이가 그럴 때마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했던 드라마 <다모>의 명대사처럼 나도 아프다. (남편은 안 믿겠지만 말이다.)


그냥 바람 불면 휘어지는 갈대처럼 나처럼, 손해도 좀 보고 눈도 질끈 감아가며 그냥 대충 살지. 남에게 관심도 없고 힘들여 남을 이해하고 납득시키려 애쓰는 걸 포기한 내가 틀리고 그가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대충 나 좋자고 살기에도 충분히 바쁘고 신경 쓸게 ㅈㄴ 많다 정말.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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