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 센터에서부터 진료가 시작되었다.
병가 중이던 나는 엄마와 병원에서 만나 같이 진료실로 들어갔다.
"차선이 겹쳐 보여서 운전하기가 힘들고 가끔 계단이 두 개로 겹쳐 보이기도 해요. 어지러울 때도 있구요."
의사는 엄마의 현재 몸 상태에 대해 물어봤고 눈동자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러고 나서 엄마의 검지 손가락으로 코를 찍고 의사의 검지 손가락에 맞추는 행동을 몇 번 해보라고 한 다음,
간이 침대에 걸터 앉게 해 무릎을 탁탁 쳐 보았다.
엄마의 다리가 통통 튀며 올라왔다.
" 다른 증상은 없으신가요? 어지러우면서 구토를 하신다거나 사물이 두 개로 보인다거나. "
" 어지러워서 구토가 날 정도로 속이 안 좋은 적이 있기는 해요. 사물이 계속 두 개로 보이지는 않고 특히 운전을 할 때는 복시가 심해요. "
" 다른 검사를 더 해봐야할 것 같아요. 환자 분의 상태로는 소뇌 쪽의 문제가 의심되는데 뇌 쪽의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병의 전조 증상으로 나타난 것일 수도 있어요."
엄마는 다시 검사를 하러 오라는 말에 회사 걱정부터 했다.
"오늘도 검사 하러 간다고 조퇴 쓰고 나왔는데 또 조퇴 쓴다고 하기가 민망하네."
"엄마, 엄마 몸이 먼저지 다른 것도 아니고 병원간다고 조퇴 쓰는 건데 미안하단 생각하지 말고 바로 검사 받아야돼."
점심도 제대로 못 먹은 엄마에게 억지로라도 드시라고 샌드위치와 주스를 권했다.
허기를 채운 엄마는 혼자 집에 갈 수 있다며 지하철까지라도 데려다 주겠다는 마음을 한사코 거절했다.
버스 정류장에 나란히 서 있던 엄마와 나의 모습. 엄마의 두 다리로 꼿꼿이 서 있을 수 있던 마지막 모습.
"버스 도착했다. 엄마 간다."
스키니 바지도 한참이 남아도는 엄마의 바지태를 보면서 그 다리로 힘겹게 버스 계단을 오르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퇴근시간이라 지하철에 사람 엄청 많을텐데.' 나는 그 생각만 했다.
엄마가 앞으로 위중하게 될 것이라고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