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며칠 뒤 회사에 미안한 마음을 무릅쓰고 조퇴를 썼다.
어지럼증 센터에서 각종 검사가 이루어졌다.
나와 동생은 그저 밖에서 기다리면서 그때까지도 이 정도 검사를 하면 원인이 나오겠지.
이 정도로 큰 병원에서 그거 하나 못 밝히랴. 엄마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후로 더 나빠지지 않고 그 상태로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하니 별 일은 아니겠지.
마음 한 구석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을 그렇게 잠재우며 엄마를 기다렸다.
어지러움의 원인을 찾기 위함인데 더 어지럽게 하는 검사를 받고 난 후 엄마는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
엄마의 두 발로 걸어서 들어간 검사였는데 나올 때는 휠체어가 필요했다.
속이 울렁거려서 도저히 걸을 수가 없다고 했다.
검사는 아직 남았는데 금방이라도 구토를 할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결국 휠체어를 타고 달려간 화장실에서 구토를 했다. 변기까지 가지도 못하고 세면대에 그대로 게워버린 이 상황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엄마는 한 번의 구토로도 속이 시원해지지 않았는지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하며 새삼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구토로 세면대 물이 내려가지 않았고, 난처해진 나는 청소하시는 분께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신 듯 옷걸이 같은 것으로 세면대를 쑤셔서 물이 내려가게 하시고 비닐 봉지 몇 개를 챙겨주셨다.
엄마의 주머니에 비닐봉지를 쑤셔 넣고 다시 검사를 받으러 갔다.
검사를 받으면서도 엄마는 계속 속이 울렁거려 몇 번이고 화장실에 가서 구토를 해야 했다.
검사하시는 선생님도 이 상황이 처음 겪는 것은 아니신 듯 나중에는 여기서 구토 하셔도 된다며 자리를 비켜주셨다.
그리고 이번에는 비닐봉지의 입구를 벌려 엄마의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검사가 끝나고 의사를 다시 만났다.
"검사가 힘드셨죠? 이 검사가 원래 더 어지럽게 하는 검사에요.
그런데 환자분, 되도록이면 빨리 입원을 하시면서 다른 검사들도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뇌 mri 랑 pet-ct를 찍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검사를 받으러 조퇴를 쓰고 하루 왔을 뿐인데 이제는 입원을 하라니 엄마는 또 생각을 해보겠다고 했다.
"엄마, 안돼. 이왕 시작한 검사 끝까지 받아서 원인을 찾아야지. 회사가 뭐가 중요해, 엄마 건강이 중요하지."
확답을 주지 않는 엄마를 몇 번이고 설득해서 전체적으로 다시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입원 병동은 매번 비어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일날 입원이 가능한지 알 수 있고 그날 연락을 준다고 했다.
엄마는 회사에 대한 책임감은 잠시 접어두고 월요일에 입원할지도 모르니 주말에 미리 짐을 쌌다.
다행히 월요일에 입원병동이 나왔고 나는 수업이 끝난 후 인천으로 가서 엄마를 모시러 갔다.
엄마는 가방 하나를 내 차 뒷좌석에 실었다.
우리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분당으로 출발했다.
2022년 10월 24일 월요일 완연한 가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