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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Jan 05. 2017

[문화] 대만의 배달문화는 한국과 어떻게, 왜 다를까

식문화와 주거문화에 따른 배달문화의 차이

요즘 한창 IT 업계에서 핫한 서비스가 바로 배달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완성된 요리를 배달해 주는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 그리고 한국을 제외한 외국에서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는 우버 이츠 (Uber Eats) 같은 앱 뿐만 아니라, 식재료 및 생필품 등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에서 특히 배달 문화가 발달한 몇 가지 요인들에 대해서 짚어보죠. (물론 개인적 경험에 따른 유추)



첫째는 한국의 독특한 야식 문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1] 한국 사람은 야식을 자주 찾는다. 
한국 사람들은 밤 늦게까지 일하거나 드라마를 보면서 출출해지면 흔히들 치킨, 피자, 족발, 분식을 시켜 먹죠. 그렇다 보니 늦게까지 문을 여는 가게들이 많고, 야식집들이 배달을 안 한다는 건 곧 장사 안 하겠다는 것과 동일시 될 정도이니 말이죠 ㅎㅎ

[2] 야식 가격이 꽤 된다.
한국에서 보통 야식을 시키면 적어도 1만원을 웃도는 것이 보통입니다. 즉 가게에서 배달비용 (배달원의 인건비)가 어느 정도 빠진다는 얘기죠.


둘째는 한국의 주거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1] 한국에는 다른 나라와 달리 대형 아파트 단지가 많습니다. 
이런 대형 아파트 단지에는 경비실이 있기 마련인데요. 부재중인 경우에는 배달원이 경비실에 물품을 맡길 수 있습니다. 즉 물건을 시킨 사람은 걱정 없이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죠.


[2] 도심 내의 주상복합단지를 제외한 대부분은 아파트 단지처럼 상가와 주거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무언가를 사러 가려면 비교적 장거리를 가야 합니다. 겨울이라도 되면 추운 밖을 나가는 게 또 엄청 귀찮습니다.


셋째, 손님의 습성(?)이 유별나다.
'갑질'이라는 유행어에서 보듯 한국은 '손님이 왕'이라는 공식이 유별나게 강조됩니다. 제가 외국 나가면서 느낀 건 정말 한국의 고객 서비스는 킹왕짱이라는 생각. 외국 가면 느리고 말도 잘 안 들어주고... 한국에서 투덜투덜 돼도 고객서비스는 참 잘 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뭐든 고객의 만족을 위해 갔다 바춰져야 손님의 직성이 풀리는 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ㅎㅎ
여하튼 고객이 원하면 집 앞까지 대령해 준다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서비스의 일부겠죠.


자, 그럼 이에 반해서 대만은 어떤 차이를 보일까요?


먼저 대만의 야식문화를 살펴보면,
[1] 대만 사람들은 대체로 본인이 직접 사가지고 와서 먹는다.
일단 한국처럼 밤 늦게 야식을 먹는 경우가 많지 않을 뿐더러 출출해도 본인이 나가서 사 먹습니다. 
대만은 밖에 나가서 사 먹기가 나름 편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왠만한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타고 가서 구입해 와도 되고, (보통은 집에 오는 길에 본인이 먹고 싶은 걸 사오는 경우가 많음)


[2] 야시장이 발달해 있다.
대만에서는 동네에 크고 작은 야시장들이 있어 이곳에서 밀집해 먹을 것들을 팝니다.
대부분 소상인들이 간이시설에서 파는 경우가 많다보니 당연히 배달 시스템 같은 게 갖춰질 일이 없습니다. 


[3] 야식(음식) 값이 저렴하다.
야시장의 경우엔, 손님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최소화되어 있다보니 (즉, 셀프이다보니) 음식값도 저렴합니다. 그 외 일반적으로 대만 음식 가격은 매우 싼 편입니다. 1만원을 넘는 건 고사하고 현지 간식들은 2~3천원 수준이죠. 배달 따위의 호사를 부릴 여유가 없습니다. 

둘째, 주거 문화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요.
[1] 대형 아파트 단지가 적다.
물론 타이페이 근교에 있는 신베이(新北, 분당 같은 신도시)에는 대형 아파트 단지가 왕왕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작은 연립주택 같은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별도로 경비실이 있는 경우가 드물죠.
그러면 사람들은 대체 택배를 어디에 맡기느냐! 바로 근처 편의점이라는 사실~!

[2] 주거공간과 상가가 붙어 있다.
대만에 한 번쯤 와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대만 대부분의 건물은 주상복합이 기본입니다. 1층은 가게, 2층 위부터는 주거공간...
그래서 늦게까지 영업하는 곳은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 피해가 안 가도록 밤 11시 이후에는 소음을 자제해야 합니다. (야외 테이블 손님은 안으로 들여 보내야 합니다.)
그러니 그냥 출출하면 집 아래로 내려가면 그만입니다. 한국에서도 배가 고플 때 주문하면 30~40분 후에 오는 게 가끔 거슬릴 때가 있는데 여기선 그냥 그럴 바엔 몸 좀 움직여 직접 사와도 동선이 짧아서 부담이 적습니다.

타이페이에서 핫한 東區 (서울의 가로수길 같은 곳)만해도 이런(1층 상가, 2층 주택) 건물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셋째, 손님은 그냥 손님일 뿐.
물론 대만에서도 손님을 깎듯이 대하려고 하지만 한국처럼 까다로운 손님이 비교적 적고 손님들도 작은 불편 등은 감수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뭐 아쉬운 사람이 가서 사먹는 거죠 ㅎㅎ

이런 몇 가지 차이점을 알면 오늘 소개해 줄 재미난 서비스가 이해가 되실 듯~
다름이 아니라 한 반년 전쯤 집 근처에 이런 가게가 생겼는데 당최 무슨 가게인지 아리송하게 지내길 수개월.
마침 지난 신문들을 뒤적거리다가 그 이유를 발견하게 되었는데요? (여러분들은 이게 어떤 가게 같나요?)

알고보니, 택배물 보관 서비스센터였습니다.
아래 기사가 이 서비스에 대해서 나름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어 잠시 인용해 보겠습니다.

출처: UPAPER (2016.08)

일단 본 서비스의 목적은
"온라인 쇼핑의 급증으로 택배도 증가하고 있는데 부재중일 경우에 이를 받아줄 사람(경비)이 없다는 문제가 있었고 이를 해결해 주기 위한 원스탑 택배 보관 서비스" 정도로 풀어 쓸 수 있겠네요.

이 서비스는 단순히 주문상품을 보관해주는 '락커' 기능에 더해, 냉장/냉동 기능도 있어 식재료 등도 보관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또 주문한 물품만 수령하는 것에서 벗어나 직접 현장 스크린 조작을 통해 주문까지도 가능하다고~


이용 방법은 다음과 같다고 하네요.
[1] 快取寶라는 본 서비스의 웹사이트 또는 앱 상에서 물건을 주문
[2] 신용카드, 교통카드 또는 계좌이체로 결제
[3] 물건 도착 및 비번 통지를 받아 수령 

에필로그

경비실이 있는 한국이라면 굳이 이런 서비스가 크게 필요할 것 같진 않은데 말이죠. 
냉동/냉장 식품의 경우에는 수령할 때까지의 버퍼가 있으면 요긴할 수는 있겠지만 아마도 그런 상품들은 그에 걸맞게 포장이 되어서 오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사실 대만도 물품 대리 수령 서비스를 편의점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제공하고 있는지라 이 서비스가 어떻게 이들 경쟁자와 차별화할 지도 좀 더 주목해 봐야 할 대목이지 싶습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배달 서비스들이 성행하고 있는 한국과는 달리 대만에는 그런 서비스들이 없거나 출시 후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들은 위와 같은 요인이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얼마 전 푸드판다도 대만 철수를 결정했구요.
다만 대만에서의 우버 택시 서비스 성공*에 힘 입어, 우버 이츠도 지난 달 겁 없이(?) 대만에 상륙 했지만 과연 얼마나 성공할 지는 두고 봐야겠네요. (음식값이 어느 정도 되는 품목에 대해서만 타이페이 일부 지역에서 개시함으로써 이러한 배달 서비스의 가능성을 태핑해 볼 목적으로 접근한 듯 하다는 생각이네요)

*물론 불법 영업이어서 정부로부터 최근 엄청난 퇴출 압박을 받고 있는데요. 아마도 대만에서 우버 사업의 살(stake)을 찌운 뒤, 철퇴를 내림으로써 우버가 정부에게 좀 더 고분고분해 지도록 길들인 게 아니냐는 생각인데 이에 대해선 별도 글에서 고민해보도록 하고..

- 본 글은 특정 서비스 홍보와 관련이 없습니다. 
- 출처: 마지막 두 사진을 제외한 나머지는 사진은 구글 이미지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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