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잘 나갔던 대만 무역의 중심지가 남긴 소소한 역사의 흔적들
동해대학에 이은 타이중 나들이 제2목적지는 바로 루깡.
루깡은 청나라 시절 타이난에 이은 대만 제2의 도시였습니다. ('망카' - 당시 타이페이의 명칭 -는 제3의 도시였죠.)
특히 중국 본토(복건성)와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어 1785~1845년에는 해상무역의 거점 항구도시로 번성했었죠.
그렇지만 근대기에 접어들며 철도가 지나가는 걸 반대하는 바람에 쇠퇴의 길을 걷고 말았다고 하네요.
우리나라도 안동, 경주 대신 대구가 번성했던 것도 철도가 지나가면서인듯한데,
역시 세상의 변화를 잘 읽고 그에 맞게 변화하지 않으면 쇠퇴의 길을 걷는 것이 인류의 역사...
(물론 덕분에 고유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고도古都가 되기도 하지만요~)
여튼 저도 이름만 많이 듣고 이제서야 발을 딛게 되었네요.
루깡은 풀어 읽으면 '사슴 항구'라는 뜻인데 실제로 시내는 항구와 좀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바다도 보이지 않고 당연히 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슴도 보이지 않구요 ㅎㅎ
마을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분주한 저작거리가 눈에 띄었는데요.
이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어아졘 (굴 전)' 냄새가 폴폴~
달걀을 풀어서 그 위에 채소를 듬뿍 얹고
연안에서 수확한 싱싱한 굴을 듬뿍 얹어 지지면 바로 굴 전 완성!
이 주변은 전부 굴전집...+_+
가게 별로 다른 색의 티셔츠를 입고, 스포츠 경기를 겨루는 팀마냥 손님 유치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치만 방금 점심을 먹고 온 터라 이건 한 바퀴 돌고 출출해질 때 다시 찾는 걸로... (후기는 뒷편에~)
마침 마을 축제 날이었는지 그야말로 인산인해.
타이중은 '춘수이탕春水堂', '울라궈無老鍋' 등 각종 맛집의 발원지로도 유명한데요.
차탕회이茶湯會라는 이 집도 타이중 브랜드라고 해서 왠지 버블티도 더 맛있을 거 같아 목도 축일 겸, 차 한잔을 시켜봅니다~
저는 요구르트가 들어간 차로 산뜻하게 입가심~
사당 쪽에서 바라본 시내(라고 쓰고 읍내라고 읽음) 광장 전경
사당에서 드디어 무슨 예식 같은 게 거행되기 시작!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여기저기서 폭죽이 터지면서 매캐한 연기 냄새로 휩싸이기 시작합니다...
대만 사당에서 주최하는 거리 행사에 빠짐 없이 등장하는 키다리 신과 난쟁이 신..
각각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친구가 가르쳐줬는데 까먹음;;
신에게 바치는 가짜 돈과 폭죽이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중화권에서 폭죽은 귀신을 쫓는 의미가 있다고 하네요.
귀신이 폭죽의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놀라서 도망간다나....
(근데 가끔 동네에서 큰 거라도 터뜨리면 정말 전쟁이라도 난 듯 엄청 시끄럽다는 건 함정 ㅠㅠ)
사당에서 예식을 거행한 후 문을 빠져나와 거리 행보를 시작합니다.
거리를 돌며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나눠주며 일부 행인들 또는 가게 사장님들이 나와 재물운 등을 기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이 샷 건지려고 몇 번은 찍었네요...
계속 앞을 가로막아서 ㅠㅠ
북적북적 대는 사당 내부
참배객들이 바친 예물들
흔히 중국어로 참배를 빠이빠이拜拜라고 하는데
저렇게 향을 들고 몇 번 위아래로 흔든 뒤, 가볍게 허리를 숙여 절을 하는 방식입니다.
요리 보고~ 조리 봐도~~
보이는 건 사람들 @@
뒷편에도 건물이 있는데 2층으로 되어 있어 위에 올라가 볼 수도 있더군요.
머리 위를 수놓은 홍등
용이 물을 받아 먹는듯한...ㅎㅎㅎ
2층 내부입니다~
그렇게 사람들로 정신 없는 사당을 빠져나왔더니만 밖에는 더 무시무시한 인파가...ㅠ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저작거리에서 파는 각종 튀김류... 모두 오징어, 굴, 물고기 등 해산물 튀김~
우와~ 카세트 테잎...본 게 얼마만인지...
루깡은 곳곳에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골동품점이라든지 오래된 가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루깡 라오졔('옛거리'라는 의미로 대만에서 이 이름이 붙은 거리는 볼거리 좀 있는 번화가라고 보면 됨) 간판...
루깡 공회당 (마을회관) 같은 곳이 있는 마을광장
아시아에선 유럽과는 달리 이렇게 사각 공터를 보기가 어려운데.. (물론 공산주의 광장 제외) 여기는 특이하게 있더라구요..
사람들이 빽빽한 곳에서 탁 트인 공간으로 나오니 가슴도 뻥 뚫리는 기분~!
근대식 건물과 전통 가옥이 나란히 서 있는 게 인상적이네요~
구석의 이 거리를 따라가면 아까 봤던 시장거리와는 달리 좀 더 소소하고 전통적인 저작거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빨간벽돌과...
대문 사방에 붙인 저 빨간 방(?)이 인상적이었네요~
각종 도자기, 화폭, 약초 등을 팔던 골동품점...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
차잎을 말려서 저렇게 팔더라구요~
뭐랄까 공산품처럼 포장해서 파는 것보다 이런 전통방식으로 파는 게 좀 더 운치 있어 보이는 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거리를 거닐는 내내 집집마다 이렇게 대문을 장식해 놓았더라구요~
마을이 합심해서 이렇게 꾸며놓으니 하나의 문화 같은 느낌이랄까 일체성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그 와중에 쌩뚱맞게 등장한 거대한 마징가 제트....
얼핏 보고 깜놀 ㅎㅎㅎ
한켠에선 장난감을 갖고 마술을 보여주는 아저씨도~+_+
식당인지 사당인지..
오묘한 분위기의 가게...
말린 송어알, 카라스미.
대만에선 술안주로 이걸 즐겨먹는다고...
지우펀이든 바다에 인접한 관광지 가면 빠짐 없이 볼 수 있는 특산물...
이건 대만친구가 소개해준 우리나라로 따지면 율무차랄까 생식 같은 음료 내지 죽(?)
곡물로 만든 가루에 뜨신 물을 조금 담아 저렇게 수저로 계속 휙휙 저으면 걸죽한 스프같은 게 됩니다~
맛은 걸죽한 율무차 비스무리한데,
대만에선 어르신들이 아침 대용으로 먹곤 한다고 하네요~
어린애들 취향은 아니어서 그런지 이거 마시는 애들은 타이페이에선 본 적 없는듯...
친구도 이걸 보고, '아니~ 이런 걸 다 팔다니~' 하는 반응 ㅎㅎㅎ
호기심이 들면 무조건 시도해 보는 제 성격상 바로 시식!
맛은 딱히 없는데 엄청 배고프지 않을 때 속을 진정시켜주는 정도의 효과는 있었던듯?!ㅎㅎㅎ
그리고 계속해서 마을 골목골목을 둘러봅니다~
담 너머로 고풍스러운 저택 같은 게 보였는데 문이 닫혀 있어 안으로는 출입이 불가하더라구요 ㅠ
구슬 넣고 하는 게임...
'소세지'라고 적힌 홍등에 삿갓을 씌워놓은 것이 귀여워서 한 컷.
루깡.
'사슴 항구'인데 사슴이 안 보여서 뭐야 이러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말 사슴 등장 ㅎ (근데 일본의 나라처럼 밖에 풀어둔 것도 아니고 우리 안에 몇 마리가 전부...ㅠ)
새끼 꽃사슴...
역시 새끼들은 다 귀여운듯 ㅠ
루깡 예술촌
화려한 벽화도 있고
문화체험 공간도 만들어 놨는데 딱히 영양가는 없어보이더라는?!
그리고 근처에 다소 재밌는 '모루깡' 즉 '젖을 더듬는 거리;;'라는 특이한 이름의 관광스팟(?)이 있어 가보기로~!
대체 뭘 해야 이런 이름이 붙게 되는 건지 호기심이 극에 달할 즈음...
바로 여기라고 하네요...;;
다소 초라한 골목인데 옛날옛적 가로등도 없던 시절 컴컴한 밤에
마을 사람들이 이 골목을 통과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다가 길도 너무 좁아서
두 사람이 서로 반대 방향에서 지나가려면 상대방의 가슴이 닿아서 이런 별칭이 생겼다고 하네요...
진짜 좁긴 하더군요.. 행여 반대방향에서 사람 올까봐 조마조마 ㅎㅎㅎㅎ
여기서 커플들은 거리의 이름에 걸맞는 컨셉(?)으로 사진을 찍어가기도 ㅎㅎㅎ
민속박물관이라고 하는데 입장료를 받아 스킵~
그냥 외부 건물 보는 것으로 만족!
옛날 부호가 살던 가옥...
그리고 루깡이 바다 근처라 9월에 북서풍이 너무 세다보니 강풍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골목길을 일부러 구비구비 꺾어서 지었다는 데서
'구곡항' 즉 아홉 커브의 길을 만들었다고 하네요~
이름값하듯 길이 정말 여기저기 쉴 새 없이 계속 꺾이더라는...
사당에서 파는 향을 만들어 파는 가게...
거리에서 말리는 작업 중인듯?!
이 동네에서 유명하다는 고기만두집...
꽤나 유서도 깊은 모양...
사서 먹어봤는데 맛있음!! 육즙 들어간 게... 역시 내공은 무시 못한다는!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타이페이에도 있는 용산사가 이곳에도...
근데 역사는 타이페이보다 여기가 앞선다고...
대만에도 여러 종류의 절이 있는데 용산사 계열(?) 중에선 이게 제일 오래되었다는 설명을 어디선가 얼핏 본듯..
기도 중인 신도들...
뒤에는 아담한 정원도 있더라구요~
뒤에 건물들이 좀 거슬리긴 했으나..나름 폭포수가 이쁘네요..
타이페이 용산사도 입구 부근에 저런 폭포가 있는데... 이것도 용산사의 특징인 걸까요?ㅎㅎ
세월의 깊이를 말해주는 처마...
색이 다 바랬네요.... 오리지널 냄새가 풀풀 풍기는...
뒤로 입장해서 앞으로 나오는중 ㅎㅎㅎ
여기가 용산사 앞 광장
용산사 정문에서 바라본 건너편 풍경
용산사 정문
뭔가 굉장히 불량스러운 표정으로 저를 째려보는 검둥 강아지...
이제 다시 타이중으로 가기 전에 차를 세워둔 곳까지 산책~
건물 사이로 난 좁은 공터가 인상적이어서 찍어보았습니다~
대부분의 가옥들의 폭이 좁았는데 여긴 내부 개조공사중인 모양...
마을 곳곳에서 역사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 루깡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통과 모던 아트의 조화?!
시장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네요~
계속 여기저기 싸돌아다녔더니 어느새 배가 꺼져서 출출...
아까 아껴뒀던(?) 굴전을 드디어 먹어보기로!!
굴이 메인이긴 한데 굴 외에도 각종 해산물로 만든 전 / 탕류를 파네요~
저는 굴전과 굴탕을 시켜보았습니다~
굴전 비쥬얼~짜잔!
타이페이에서 시키면 저런 밤색 소스가 아니라 오렌지색 소스를 얹어주는데 저한테는 약간 인위적으로 보여서 별루였는데 여기 소스는 그런 느낌이 덜 들어 좋았다는~!
굴탕
굴전이며 굴탕이며 굴이 다 실하고 맛도 좋았음~!
루깡 오시는 분이면 꼭 한 번 드셔보시길~!
타이중으로 돌아가는 고속도로에서 저녁 노을이 너무 이뻐 몇 장 찍어봤습니다~
타이중은 주변에 산이 없고 공기도 타이페이보다 좋아서 그런지 저녁 노을의 떼깔도 다르더군요~!!
대만에서 몇 안 되는 고도(古都)의 소소한 정취를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타이중 오신 김에 루깡에도 한나절 일정으로 들러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