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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Mar 04. 2018

[대만 이모저모] 元宵, 대만의 정월대보름

거리 한 복판에 솟는 불기둥의 정체

*브런치에 동영상을 올리면 이상하게 잘 안 올라가서 동영상이 궁금하신 분은 여기


'정월대보름'은 새해 이후 첫 보름달이 뜨는 음력 1월 15일을 말합니다.
대보름날에는 절식으로서 약밥·오곡밥, 묵은 나물과 복쌈·부럼·귀밝이술 등을 먹는 등 각종 크고 작은 의식들이 있지만 사실 한국에선  그리 대중화되어 있다고 보긴 어려운데,

대만은 이 날을 '元宵'라고 하여 새해맞이 축제 기간의 마지막 날로서 성대하게 보내는 편입니다.
元宵(위안샤오)를 보내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동지와 마찬가지로 새알이 들어간 湯圓(탕위안)를 먹는 것이지만, 오늘은 이 날 벌어지는 축제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 볼까 합니다.

탕위안


元宵 축제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平溪(핑시)에서 거행되는 '천등 축제'
대만에 관광오신 분들은 아마 핑시 또는 스펀에 가서 천등을 날려 본 기억이 있을텐데요.
이 날은 몇 천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날려서 그 스케일이 다릅니다.

그 장관을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대만에 온 이래 4번째 맞는 위안샤오인데도 한 번도 축제를 현장에서 보지 못했네요 ㅠ
대만 버킷리스트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것 중 하나인데...
문제는
1) 시간의 한계: 위안샤오가 음력 1월 15일이고 별도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평일에 걸리면 직장인들은 휴가를 내지 않는 한 가기가 어렵다는 것... 게다가 축제 시간이 17:30~20:30인데 늦어도 오후 4시에 출발해 미리 가서 자리를 확보하지 않으면 그것 또한 낭패.
2) 거리의 한계: 타이페이에서 핑시를 바로 가는 교통편은 없고 루이팡을 거쳐 가야 하는데 넉넉잡아 2시간은 잡아야 함.

이것들은 그래도 반차를 쓰던 해서 극복할 수 있는 핸디캡이었지만 결정적으로 이 날 장염이 걸리는 바람에 ㅠㅠ
오피스에서도 비몽사몽... @@
결국 눈물을 머금고 핑시 가는 건 포기 ㅠㅠㅠ

금밤인데도 쓸쓸히 집으로 돌아와 있는데 상태가 점점 더 안 좋아져서 근처에 있는 내과를 찾아가기로 합니다.
여기서 반전이 시작됐죠..

도보 15분 거리인데도 이 날은 힘이 없어서 택시를 잡아타고 갔는데,
하필 병원 있는 구역이 '행사(?)' 때문에 차량 진입이 불가하다는 경찰아저씨...;;
아 놔...ㅠ

바로 택시에서 내려서 그냥 걸어가겠다고 했는데 인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

게다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는 폭죽 소리...
중화권에서는 폭죽이 악귀를 쫓고 복을 불러온다는 의미로 이 기간에도 많이들 터뜨리는 건 알았지만 우리 동네에서 이 정도 스케일의 '무언가'가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기에 좀 놀랐네요 @@

이미 거리는 폭죽의 잔재들로 어지럽혀져 있고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폭죽이 터지고..
정말 무슨 대규모 데모나 전쟁터를 불러일으키더라는...

아니... 이렇게 사람이 몰릴 정도?!=_=;
근데 나 병원 가야하는데...

이야~ 이 분은 이 날을 위해 제대로 폭죽쇼 하기로 작심하고 준비하신 듯...

안전은 둘째 치고... 저 폭발 타이밍 맞추려면 예행 연습 꽤나 좀 해보셨을듯....ㅎㅎㅎ

어처구니 없게도 구글맵에 오후 9시반까지 영업한다던 병원은 이 축제거리의 한복판에 있어서인지 일찍이 문을 닫아버렸네요;;
그래서 다른 병원을 찾아 거리를 좀 더 걸어보았습니다.

춘절 축제 기간도 이제 어느덧 막바지...

거리 중간에 있는 사원...
이 날이 되면 사원 옆에서는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대만식 전통 인현극이 거행된다고 하네요~

다행히 거리를 걷다보니 내과 병원이 꽤 있어서 진단 받았더니 '장염' 판정...ㅠ
약 지어준 거 기념 사진 ㅎㅎ
(사람들이 얘는 인형극장 앞에서 왜 저런 포즈를 지을까...하고 쳐다 봄 ㅎㅎㅎㅎㅎ참고로 뒤에 보이는 게 바로 인형극이 진행되는 이동식 공연장(?) 내지 박스입니다.)

귀여운 아이들도 폭죽 하나씩 들고 거리로 나왔네요~

그야말로 카오스...
경찰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긴 했지만 이 날만큼은 어떤 소란도 '관습'의 이름으로 용서되는 날이었던지 다들 개의치 않고 폭죽 터뜨리기에 바쁜듯한 모습~

끝도 없이 나오는 폭죽 물량들...

길을 거슬러 올라가니 거대한 인파가 보입니다...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

확인에 나섭니다..

가운데 뭔가가 보이는데...

설마 저게 다 폭죽?!!!!

아무래도 저게 점화되는 걸 기다리는듯한 모습이길래 저도 가까이 가서 숨죽이고 기다려봅니다...

그리고 점화 시작...ㄷㄷㄷ

저 불기둥 보고 진짜 깜.놀.

폭탄이라도 터진 줄 알았는데 사람들은 늘상 봐 왔던 것인지 딱히 놀라진 않는 모양새...

그리고 이어지는 퍼레이드..

저 대나무 가지를 든 사람이 기수 정도 되는 사람인데
저걸 흔들면 신이 탄 가마가 근처에 왔다는 걸 알려주는 거라고...하네요...

그리고 신이 탄 가마가 상점들을 돌며 그 앞에 멈춰서면
각 상점이 준비한 폭죽 더미들에 점화를 하고 그게 엄청난 불길을 뿜어대며 터집니다.
그럼 신이 그 한 해의 나쁜 기운을 쫓아주고 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모양이에요.

옛 중화의상을 입으신 분은 이 의식의 중요한 역할이라도 담당하시는듯?!

가마가 오기 전에 폭죽을 준비하는 스태프...
저거 한꺼번에 터뜨리는 거 실화...?! ㄷㄷㄷ


그리고 그 가마가 가는 곳마다 불기둥이 계속 해서 치솟고
사람들은 이를 구경하기 위해 우르르 몰려다니는데...

정말 아드레날린의 도가니...
일단 폭죽 터질 때 튀는 엄청난 파편들... 진짜 온 동네방네 다 튀는데 눈에 튀지 않게 조심하셔야...=_='
게다가 불기둥이 마치 폭탄처럼 엄청난 굉음을 내며 터지는데 그 위로 전기줄도 보이고....
이러다 화재 사고 나고 그로 인해 사람들끼리 서로 밟고 하게 되면 그야말로 대형 사고인데...참...

믿어지십니까....
진짜 불기둥이 무슨 소형 핵폭탄이라도 터진듯한..버섯구름 @@

아니... 이렇게 큰 축제가 대체 우리 동네에서 매년 거행되고 있었는데 몰랐다는 거 자체가 좀 충격...

이젠 좀 나가고 싶다...ㅠ

겨우 빠져나오고 나서 골목 사이로 찍은 정월대보름...달..

올 한해도 좋은 일만 일어나길 기원해 봅니다~

덕분에 아픈 것도 잠시 잊고 축제의 열기 속에 빠져들었네요..
나중에 찾아보니 위안샤오 때 네이후 지역에서 오랫동안 잔행되어 온 夜弄土地公 축제라고...

그 외에도 대만 전역에서 유명한 위안샤오 폭죽 축제로는
타이난 :https://www.youtube.com/watch?v=vd3Nw8ZJlC4&feature=youtu.be

타이동: www.zztaitung.com/2923/taitung-bombhand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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