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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May 24. 2018

[대만 섬 시리즈 - 란위(3)] 별, 달 그리고 바다

앞마당에서 즐기는 별이 빛나는 밤

다이빙을 마치고 이라라리 부락에서 민박집까지 돌아오는 길
해가 뉘역뉘역 지고 있네요.

석양과 그 앞의 악어바위(鱷魚岩)

악어라기보다는 입 벌리고 있는 거북이와 더 닮은 듯도..
근데 찾아보니 '악어거북'이란 게 있네요... 얘랑 진짜 닮은듯...ㅎㅎ
그러고보니 작명이 일리가 있어 보이네요 ㅎ

민박 가기 전에 항구 근처 란위섬 유일 편의점에 들러 간단히 간식 거리 장을 봅니다..
(언제 닫힐 지 몰라서 안전하게 식량 비축 ㅎㅎ)
편의점 뒤로 보이는 산은 역시나 압권!

그래도 갖출만한 건 다 갖추고 있네요~
듣기로는 물품 보급이 매일이 아니라 일주일에 정해진 날에만 이루어진다고 하는듯 ㅎ

세븐일레븐 티쳐스 란위섬 에디션 ㅎㅎ

내부도 나름 란위 풍경 사진들과

벽화(?)로 특색 있게 꾸며놓았더라구요~

세븐일레븐 란위 에디션!!

편의점이 가깝지 않은 데다가 일찍 닫아서 한번에 장을 다 볼 생각으로 이것저것 고르다보니 한 박스 장만 ㅎㅎ
(그나저나 저 엄청 피곤해 뵈네요 ㅎㅎ)

그렇게 민박집에 도착하니 일몰을 앞마당에서 편하게 구경할 수 있더라구요~ ㅎㅎ

최소한의 인간 문명이 허락된 자연의 섬에서 즐기는 석양은 또 그 의미가 특별하더군요~

숨가빴던 하루... 석양을 보며 숨을 골라 봅니다...
민박집 바로 앞에 석양을 보기에 이렇게 안성맞춤인 장소가 있다는 건 정말 좋더라구요~
(더 좋은 건 잠시 뒤!)

그렇게 사온 간식들을 방에 풀어 놓고 저희도 널부러져서 휴식을 취해봅니다~ 휴우~

민박집 선반에 놓여 있던 우스꽝스러운 피규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서 밖을 나와 보니 어느덧 휘황찬란하게 뜬 달..
주변에 불빛이 거의 없어서인지 별들도 훤히 잘 보이더라구요 (심지어 폰카로 찍은 사진에도 몇이 잡힐 정도이니!)

사실 섬 자체에 식당이 몇 안 돼서 블로그 검색해 보니 맛집 건덕지도 몇 안 되더라구요~ 
그 중에서 괜찮은 곳이 홍또우(紅頭) 마을에 있다고 해서 차를 몰아 어둠을 뚫고 식당을 향해 달려 보았습니다.
홍또우 마을 어귀에 식당이 하나 있었는데 여긴 곧 마감 분위기여서 패스~
대신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신기한 과일 더미를 발견, 히로미 쨩이 검문검색~

이건 사이즈 업 된 거대한 라즈베리 같기도 하고...
파인애플스러운데 꼭지는 따인 것 같기도 하고...
생전 처음 보는 과일인데 왠지 낯이 익다 싶더니만 녹도에서 발견했던 이 지역 자생 과일(마지막 사진 참조)!

맛이 어떨지 궁금하면서도 왠지 그닥 맛날 거 같진 않은 느낌적 느낌!
일단 다음에 기회 있으면 맛 보기로 하고 일단 패스~!

그렇게 마을을 통과해서 나오니 왼편에 빛이 환하게 비추는 곳이 바로 저희가 찾던 맛집!
맛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사람들이 바글바글합디다... (이 정도면 이 섬에선 바글바글임 ㅎㅎㅎ)

蘭嶼漂流木餐廳

952 대만 Taitung County, Lanyu Township

상세보기

대부분 대학생 정도로 되는 직원들로 분주했던 1층 바 테이블 겸 주방..
저희는 2층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뭔가 식당이라기 보다는 가정집... 즉 민박에 가까운 느낌이랄까...
벽에 빽빽하게 붙어 있는 사진과 편지들.. 
그리고 책장에 꽂혀 있던 책과 잡지...

한 가지 눈에 띄었던 것은 바로 이 나무 난간이었는데,
식당 이름 '란위 표류목'처럼 바닷가에 표류해온 나무들 중 모양이 특이한 것들만 따로 모아서 니스칠한 후 난간의 재료로 쓴 것 같더라구요~~ 이런 재활용 방법이!! +_+

코너에 자리를 잡고~~
(나름 귀여운 벽화도 그려놓았네요..ㅎㅎ 란위섬 주변에 많이 서식하는 날치와 멧돼지 등장시켜주는 센스!)

2층도 만석... 정말 기다리지 않고 바로 착석할 수 있었던 건 운이 좋아서였을까요?

얼마 안 있자 직원이 메뉴판을 들고 왔습니다. 
근데 이게 뭥미 ㅎㅎㅎ

박스 널빤지를 재활용해서 대형 메뉴판으로 만들었네요~
그래도 앙증맞은 그림도 곁들이니 어설프다기 보단 정감이 가더라구요~ 
뭔가 굉장히 대만스러운 그런 귀여움, 정겨움이랄까?!

드링크 메뉴판은 따로 있었는데...
저 사람 입 뚫어놓은 건 왜 뚫어 놓았을까... 창의적이네 하던 찰나...

알고 보니 그냥 박스 손잡이였었더라는 ㅎㅎㅎㅎ
뭔가 식사 메뉴보다 음료 메뉴가 더 풍부한 걸로 봐서 여긴 식사시간대는 식당으로 그 외 시간엔 까페로 운영되는가 봅니다.
이곳 특색 음료부터, 차, 샤베트, 맥주 등등 풍부한 초이스!

그리고 아까 잠시 보여드렸던 표류목들 중 큰 건 난간에, 작은 건 이렇게 테이블 번호표로 활용...
저희가 앉았던 곳은 7번 테이블. "잘 선택했어! 여기 시원해"라고 적혀있네요 ㅎㅎㅎ

기다리는동안 단체 셀카 찍을랬더니 수줍어하는 가람님 ㅎㅎ

계속 시선 피하기 신공ㅎㅎㅎ

란위섬은 인터넷도 잘 안 터져서, 벽지에까지 기지국이 깔린 중화텔레콤 아니면 다른 통신사들은 신호가 안 잡히더라구요 ㅠㅠ
심심해서 책장을 뒤적거려보다 발견한 大地(대지)라는 잡지..
광고 스타일을 보아하니 80~90년대 잡지 같네요. 일종의 대만판 내셔널 지오그래피 같은 잡지인 모양...

중국 귀저우의 소수민족에 대한 기사인듯..

먼저 시킨 음료들 대령~

애피타이저로 나온 스프와 빵..

330원짜리 버터날치알(奶油飛魚卵)밥..

날치 파스타 ㅎㅎㅎ

뭔가 레스토랑스러운 것이 이 섬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분위기라 나름 색달랐네요~
이거 먹고 민박에서 따로 술과 안주를 먹을 것이기 때문에 살짝 요기하는 정도로 만족~

식사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다가 이 가게를 열었던 걸로 추정되는 부부의 오랜 사진 발견~!
란위 원주민 전통 의상을 입고 갓난아기랑 찍었는데 지금 저 아이가 여기서 일하는 직원 중 한 명으로 성장한 듯 한데... 
누군지 감은 잘 안 오더라구요~
남자 전통 의상은 일본의 훈도시 느낌도 좀 나네요~

계단 입구 어귀에 이 집 아기가 타고 지냈었을 법한 의문의 미니카 발견 ㅎㅎ
그 옆으로 현재 메뉴 탐독 중이신 손님들...ㅎㅎㅎㅎ

흠... 여기서 술 드시는 분들은 숙소까지 걸어가시는 분들이려나...
여튼 대만 크래프트 맥주 등 주류도 파네요..

자그마치 연중무휴! 영업시간도 이 동네에서 이 정도면 거의 24시간이나 다름 없는듯~

가게 앞은 바로 가파른 내리막 길이었는데 차를 아래에다 세워놔서 차 빼기 전에 근처 바닷가에 정박되어 있는 원주민 카누 찰칵~

밤이라서 그런 지 뭔가 으스스하네요...=_=;;
특히 저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잡아먹을 듯이 밀려오는 파도가 제일 무서움~

여튼 희미한 가로등의 인도를 받아 조심조심 운전해서 숙소로 복귀~
보름달은 아녔지만 달빛이 굉장히 밝았던 그 날 밤 하늘!

그렇게 저희는 숙소 복귀 후, 드링킹 스타토~!
이건 봄 한정판 기린 맥주!

딱히 할 것도 없는지라 
아라시가 하는 버라이어티에서도 종종 하는 바바누키(ばば抜き)라는 일본 카드 게임을 셋이서 했습니다ㅎ
룰은, 
- 각자 카드를 등분합니다.
- 자신의 패 중에 숫자가 같은 쌍은 버립니다.
- 버릴 거 다 버린 후 자신의 왼쪽에 있는 상대방의 카드를 하나 뽑습니다.
그렇게 해서 수중의 패를 먼저 없애는 자의 승리!
마지막까지 조커를 갖고 있게 되는 자가 벌칙을 받게 되는 그런 게임입니다~

이 날은 이상하게도 히로미 쨩이 완패...ㅎㅎㅎ 둘이 남았을 때 뽑았다 하면 상대방의 조커 카드를...ㅠ
다리 찢기 신공과 접목시켜 기괴하게 절규하는 중..ㅎㅎㅎ

할만한 벌칙이 없어 푸쉬업까지 ㅎㅎㅎㅎ
이 날 운동 좀 제대로 한 히로미 쨩...

술이 떨어져 갈 때 쯤 밖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수평선 위로 뜬 달, 바다 위로 비치는 달빛의 절경이 압권이었습니다..

민박집 앞 마당 조명을 다 끄고 달별빛에만 의지해 
의자를 펴고 맥주 한 캔 깐 뒤 노래를 들으며
고개를 드니 그 곳엔 별바다가... +_+

그렇게 각자의 추억에 대해 얘기하면서 술잔을 비워 갑니다...  

빛이 없다보니 무슨 귀신 같이 나왔네요...=_=;;

이렇게 란위에서의 첫날밤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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