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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May 31. 2018

[대만 섬 시리즈-란위(9)] 해돋이, 동칭 비경

자연이 만들어준 노천 동굴 풀장

어느 장소를 여행할 때 대개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가면 문득 일출과 일몰을 보고 싶은 욕망(?)이 생길 때가 있다.
특히 녹도, 란위 같이 이동이 부담스럽지 않은 섬에 오면 더 그런데 란위는 대만에서도 가장 동쪽에 있는 섬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선 대만에서 가장 해가 일찍 뜨는 지역으로서 그 의미가 좀 더 컸다.

그래도 여행의 목적 중 하나가 '휴식'인데 나는 욕심이 많아서인지 왠만하면 여행 와서도 늦잠을 자지 않는다.
이것도 하나의 병인데, 잠은 집에서도 잘 수 있는데 한정된 시간으로 놀러온 곳에서 늦잠을 자면 하나 더 볼 걸 놓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시로 여행 가면 밤 늦게까지 놀다가 아침 일찍 문을 나서곤 하는데, 그나마 여긴 밤에 할 게 별 보는 거 정도여서 일찍 잘 수 있어 좋았다.

여튼 녹도 때와 똑같이 아침 일찍 기상을 하고 간단히 외출 준비를 한 후에 란위섬의 동쪽인 동칭 마을로 향했다.
여기에는 동쪽으로 태평양을 바라보아 일출을 보기에도 제격이었고 가람님이 찾아둔 아침식사 맛집이 있다고 해서 그야말로 안성맞춤! (좀 제대로 된 대만식 브렉퍼스트 '자오찬(早餐)'이 먹고 싶기도 했다.)

5시반쯤 동칭마을에 도착해 한 초등학교 앞에 차를 세우고 방파제에 오니 다행히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

란위의 여느 해변처럼 모래사장이 아닌 작은 자갈 해변이었고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고요했다.
단지 우리처럼 일출을 보기 위해 부지런히 나선 사람들 몇몇만이 자리를 잡고 해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를 기다리고 있던 자리에 구름이 잔뜩 껴 있었다...
녹도 때처럼 비가 오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종종 이렇게 구름이 끼곤 했는데 
구름이 해를 시샘하는지 하필 일출시간에 해 뜨는 방향을 저렇게 가린다...응큼한 녀석 같으니라고...

하늘은 이게 일출시간인지 일몰시간인지 애매한 붉은 파스텔 톤으로 하늘을 물들였다.
사진에서는 못 느끼겠지만 아침 공기의 상쾌함이 이건 일출 타임이라는 확신을 준다.

아마 구름이 없이 햇빛이 바다에 그대로 드리워졌다면 아마 에메랄드 빛이 더해져 더 아름다웠겠지?
산 위로 몽실몽실 떠다니는 구름이 솜사탕 같다.

대만에서 란위 정도 되는 남쪽 섬도 4월초는 아직 봄인지라 아침 저녁으로는 일교차가 크고 꽤나 쌀쌀한 편이었고
바람도 매섭게 불어 흡사 겨울 강원도 바다마저도 연상케 했다.

거의 30분을 기다렸던 거 같은데 다들 오들오들 거릴 정도여서 구름에 가리는 거면 그냥 이 정도로 하고 일출 스킵하고 갈까도 서로 고민하는 눈치였지만 누구 하나 입을 떼지 않아 그대로 자리를 지켰다..

타임랩스로 일출의 순간을 잡기 위해 스마트폰을 계속 들고 있던 손이 계속 떨린다. 

그렇게 해는 뜨기 시작했고, 구름의 방해 공작도 멈추지 않았다.
기어이 해를 좇아가면서 막았고 태양은 빛을 뿜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결과...;;

깔끔한 일출은 아니었지만 이것으로 해가 빼꼼히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잡을 수 있었다.

뭔가 장엄함이 느껴지는 일출...
태양과 구름이 결투를 벌이는 모양새로 전개되었다.

그래도 기왕 기다린 거 태양의 모습이 좀 더 제대로 보고 싶어서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동칭 마을 앞바다의 작은 섬, 방파제, 바위들이 태양 앞 실루엣으로 드러나 멋지다.

이노무 구름 녀석 때문에 해가 저만큼 위로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 뿡뿡뿡...
근데 해가 떴는데도 구름이 저렇게 시커멓게 보이는 걸 보면 구름이 정말 두꺼웠던 모양이다..
구름이 마치 해가 공이 되어 이를 좇는 농구선수들마냥 오늘은 구름이 승부욕이 넘쳐 뵌다.

민박 보이 빠양은 동칭 마을 근처에 숨겨진 절경 즉 '비경'이 있다며 약속된 장소에서 만나자고 했던 터라 그쪽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는 길에는 일터(?)로 나가는 산양 무리를 만날 수 있었는데 도로 옆을 거닐고 있어서 바로 옆에서 볼 수 있었다.
차가 가까이 가도 피하지 않고 여유롭게 거니는 녀석들...

색깔도 황색, 검은색, 흰색 다양하다...

도로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들판을 지나니 별장 같은 건물이 하나 있었다.
개인 소유 별장인데 성수기에는 가족 단위로 방을 빌려 장기간 머물고 간단다... (왠지는 모르겠는데 사진을 안 찍었다.)
근처에는 마당이 있었고 책 읽기 좋게 오두막, 벤치가 있어서 아침에 커피나 차 한 잔을 머그컵에 담아 
마당에서 체조를 하든 아니면 벤치에 앉아 책을 읽든 사색하기 참 좋은 환경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이 정체 모를 녀석은 어디서 찍었는지 가물가물한데 바다 위에 띄워 놓는 부이에 표정을 그리고 돌로 코를 만들어 놓은 앙증 맞은 작품...
(혹시 근처 가셔서 이 표식을 찾는 분이 계신다면 어디에 있는지 제보 부탁..ㅎㅎ)

東清秘境

952 대만 타이동 Lanyu Township

상세보기

동칭 비경은 현무암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와 하나의 계곡 내지는 자연 수영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4월초라 쌀쌀한 데다 아침에 와서 수영을 할 분위기는 아녔지만 더운 여름 낮에 온다면 투명한 에메랄드 바다가 보이는 천장 뚫린 동굴 수영장에서 놀기 딱 좋은 구조...

빠양은 여름에도 바닷물이 차서 피서하기 딱인데다가 맥주 가져와서 물 안에 넣어두면 아이스박스가 따로 필요 없다고 했다 ㅎㅎㅎ
보기에도 수심이 얕아 친구들끼리 와서 놀기에도 좋아보인다.
란위는 왠지 좀 더 더울 때 와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여기저기 가 볼수록 든다.

빠양은 그 와중에도 우리 사진 찍어주느라 여념이 없다.
직업 정신 투철한 녀석이다.. 행색은 딱 시골청년인데 그렇게 싹싹할 수가 없다.

여기가 비경으로 불리는 이유는 얼핏보면 이런 잡초가 무성한 바위인데 막상 가까이 와보면 저런 아름다운 천혜의 수영장이 숨어 있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웅장한 산과 바다 뷰가 있어 더 없이 좋다.

아까부터 우리를 따라다니는 것 같은 구름 떼들이 세를 불렸다...
오늘따라 구름이 정말 얄밉다 ㅠㅠ 우쥬플리즈 저리 좀 꺼져줄래...

저 쪽으로는 어제 올라서 내려다 봤던 또 다른 산쪽 비경 포인트

그렇게 비경 투어를 마치고 10시쯤 예약해둔 원주민 전통 가옥 투어 전에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또다시 분주히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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