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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Jun 02. 2018

[대만 섬 시리즈-란위(11)] 칭칭 초원

절벽을 사이로 파란 바다와 푸른 초원이 맞대고 있는 곳

갑갑하고 어두컴컴한 원주민 가옥에 있었더니 뭔가 뻥 뚫린 자연이 그리웠었는데
그런 바램을 들어줄 수 있는 멋진 곳을 찾아서 한 걸음에 달려가 보았다.
바로 칭칭초원(青青草原)

여기는 대천지 등반할 때 빼꼼히 보였었던 바로 그 '저 푸른 초원'이다. ㅎㅎ

Green Green Grassland

952 대만 Taitung County, Lanyu Township, 東南海岸線

상세보기

흡사 목장으로 향하는 기분도 든다..

저 멀리는 '작은 란위'라고 불리우는 小蘭嶼가 눈에 들어왔다.
다이빙 좋아하시는 분들은 저 근처까지 배 타고 가서 다이빙 한다고도 한다.
주로 어선들이 가서 고기를 잡고 관광객들을 위해 개방된 섬은 아니라고 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탁 트인 전망이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진다~!

샤오란위를 중심으로 찍어 본 파노라마...
해안선으로 나 있는 산책로를 보니 제주도의 섭지코지나 오키나와의 코끼리 바위가 있는 산책로가 떠올랐다...

초원이라고는 해도 완전 평지라기보다는 약간 경사가 져있는데다가 바닷바람이 엄청 세게 불어서 여차 하다간 바다로 데굴데굴 구를 것 같은 긴장감 마저 들었다.

반대편

그래도 나는야 바람이 좋아라~~
구릉이 많다보니 각도를 잘 활용하면 하늘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겠다.

물 속이 보일 정도로 깨끗하게 푸른 바다와 파도가 만들어낸 기암괴석의 절벽, 그리고 해안선이 절경을 이룬다.

모자 써서 눌린 데다가 바람까지 불어서 엉망인 내 머리...ㅠ

바닷가쪽 파노라마

우와~ 저 앞에 사람이 정말 콩알만하게 나왔다... 
실제로 가서 보면 경사가 만들어내는 뷰가 정말 장관이다..

저 멀리 해안선을 따라 마을들이 자그만치 보인다.
유심히 봐야 보일 정도로 란위는 압도적일만치 '자연'의 섬이었다.

이 사진을 왜 찍었을까?
주인공은 바로 염소...
절벽 위에 서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염소... 그도 뭔가 사색을 하고 있던 거였을까? 염소가 서 있어도 분위기 만점...
아까도 말했지만 칭칭초원은 경사 굴곡이 심한 절벽 지형이라 바다와 하늘을 감상하고 찍기에 너무나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넘실 거리는 새파란 바다를 보고 있자니 사진 속에서도 경외심이 느껴진다...

윗사진에서 사람들이 콩알만하게 보이던 그곳으로 내려가 보았다...
경사가 나름 가팔라서 잘못 뛴 걸음질을 쳤다가는 그대로 굴러서 절벽 아래 바닷속으로 풍덩 빠질 것만 같아 조심조심 내려가 보았다.

뭐니뭐니 해도 란위 같은 작음 섬의 매력은 이렇게 맑고 푸른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게 아닐까?

염소처럼 나도 분위기 샷 좀 찍어보았다.
'샤오란위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가 컨셉 정도 되겠다 ㅎ

절벽 언저리에 피어 있던 이름 모를 분홍색 들꽃..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자연의 색인 초록, 파랑, 하양, 검정이 아닌 다른 색채들을 뿜어내는 꽃, 노을, 과일들이 멋진 이유는 흔하게 볼 수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모름지기 나도 이런 존재가 되고 싶다.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지 않는 나만의 색깔을 띈 그런 존재 말이다. 그것이 비록 들꽃과 같을지라도...

절벽이 있는 곳엔 어김 없이 등장하는 산양들... 
여긴 풀밭도 넓어서 녀석들이 맘껏 뛰놀고 풀 뜯기에도 안성맞춤이겠다!

어디건 뷰가 멋져 파노라마를 찍으면 멋지지만 사람들이 드문 절벽 끄트머리에서 남긴 파노라마 한 장...
사실 바로 뒤가 절벽이어서 발 잘 못 디디면 정말 아찔...

내가 저 자리에 서기 전에 여성 한 쌍이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여러 포즈로 무려 10분간 계속 찍어대서 자리를 양보 받기 까지 조금 인내심이 필요했다 ㅎㅎ 컨셉샷을 찍는 건 좋은데 가끔은 좀 주변을 배려하는 자세도 필요하겠다 ㅎㅎ 
보통 중국 가면 이런 경험을 많이 한다. 명소에 가면 사람들이 기념 사진 찍으려고 엄청 몰려드는데 일부 중국인들 중에는 사람이 얼마나 기다리건 말건 20장 정도를 찍어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전 사람이 사진을 다 찍기도 전에 그냥 막무가내로 난입(?)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약간의 배려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초원을 한바퀴 돌고 돌아가는 길에는 정말 무슨 대륙에서나 볼 법한 넓디 넓은 초원을 보았는데 딱히 목장이나 밭으로 쓰이고 있진 않은 그야말로 순수한 초원이었다.

파노라마 모드를 생각한 재밌는 컨셉이 생각나 찍어보기로 했다.
바로 내가 투수, 타자, 포수가 되는 1인 3색 야구 파노라마...

왼쪽에서 일단 투수의 포즈를 잡은 뒤, 촬영자가 기다리는 동안 냉큼 다음 장소로 가서 타자 포즈를 잡고 똑같은 방법으로 포수 위치에 가서 포즈를 잡는다...

투수의 투구 자세를 잡았다... 가만 보면 중간에 빛 색깔이 달라지는 구간이 있는데 내가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까지 대기한 흔적이다...

근데 처음이라 그런지 합이 잘 맞지 않아 실패작들이 여럿 배출됐다 ㅎㅎㅎ

음음... 첫 성공작이 될 뻔 했으나 안타깝게도 타자가 반쯤 사라져 버렸다 ㅠㅠ
그래도 이렇게 사진으로 보니 나름 재밌다.ㅎㅎ

다시 찍었는데 이번엔 타자가 아예 사라졌고 포수는 공잡을 준비가 아직 안 돼 있다. ㅎㅎㅎ

이거 찍으려고 엄청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더니 다리가 후들 거린다...
여행하면서 이런 재밌는 컨셉샷을 즐길 줄 알고 또 잘 찍어주는 동반자를 만나면 여행의 재미가 배가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런 동반자를 찾기가 쉬운 건 아니다.ㅎㅎㅎ)
여튼 동심으로 돌아간듯한 기분을 잠시 내보았다.


란위에서의 3일이 어느덧 휙 지나갔다. 3시반 배편이고 이제 1시쯤 되었으니 타이동으로 돌아가기 전에 식사하고 짐을 챙겨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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