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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Jun 02. 2018

[대만 섬 시리즈-란위(끝)] 란위와의 작별

사람 있는 무인도가 어떤 기분일지 알게 해 준 섬, 란위

점심 먹을 식당을 찾다가 주차한 곳 앞에 마침 '란위문물관'이 있어 란위의 역사문화에 대해 잠깐 관람이라도 하려고 들어가 보았는데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건 문물관 건녀편에 있는... 또 다른 건물...
애초에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건물처럼 보이지 않는다.

건물을 얼핏 보면 이게 비단 이 날만 닫힌 게 아니라 그냥 영구 폐관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앞에는 이라라리 부락에 갔을 때 보았던 기념품샵이 다소 쓸쓸하게 장사중...
유난히도 란위에서는 저런 원두막 같은 곳도 자주 눈에 띈다.

딱히 엄청 보고 싶었던 곳은 아니고 즉흥적으로 넣은 곳이라 미련 없이 식당으로 향했다.

사실 여기도 '부락'이라고 부를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엄연히 부락이었다...
아래 사진에서처럼 란위에는 총 6개의 부락이 있는 것으로 최종 확인되었다. (란위 도착 후 첫 소개 편에는 5개라고 소개한 바 있음)
이 문물관이 있는 동네가 누락되었던 한 곳인데 어부들이 많이 있었는지 이름이 漁人([유런], 어인) 마을. 즉,

椰油部落 (예인부락): 대만 본섬에서 란위로 들어오는 여객 터미널이 있는 마을로 가장 번화하고 현대화된 마을. 란위의 유일한 세븐 일레븐이 위치해 있다. 날치/오징어잡이 체험도 여기서 출발
朗島部落 (랑따오부락): 다이빙 샵이 있고 형형색색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집들이 아름답다.
東清部落 (동칭부락): 비경 근처의 마을로 태평양에서 뜨는 해돋이 보기 좋다.
漁人部落 (유런부락): 란위문물관이 있는 부락으로 바로 옆에 공항이 있다.
紅頭部落 (홍또우부락): 해변가에 위치한 내 인생 카레집이 있고 방파제에서 바라보는 바다가 아름다운 마을.
野銀部落 (예인부락): 원주민 전통 가옥이 많이 남아 있고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시골 마을의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다.  란위 기상대로 가는 입구에 위치.

여행 전에 이 지도를 얻었으면 좀 더 각 마을을 꼼꼼히 돌아볼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좀 남는다..
대만 대부분 지역은 구글맵만으로도 왠만한 명소는 다 둘러보는데 아직 란위는 사람들 발길이 드물어서 역시 현지 지도가 최고다.

각 지도별 주요 명소와 마을이 한 눈에 보기 쉽게 나와 있다.

이 식당이 바로 란위 첫 날 지나쳤던 라즈베리 수류탄을 닮은 과일이 놓여 있었던 바로 그 식당이다. 
그래서 그 과일로 만들었다는 차를 하나 시켜보았다... 맛은 딱히 달지도 시지도 않은 떨떠름한 맛이었다...-_-;;

란위산 멧돼지고기로 만들었다는 볶음밥, 챠오판

마찬가지로 멧돼지고기 중 삼겹살 정도 해당되는 부위를 구워 만든 고기 정식... 먹을만 하다..
반찬으로 나온 것들은 빈랑 싹 절임과, 해초 무침...그리고 콩자반...

이게 그래도 그나마 먹을만 했다... 
겉이 바삭바삭하게 익은 돼지고기와 속은 지방과 살코기로 쫄깃쫄깃...

배를 채운 후, 민박집으로 가서 부랴부랴 짐을 싸고 차를 돌려준 뒤 시간에 맞춰 항구로... 세잎!
컨딩에서 란위까지 거리가 더 멀어서인지 1400원, 란위에서 타이동까진 1200원.
재밌는 건 이 티켓에는 탑승자 성명과 신분증 번호까지 기대되어 있었다... 마치 중국처럼...

또 출렁이는 파도와의 사투를 2시간 벌이고 나니 타이동에 무사히(?) 도착했다.
올 때도 마찬가지로 여기저기서 오바이트하는 소리와 냄새로 딱히 평온하진 않았었으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 항상 그렇듯 다들 지쳐서 떡실신...ㅎㅎㅎ

대만 동부가 그러하듯 산맥과 바다가 맞닿아 있어 구름끼고 비오는 날이 많다고 하는데 이 날도 예외는 아녔다...

타이베이에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하려면 바로 또 기차로 갈아타고 4시간 걸려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택시 타고 곧장 타이동 기차역으로 향했다... 

이렇게 우리 한일 여행 남매 3인방은 4시간동안 기차에서 꿀잠을 잤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했다...


이것으로 대만본섬 외 섬 (펑후녹도, 란위, 마주, 금문도, 샤오료쵸, 귀산도) 중 4개를 채우는 순간!! (사실 마주는 이 섬은 이 여행 이후에 가긴 했는데 블로그는 더 일찍 올림)
펑후 - '16.08 
녹도 - '17.02 
란위 - '17.04 
마주 - '17.05 
금문도, 샤오료쵸 - '18.04

나머지 여행기들도 틈틈이 올리도록 해봐야지...

란위에 대한 총평은,

확실히 본섬 또는 대륙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다 보니 인간에 의한 개발이 가장 더디다는 느낌을 가장 강렬하게 받았다. 웅장한 자연 속에서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시간 속, 무료함과 릴렉싱의 미묘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하이킹, 다이빙 등 자연 속 체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천국일 수도 있겠지만 유적과 맛집 위주가 좋은 사람들에겐 그러한 자극제가 조금은 약할 수도 있는 섬...
하지만 란위는 란위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어 그 자체로 좋았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원주민의 문화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지금보다 더 잘 보존되고 가꿔진다면 그 가치가 더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원주민들이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는 건 단순히 미국, 호주만의 문제는 아닌듯 하다.



란위 여행기 <끝>

에필로그
여행이 끝나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히로미쨩은 '포스토보쿠스 훼치(우체통 매니아)'였다. 여행 틈틈이 특색 있는 우체통을 거의 오타쿠 수준으로 맹렬히 찍어댔는데 그 사진을 여기서 몇 장 공유~

섬 여행 마지막 날 아침식사를 마치고 화장실 간다더니 몇 십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던 그녀...
알고 보니 길거리에서 멍 떼리는 고양이랑 우체국 앞 우체통 찍느라고...ㅎㅎㅎ;;;

셔터도 란위의 특징이 드러나도록 꾸며놓았다.

모양, 무늬 모두 란위 고유스러움이 잘 묻어난다... 
이런 건 얼핏 보면 일본의 문화 (스탬프라든지 맨홀 뚜껑이라든지)가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이엠 프롬 란위' 포스를 뿜뿜 뿜어내는 우체통... 존재감 갑!

평범한 쓰레기 통에도 란위 수호신 로고가 뙇!!
저게 '눈'을 의미한다고 하니 여기서 함부로 쓰레기 투척하면 안되시겠다!!! -ㅅ-ㅎㅎㅎ

대만본섬에도 쉽게 볼 수 있는 초록/빨강 우체통..

초록색은 일반배달, 빨간색은 속달

타이동 역 앞 우체통...

참고로 이건 '15년 8월 강태풍이 왔을 때 대만 섬 전체에 태풍 피해가 꽤나 컸었다.
태풍의 위력을 말해주듯 우체통도 이렇게 휘어져 버렸는데 대만 사람 특유의 낙천주의로 이걸 또 관광 명소화 시켜버렸다...

출처: The Verge (left) / The Daily Mail (right)

참 사랑스럽고 귀여운 사람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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