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맛집] 타이베이 중산 소바집 二月半そば

부슬비 내리는 초여름 타이베이 주말 저녁만큼이나 소박한 국수 한 그릇

by 딘닷

나는 예전부터 (꼭 여름은 아니지만) 입맛 없을 때에는 국수가 땡겼다.
대만에서는 밥과 함께 주식으로 많이 먹는 것이 면과 빵.
다만, 엄마한테서 밀가루음식은 소화에 좋지 않다고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었던 터라, 면은 내게 있어 일종의 도피처와 같은 역할을 하곤 했다.

비오는 초여름 주말... 날씨도 꿀꿀해서 밖에 나가기도 뭐하고 그냥 집에서 짱 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친구들의 부름을 받고 느지막히 '타이베이의 연트럴파크' 같은 느낌을 가진 중산(中山)으로 갔다.

중산은 MRT역 주변부터 타이베이역까지 길게 뻗은 공원과 그 양 옆으로 있는 아기자기한 가게(특히 헤어샵)으로 조금 덜 떠들썩한쇼핑 내지는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인 곳...
그리고 근처에는 일본 사람들(대부분 출장자나 여행객)을 위한 술집들이 밀집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길을 지나다 보면 '마마상'이 젊은 남성들을 대상으로 호객 행위를 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어 흡사 여기가 대만인지 일본인지 헷갈릴 정도...
여튼 일식이 그리울 때면 찾아도 괜찮은 동네다.

사실 소바는 그리 자주 찾는 메뉴는 아니었지만 입맛도 없고 할 일도 딱히 없어 대만에 사는 한국 노동자들이 모였다.
위치는 '니가쓰한 소바'. 이거 무슨 뜻인지 풀이하기도 애매하지만 '2개월반 소바' 정도되시겠다 ㅎ

二月半そば

No. 1-1, Lane 20, Section 2, Zhongshan North Road, Zhongshan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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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자다가 일어나서 그랬는지 길이 막혀서 그랬는지 약속시간보다 다소 늦게 도착...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이 날따라 소바집이 붐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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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안은 이미 자리가 꽉 차서 밖에서 여러 명이 대기중...
이미 일행이 자리를 잡아 기다릴 필요가 없었던 건 참 다행이었다.

내부는 그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저 소박한 소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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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메뉴마저도 소박하다..
소바가 베이스인 점은 비슷하고 위에 어떤 고명을 얹을지, 냉소바인지 온소바인지 선택하는 정도...
그렇지만 늦게 온 사람에게 선택권은 이미 박탈되어 있었다.ㅎㅎㅎ 이미 시킨 것들이 여럿이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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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늦게 온 자에게 밑반찬(お通し)이 정갈하게 서빙된 걸 보니 이 식당 서비스마인드는 살아있나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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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힌 타이밍에 와서 텐푸라가 식탁에 갓 올라옴..
오징어튀김인데 튀김옷 색깔을 보니 깨끗한 기름을 쓰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ㅎ
맛도 깔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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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피타이저로 적당한 유부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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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의 메인 메뉴인 소바..
여름이니만큼 시원하게 냉소바로...
여기 와서 소바만 먹을 게 아니면 혼자 먹기엔 양이 다소 넉넉하게 나오니 각자 하나씩 시키기보단 여러 다른 메뉴를 시켜 나눠 먹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 소바는 여느 소바집처럼 소바와 찍어 먹는 다시 소스가 따로 나오지 않고 이렇게 비빔면처럼 한 데 같이 냐오는 게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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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케멘처럼 찍어 먹는 재미는 좀 덜하지만, 그래도 배고플 땐 비쥬얼이며 먹는 방식보단 맛이 젤루 중한 법!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회포를 풀기 바쁘게 폭풍 흡입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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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급한대로 고픈 배는 껐으니... 이제 슬슬 대낮부터 술판의 조짐이 보인다...
이 때가 한 5시쯤 됐었던 듯 하다..
소바로는 성이 안 찼는지 추가하는 메뉴들은 점점 안주에 가까운 것들 뿐이다...
아게토후(두부튀김)랑 콩나물 무침 비스무리한 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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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부에 만 명란젓과 계란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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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솔직히 어찌하다 우리 식탁 위에 당도했는지 모를 생선찜...
(아마도 메뉴 보면서 고르다 한자 잘못 봐서(?) 잘못 초이스된 듯한 느낌적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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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술이 있으니 다 용서한다 ㅎㅎㅎ
비 오는 날에 즐거운 사람들과 술 한 잔 걸치며 나누는 이야기만큼 재미난 게 없다...
요즘 맥주 마시면 속이 더부룩하고 소주는 대만에서 비싸니 어차피 비쌀 거면 사케를 주로 즐겨 마신다.
이번엔 무난하게 쿠보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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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 잔 두 잔 술잔을 비우니 얼큰하게 술기운이 올라온다..
그만큼 분위기도 한껏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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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한(?) 소바 라운딩을 마치고 나니 뭔가 허전하다...
여름의 출출함을 달래기에 적절한 분위기, 맛과 양의 식당이다...
뜨거운 타이베이의 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비가 내릴 때면, 우산을 쓰고 산책하다가 들어와서 숨을 돌리며 소바면을 후루룩 빨아드리기 안성맞춤인 곳...

하지만 식당을 나올 때는 아직 6시...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 우린 2차를 양꼬치집과 말린 복어로 달인 사케(히레사케)가 나오는 이자카야 중 어디로 갈까를 고민하며 거리로 나섰다...
부슬비가 싫지 않은 알딸딸한 토요일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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