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가 대만에서 중화요리로서 설 자리는 진정 없었던 것일까
요즘 <고독한 미식가>시리즈를 종종 보곤 하는데 내가 대만 생활을 할 때 좀 더 애청했었다면
혼자 맛집투어를 할 때 좀 더 디테일에 집중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다 덜 지루하게 음미했을 거 같기도 하다 ㅎㅎ
그래도 직방이나 블로그처럼 바로바로 표현할 순 없지만 나름 극중에 나오는 '이노가시라 고로'처럼 속으로 뭔가 중얼중얼 거리면서 식당의 분위기와 음식의 맛을 속으로 평가하곤 하는 건 확실히 혼밥의 소소한 즐거움임에는 틀림 없다.
인트로가 길었다.
사실 이번에 양꼬치집에 온 것은 지난번 소바 회동(?) 때 양꼬치집이 아닌 히레사케를 선택해 그 때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함이기도 했고 타이베이에서 2년 넘게 있으면서도 한국에서 심심치 않게 먹곤 했던 양꼬치를 오히려 대만 와서는 한 번도 먹을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기어이 먹어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 중국음식으로 아는 양꼬치는 정통 중화요리라기 보다는 몽고나 위구르 지역의 유목민들이 주로 먹던 음식으로 남부보다는 북부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한국이 위치적으로 중국의 동북지방과 가깝고 조선족이 많이 오기도 하기 때문에 대만보다는 비교적 한국에 여러 식당들이 생긴 것 같다는 게 나의 생각.
그치만 대만 사람들은 양꼬치의 커민 향신료가 별로인 걸까...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양꼬치집을 찾아보기가 참 어려웠던 건 사실...
그러던 와중에 지인이 아는 양꼬치집이 있다고 해서 금요일 저녁, 퇴근 후 고고!
중국의 위구르 지역인 신장(新疆)의 이름을 딴 '신장 로스트'
疆毒串烤 六張犁
No. 151-7, Section 2, Keelung Rd, Xinyi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10
간판에 '료장리점'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니 체인인 듯 한데 실제로 지도에서 찾아보니 이게 왠 걸..
타이베이에도 서너 점포가 있고 심지어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도 하나가 있었다...;;
막상 가게 안은 정체성의 혼란을 준다...
얼핏 보면 바 같이 바 테이블이 있고 '바텐더'는 칵테일이 아니라 꼬치를 굽느라 바쁘다...
굳이 말하자면 꼬치바 같은 느낌..
테이블도 전부 식탁이라기보단 바 테이블 느낌이다...
직원인지 손님인지 아리송한 여성이 분위기 있게 앉아 있었고,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카메라를 들이대는 나를 인상적인 표정을 바라보았는데 모자이크 처리를 하게 돼 좀 아쉽다..ㅎㅎ
복장을 보면 점원, 앞에 그릇들이 어지러이 놓여있는 걸 보면 손님... 과연 그녀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쓸데 없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에도 나는 가장 늦게 도착했다...
아마도 내 근무지가 약속장소에서 가장 먼 탓도 있겠고 퇴근시간 자체가 다른 참가자들보다 늦어서 그랬으리라...
가끔 늦게 오는 게 좋을 때는 적당하게 늦으면 주문한 메뉴들이 이미 나와 있다는 점.
오늘 멤버들은 소바 회동 때 멤버들 + 가람님 직장동료가 추가되었다.
당연히 첫 번째 메뉴는 간판 메뉴인 양꼬치!!
한국처럼 생양꼬치가 와서 좌석에서 직접 굽는 게 아니라 마스타가 '바'에서 구워서 나온다.
구워서 나오는 양꼬치가 편하긴 한데 한편으로는 내 페이스대로 먹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각종 버섯 모듬..
닭똥집 같은 것도 있었는데 원래 딱히 좋아하지 않아서 나는 입에 대지 않았다.
그치만 닭날개는 중국에서 먹던 것만큼이나 맛있었다!
바삭바삭하게 구워진 껍질 위로 뿌려진 향신료가 입 안에서 깊은 여운을 남긴다.
중국에서 꼬치 먹을 때 곁들였던 매콤 부추가 아쉬운 순간이지만... 난 지금 대만에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하며 스스로를 달래 본다.
이 집 주력 맥주는 옌징도 칭다오도 아닌 하이네켄...
어젯밤 고객과 달렸다는 참석자 중 한 분의 요청으로 마무리는 라면을 시켰다..
일식 라멘이 아니라 한국에서 많이 먹는 인스턴트 라면...
맵지 않은 게 일본식 인스턴트 라면인가 보다.. 자극적이지 않아 속을 풀기에는 좀 더 적절했을런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 허기를 채우고 우리 눈에 들어온 것은 다트 머신...
우리가 꼬치를 하나씩 입으로 꽂아 넣는 동안 수트를 입은 직장인 둘이서 경쟁하듯 열심히 다트를 던져대고 있었고,
내기 심리가 발동한 나는 모두에게 다트 라운드를 제안했다.
좀 조잡하긴 하지만 선반에는 그 외 다른 미니게임들이 있었는데 관리는 잘 되고 있는 거 같진 않았다.
첫인상에서처럼 뭔가 이 집은 도무지 정체랄까 컨셉을 알 수 없는 묘한 오로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사실 이 중에선 내가 그나마 다트 경력자(?)인 셈이어서 다들 내기는 안된다고 엄살을 부렸지만,
막상 다트를 던지기 시작하자 '비기너스 럭(Beginner's luck)' 때문인지 뭔지 다들 장난이 아닌 실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타석에 들어서자 눈빛이 변하는 가람님...
이 날 의외의 투구로 모든 이를 놀라게 했던 형수님...
알딸딸하게 취한 듯 한데 던지면 의외로 높은 점수만 골라서 맞춘다는...
부창부수...를 바랬지만 오히려 형수님보다는 덜 위협적이었던 형님...
그러나 표정만큼은 진지하다... 굳게 다문 저 입술을 보라!!
나름 연륜(?)을 뽐내며 타석에 들어선 나지만 분위기를 띄워주기 위해 초반에 적당히 봐주며 던진다는 게
끝까지 난조를 보이며 결국 내 실력은 개털이라는 걸 여실히 드러내고 말았다..
후반엔 위기를 모면해 보려고 최선을 다해 던져보려 했으나 이미 휘청 거리는 집중력을 되돌릴 길은 없이 격침...
결국 우승은 부부 커플이 차지하고 말았다...ㅠ
타이베이..아니 대만에서 양꼬치는 쉽게 찾을 수 있는 메뉴가 아님은 분명하다...
좀 잡스럽지만 양꼬치 맛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 가게라도 있어 다행이다 ㅎ
물론 이 기세를 몰아 당연히(?) 2차 장소를 물색했고 라이브 공연을 해주는 이자카야를 찾았던 것이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