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없어 더운 한국 여름에, 비 많던 대만 여름을 생각하며
동아시아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하듯, 6~7월이 되면 우기 내지는 장마 시즌이 시작된다.
대만도 예외 없이 장마가 오는데, 대략 다음과 같은 날씨가 2~3주간 계속 된다..
결국 정도의 차일 뿐, 주구장창 비가 온다고 보면 되겠다...
이게 또 대만 특유의 더위와 만나면 그 습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사람을 불쾌하게 만든다...
더위에 익숙한 대만 사람들은 그래도 '북쪽'에서 온 나보다는 내성이 강한 듯 보이지만,
적어도 한국에선 에어콘 없이도 여름을 났었던 나로서도 대만의 여름은 에어콘 없이 보내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체감 온도가 40도를 넘나드는 게 곧 대만 더위이니...
우기가 되면 보통 점심 먹고 나서 오후 3-4시가 되면 동남아의 스퀄(squall)마냥 비가 미친듯이 쏟아진다...
이날은 점심 시간에 옥상을 갔더니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왔다.
타이베이는 특히 산으로 둘러 쌓인 분지라 대만의 다른 지역보다도 비가 잦고 매우 덥다..
난 아직도 왜 이런 곳이 수도가 되었는지 좀 의아하긴 하다..
타이중만 해도 대만섬의 중앙인데다가 평야여서 비도 적고 날씨도 좋고 한데 말이다.
명~청나라 시대에는 타이난이 실질적인 행정수도 같은 역할을 했었다는데, 추측으로는 일제시대 타이베이가 일본에서 그나마 가까운 북쪽 도시였기 때문에 항구도시인 '지룽'과 함께 전략적 요충지로서 여러모로 크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여튼 이야기가 좀 샜다.
건물 옥상엔 원래 잘 안 올라온다.
낮에 올라오면 햇볕이 너무 세서 타버릴 것만 같기 때문..
구름이라도 낀 날이 그나마 올라올만 한데 이렇게 비가 쏟아지면 또 낭패다..
심한 날은 이렇게 자욱한 안개로 둘러쌓여 경치고 뭐고 그냥 구름 속에 들어간 듯하다... (어찌보면 스모그 같기도...;;)
1년 전쯤엔 우기에 이 건물에서 창문 청소를 하던 인부가 벼락에 감전되어 기절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벼락에 직격타는 아니고 선을 타고 감전되었다고 하는데 다행히 목숨에 지장은 없었다고 한다.)
'16년엔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전 타이베이가 물에 잠겼었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사는 집 쪽은 피해가 크지 않았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다행이다.), 도시 곳곳은 물난리를 피해가지 못했고 심지어 타오위안 제2터미널도 물에 잠기면서 정전이 일어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이날 폭우로 당시 대만에 출장 왔던 몇몇 직장 동료는 공항까지 가느라 엄청 애를 먹었었다.)
대만 각종 매체를 통해 공유된 사진을 보면 아주 가관이다.
계단이 무슨 폭포처럼 변했고...(저기 난간 안 잡고 내려오다 굴러 떨어질 걸 생각하면 아찔하다..=_=;;)
타이베이 시내 주요 도로에는 큰 연못이 생겼다.
고궁박물원도 사정은 그리 다르지 않았는데... 이런 폭우에도 학교에서 견학을 갔는지 학생들이 저렇게 쏟아져 나오는 게 신기하다...
아마 학교에서 폭우가 올 줄 모르고 간 모양인데... 학생들 안전상 바람직해 보이진 않는다..ㅎ
강변은 말할 것도 없어서 농구 코트등이 다 물에 잠겼다.
타이베이 강 주변은 제방들로 둘러 쌓여 있는데 이렇게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면 범람이 잦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한강과 비슷하게 강변 공원으로의 접근성이 그리 좋지 않다... 제방에 뚫려 있는 몇 군데 출입구를 통해서만 접근이 가능)
그리고 강이나 호수 근처의 전기 시설들이 땅 위가 아닌 전봇대 같이 높은 곳에 설치되어 있는 걸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이것도 이런 범람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인 듯 하다.
물 위에 있는 학교처럼 보이지만 평소엔 그냥 뒷뜰이었을 공간...
타이베이 아레나 근처 도로도 물바다...
물에 잠긴 저 오토바이들은 어찌되는 건지...
차도 배기관 안으로 물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하던데...ㅉㅉ
아래 좌측 상단 사진의 거리는 내가 살던 동네 '주변'인데... 정작 내가 살던 곳은 지대가 높았던 건지 배수시설이 괜찮았던 건지 이렇게까지 물이 차올랐던 것 같진 않다... (아마 집밖으로 나왔는데 이런 상황이었으면 식겁했을 것 같다)
좌측 하단 사진은 타이베이의 북한산 같은 양밍산 꼭데기에 위치한 중국문화대학
우측 하단 사진은 여름에 종종 수영하러 가는 야외수영장이 있는 따후공원인데... 완전 흙탕물 호수가 되어버렸다.
실제로도 수영장이 다 침수되어 몇 주간 폐쇄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번 여름엔 비가 안 와서 온도가 천정부지로 솟고 있다...
개인적으로 엄청 덥긴 한데 그래도 습도는 높지 않아 해 지고 바람부는 저녁엔 그나마 버틸만 한 듯...
얼마 전 일본 남부에 폭우가 내려 많은 인명/재산 피해가 났다고 하는데 더 이상의 비 피해가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