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딘닷 Jan 10. 2016

[대만의멋] 타이페이 시립미술관 산책

Where one can take two 

과우중충한 날씨도 내 외출을 막을 수 없다.

회사 동료들과 마오콩(貓空)에 놀러가 곤돌라도 타고 대만식 전통 찻집에 들러 차도 하려 했거늘, 먹구름과 흣뿌리는 비에 결국 약속은 취소되고 말았다.


타이페이의 날씨는 항상 변화무쌍하다. 

흔히 구름 낀 우중충한 날씨 하면 영국 런던이 떠오르기 마련인데 타이페이에 좀 살아봤던 사람은 알 것이다. 화창한 날도 잠시, 곧잘 흐려지고 가랑비를 뿌리기 일쑤인 곳이 바로 타이페이.

기분 탓이겠지만 이런 현상이 주말에 특히 심해지는 것 같다.

비가 올 것 같아 약속이 취소됐지만 결국 '비다운 비'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날씨에 지기 싫어 무작정 집을 나와 향한 곳이 타이페이 시립 미술관이었다.

<원산공원(圓山公園)과 타이페이 엑스포 공원 사이에 위치한 타이페이 시립 미술관 전경>


정문이 아니라 후문으로 입장했는데 그곳에는 대만의 우수 기술품들을 전시해 놓은 Taiwan Excellence관이 있었다.

<대만의 자랑할만한 제품들을 전시해 놓고 있다>


대만하면 딱 떠오르는 브랜드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전자제품을 좀 써본 사람들이라면 들어봤을 Acer, ASUS, MSI 등이 사실은 대만 제품이다. 어딘가 한국의 Samsung, LG 등에 밀리는 느낌인데 생각해보면 지금은 세계적인 한국 브랜드도 10년 전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브랜드에 밀리지만 나름 괜찮은 가성비로 자국민들에게 사랑 받았던 것처럼 이들도 좋은 가성비로는 현지인들의 각광을 받고 있는듯.


브랜드의 대부분은 외국에서 온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나름 해당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알만한 것들이었다. 각종 소형 전자기기, 고급 자전거, 차 등이 있었다.


1층에서는 2016.01.10까지 특별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허황된 이상을 좇기 보단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생각해 보자는 게 작가의 취지였다.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헤드폰을 쓰고 지시에 따라 취한 동작들이 소리로 표현되는 코너라든지, 꾸밈 없는 커플들의 독백을 여러 스크린으로 보여주는 코너, 좁고 어두운 통로를 걸어가는 코너, 자신과 면회를 해보는 코너 등등..

인간은 필연적으로 고독한 존재 같은데 이는 가족, 친구, 연인이라는 주변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완화하고 이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들 주변에 있는 사람들,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살라고 귀가 닳도록 듣지만 막상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게 쉽지 않다. 특히 요즘 같이 SNS를 통해 남들의 잘나고 행복한 모습에 끊임없이 노출되는 현재에서는 남들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잘 향유하는 것이 최고인듯 보이지만, 결국은 남들과는 무관히 자기 내면의 평화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감정 기복도 적고 잘 산다.

항상 시간이 비면 이를 어떻게 더 잘 활용할까를 항상 고민하고 남들보다 더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는데 내려놓는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지상 2~3층은 설치 예술보다는 미술 작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고 지하1층에는 서점과 휴식 공간, 그리고 어린이를 위한 전시가 있었다.

<날씨가 흐려서인지 한산했던 2~3층 갤러리>


<한명만 입장 가능한데 친구가 저 중간에 묻힌지 모르고 뛰어들었다가 제지 당한 여성분..(아마도 두 명이 들어가면 터질 수 있어서였던듯)>

<지하 1층의 어린이를 위한 전시 코너: 뒷짐지고 연륜 있게 걷는 꼬마..>


2시간을 꽉 채워 돌고 나오니 어느덧 5시반,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관람을 마무리 하며 든 생각은, 

1. 예술가는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자기가 가진 생각을 자기만의 방법으로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안다면 그게 바로 예술가다. 많은 사람들이 그저 생각만 하고 있을 때, 몸을 움직여 다양한 방법으로 그걸 실현하는 사람. 그렇게 성공적인 사업을 일궈낸 사람도 예술가라 할 수 있다. 남들이 이것을 어떻게 봐줄까 걱정만 하다 포기하는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모두는 예술가의 속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예술가는 아니고, 그 사이에는 '실행력'이 있다.

2. 모바일 영역에서는 SNS와 같이 소통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바람이 예술에도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 단순히 작가가 관객에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관객도 직접 참여함으로써 자기 나름의 생각을 만드려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보였다. 이런 것을 체험에만 그치게 하지 않고 각 관객들의 소감을 모아 작가에게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라는 생각도..

3. 날이 안 좋을 때는 차분하게 갤러리를 돌아보며 작품을 감상하기 좋고, 날씨가 좋다면 지하에 있는 테이블에서 자연광을 받으며 독서를 해봐도 좋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만맛사냥] 타이페이 장어덮밥 맛집 - 비전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