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것 뿐만 아니라 탈 것도 풍부한 대만의 교통 시스템 뒷이야기!
항상 외국을 나갈 때마다 빼놓지 않고 경험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 나라의 교통 시스템입니다.
여행이 되었든 출장이 되었든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만의 교통 시스템과 관련된 특징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타이페이 장개석 기념당 (Chiang Kai-Shek Memorial) 역 전경 (사진출처: Benjamin Dunn/Neon Tommy)
Mass Rapid Transit 또는 '지에윤'으로 불리는 타이페이 지하철인데요.
타이페이 동물원과 마오콩 차밭을 연결하는 곤돌라 선을 제외하고 5개 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타이페이는 서울에 비해 인구와 면적이 작기 때문에 지하철 노선도 적습니다. (3개 노선이 교차하는 역이 없는 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도시의 속성 자체에서 비롯되는 차이점이 꽤 되는데 이는 뒤에서도 차차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도시 인구의 차이
- 먼저, 인구 자체가 적다보니 러쉬 아워에도 한국처럼 지옥철을 경험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 MRT 차량 크기 및 숫자(차량 칸 수)가 서울 지하철 대비 작음에도 불구한 걸 고려하면 더더욱 놀랍습니다.
2) 도시 면적의 차이
- 도시가 그렇게 크지 않다보니 평균적인 이동시간은 30분 전후입니다. 이동하려면 1시간은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서울과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토바이를 통한 근거리 이동이 용이합니다.)
- 이동시간이 비교적 짧다보니 이동 중에 뭔가 집중해서 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시작하면 뭔가 좀 보려면 내려야 하는 느낌이랄까...
3) 다소 특이한 1호선
- 서울의 4호선 같이 타이페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1호선의 경우, 지상으로 뚫려 있는데 무인으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 그래서 1호선에서 다른 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경우에는 서울의 7호선 갈아타는 것처럼 상하 이동이 많아 다소 불편합니다..
- 차량크기도 매우 작아, 1) 수평: 런던의 튜브처럼 마주 앉은 사람들의 무릎이 달 정도는 아니지만 그 사이로 한 사람이 서 있을 정도의 공간밖에 안 되고, 2) 수직: 키 큰 사람의 경우, 손잡이에 머리가 자꾸 부딪치기도 합니다.
차량 공간이 협소하고 지상으로 운행되는 1호선 (좌) / 비교적 공간이 넓고 지하로 운행되는 5호선 (우)
4) 요금
- 최소 요금은 20 NTD (한화 700원 정도)으로 다소 저렴한 편입니다만 대만인들의 소득 수준을 감안한다면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거리에 따라 요금이 증가합니다. 아무리 먼 거리를 이동해도 한화 1,500원 수준이니 그래도 매우 싼 편이라 하겠습니다.
- 학생의 경우엔, 20%가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이 가능합니다.
대만 버스는 주의해야 할 게, 하차 승객이 없는 경우 버스가 그냥 지나쳐 버리기 때문에, 승차하고 싶을 경우에는 정거장에 그냥 서 있으면 안 되고 손을 항상 흔들어줘야만 버스가 섭니다..
1) 요금 지불 방식
타이페이 버스 시스템은 다소 독특합니다. 한국은 그냥 고민 없이 탈 때 한 번, 내릴 때 한 번 찍어주면 되는데.. 여긴 다소 머리를 굴려줘야 합니다.
어디서 타느냐에 따라 찍는 시점과 회수가 달라집니다. +_+
- 내릴 때만 찍음
- 탈 때만 찍음
- 내릴 때, 탈 때 모두 찍음
보통은 버스의 앞 뒤 출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머리 윗쪽에 언제 찍을지를 표시하기 때문에 이에 따라 찍으면 되는데 여기에도 약간의 트릭이 있습니다.
아래 보시는 바와 같이 上/下 어느 쪽에 불이 켜져 있는지 보고 요요카를 찍어야 합니다. (아래 사진은 내릴 때 찍고 내리면 되네요)
노선의 중간 부분에서 기사 아저씨가 요금 지불 방식을 수동으로 바꿔주기 때문인데요...
즉 1에서 출발했다면 A, B, C 어느 지점에서 내리건 거리가 전체 노선의 반을 넘기 때문에 두 번을 찍는 것이 납득이 됩니다. 다만 2에서 출발해 C나 B에서 내리게 될 경우 좀 억울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FM대로 하는 기사님께서는 회수권 같은 걸 탈 때 나눠주고, 승차-하차 거리가 짧은 승객들은 내릴 땐 한 번 더 찍지 않고 이 회수권을 주고 그냥 내리면 됩니다.
그치만 이렇게 하는 기사님이 적으므로 이럴 땐 그냥 자신이 생각하기에 5-6 정거장 정도 이내의 가까운 거리 이동 후 내릴 경우엔, 탈 때 요금을 냈다면 그냥 내려도 기사님께서 따로 딴지 걸지 않습니다.
2) 요금
- 요금은 MRT보다 조금 싼 15 NTD (한화 500원 정도)에서 시작합니다.
- 학생은 마찬가지로 20% 할인이 되고 노인의 경우 무료 승차가 가능합니다.
- 카드를 찍을 때 삡 소리 울리는 회수가 다른데, 한 번은 일반인 / 두 번은 학생 / 세 번은 노인입니다.
- MRT를 타고 버스로 환승할 경우, 일반 금액의 50%만이 부과됩니다.
자 사실 이번 포스팅의 중요한 포인트가 여기에 있는데요.
저는 '대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민소매 티에 '쓰레빠'를 신고 여자친구를 오토바이 뒷자리에 태우고 거리를 달리는 청년이었는데요. 아마도 영화/드라마의 여파 같습니다.
여튼 키워드는 바로 '오토바이'입니다.
1) 그럼 왜 대만에는 오토바이가 많을까요?
(1) 더운 날이 많습니다.
버스정류장에서 맨손으로 스마트폰 몇 초 만지작 거렸다고 손가락 떨어질 것 같은 한국의 한겨울 같은 날씨 속에서는 오토바이 탈 엄두를 못 냅니다.
태국, 베트남 등 더 더운 동남아 지방으로 갈수록 오토바이 수가 많아지는 이유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2) 이동거리가 짧습니다.
서울처럼 그리 먼거리를 이동하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오토바이로 이동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3) 도로 폭이 좁습니다.
일본, 대만에 비해 한국은 유난히 차선이 많고 도록 폭이 넓어 오토바이가 운전하기엔 다소 위화감이 드는데 대만은 폭이 좁은 도로가 많아 오토바이 운전해도 위화감이 덜 하고 오히려 기동성이 더 좋습니다.
(4) 실용적입니다.
유지비용이 적게 들고 주차가 쉽습니다. 여자친구를 고급 차 옆좌석에 태우지 않고 오토바이 뒷자석에 태워도 남녀 모두의 모양이 빠지지 않습니다.
2) 대만 오토바이 관련 재밌는 사실들
(1) 오토바이는 자동차랑 같이 좌회전 금지
이것도 사실 지방마다 규칙이 다 다른데요. 대만은 한국과는 달리 자동차가 좌회전 신호를 따로 받아 가지 않고 파란 불일 때 좌우회전, 직진이 모두 한꺼번에 허용됩니다. (반면에 우회전도 빨간 불일 때는 안 되고 무조건 파란 불일 때에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오토바이가 자동차와 같이 턴을 하게 될 경우, 접촉 사고가 많이 날 거라 예상했는지 오토바이의 경우, 좌회전을 하려면 일단 직각 우측 방향으로 이동하여 신호가 바뀔 때까지 기다린 후 갑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오토바이 정차 구역은 자동차 대기선 앞에 따로 박스로 쳐진 별도 공간을 두고 있습니다.
(2) 오토바이용 블랙박스는 헬멧에
오토바이 접촉 사고가 잦은 곳이기 때문에 분쟁을 피하려면 블랙박스는 필수. 그래서 오토바이 헬멧 위에 고프로처럼 블랙박스 카메라를 달고 다닙니다. 그렇지만 보급율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
(3) 대만성?
간혹 오토바이 번호판에 '台北市(타이페이 시)' 대신 '台灣省(대만성)'이라고 적힌 번호판을 볼 수 있는데요. 현재는 대만을 사실상 하나의 국가로 보아 대만 내 실제 행정구역인 시 단위 (타이페이 시)로 표기하게 되었지만 예전에는 중화민국의 일부인 '대만성'(여기서 '성'은 한국의 '도'처럼 하나의 행정단위)으로 표기를 했었다고 하네요. 향후 통일을 향한 염원 내지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탓일까요?!
물론 이건 오토바이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고, 자동차에도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참고로 대만에는 2개의 성이 존재합니다. 하나가 위에 설명한 대만성, 다른 하나는 금문도(金門島)가 속해 있는 복건성(福建省)입니다. 금문도는 실제로 중국 대륙의 샤먼(廈門) 코 앞에 위치해 있습니다.
대만성(台灣省)으로 표기된 옛날 번호판(좌) / 타이페이시(台北市) 또는 지역 표기 없는 현 번호판 (중, 우)
지역 표시가 안 되는 건 우리나라의 신 번호판이랑 유사해 보이네요.
(4) 교통수단의 왕?
- 대만은 차량등록 대수는 750만대인 반면, 오토바이 등록대수는 무려 그 2배인 1,400만대입니다.
- 도시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보니 오토바이를 통한 이동에도 애로사항이 크지 않습니다. 실제로도 오토바이 등록대수는 대부분이 타이페이 시보다는 근교의 교외 지역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겠는데 하나는 타이페이로의 통근수단으로서 이용가능하다는 것과 비교적 타이페이 도심 대비 교통 시설이 덜 발달한 교외에서 이동하기 좋다는 뜻이겠지요.
1) 서울과의 차이
타이페이 교통 시스템 중에 가장 맘에 드는 것 중 하나입니다.
서울에도 양재 시민의 숲 등 일부 공원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지만 타이페이 대비 몇 가지 한계점이 있습니다.
[1] 그 수가 시 전체를 아우를 정도의 규모가 되지 못함. 대만 교통국 통계에 따르면 타이페이 시에는 현재 229개의 u bike station에 총 7,495대의 자전거를 비치한 상태이며 이는 매 500여m마다 정거장이 하나씩 있는 셈인데요. 매년 50~60개의 정거장을 추가하고 있고 올해에는 정거장 수를 300개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2018년까지는 총 400개의 정거장을 확보하여 매 350m마다 u bike station을 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도보 5~10분 거리마다 정거장 하나인 셈)
[2] 서울은 언덕이 많아 자전거로 먼 거리를 이동하는 데 체력적으로 어려움
[3]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도로의 폭이 넓어 자동차와 같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데 위화감이 큼. (게다가 대만은 자동차와 자전거의 중간 형태인 오토바이들이 완충(?) 작용을 해줘서 오토바이도 도로 타는데 자전거는 왜 안 됨?! 라는 기세로 타고 가면 됨 ㅎㅎ)
2) 요금
요요카(타이페이 교통카드)와 휴대폰 전화번호만 있으면 쉽게 각 U-bike 정거장에서 등록하여 대여 이용 가능합니다.
시간은 30분까지는 5 NTD (한화 2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합니다. (이마저도 2015년 5월까지는 무료였었습니다.) 그리고 매 30분 추가 시마다 5 NTD가 추가된다고 보면 됩니다.
3) 편의 사항
- 앞에 바구니가 달려 있어 간단한 백 등을 넣어서 이동하기 좋음
- 앞바퀴에 헤드라이트가 달려 있어 어두운 길 갈 때도 걱정 없음
- 간이 자물쇠도 딸려 있어서 잠깐 세워두고 쇼핑이나 구경도 가능한 점은 보너스!
유바이크 정거장 (U-bike station, 좌) / 요요카 등록 키오스크 (우)
유바이크 바구니 (좌) / 자물쇠 (중) / 유바이크 타고 있는 대만 청소년들 (우)
보너스로 간단하게 대만 교통 문화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 중인 스쿠터를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래 놓고 보니 무슨 네이티브 광고 같은데 아닙니다 ㅎㅎㅎ)
고고로는 대만계 스타트업 이름이자 친환경 전동 스쿠터의 이름이기도 한데요.
그 깔끔한 디자인과 성능으로 대만에서는 스쿠터계의 테슬라 내지는 애플로 명성을 날리고 있습니다.
회사 내부 이벤트로 고고로 시승회가 있어 케빈님과 직접 타 봤는데...
정말 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 깔끔한 디자인: 아이폰이 트랜스포머처럼 변신해서 스쿠터가 된 듯함 (시승회에는 검정색과 오렌지 색 2대가 왔네요 ㅎㅎ)
2) 친환경 전기 배터리: 아래와 같이 충전해서 쓰는 배터리가 모양도 이쁘게 두 개가 탑재되어 있더군요. 전기 배터리의 장점은 1) 소음이 안 나고, 2) 매연이 없어 몸에도 환경에도 무리가 덜 가고, 3) 연료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더군요.
3) 스마트 제어 시스템: 보통 주차 후 오토바이를 뺄 때는 다리를 이용해서 수동으로 빼는데 이건 바퀴 후진 지원이 되어 좀 더 용이하게 오토바이를 뺄 수 있고, 전력도 운행 상태에 따라 조절해 줍니다. 무엇보다 계기판이 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이어서 간지 ㅎㅎㅎ
시승회를 마치고 나니 몇 가지 설문을 답하고 선물을 받았습니다.
고고로 프라모델?!ㅎㅎㅎ
완성해서 책상 위에 올려놓으니 나름 앙증 맞고 귀엽네요~
타이페이 101에서 가까운 신의구(信義區) ATT4FUN 몰에는 고고로 직영매장이 있어 관심 있는 분은 가볍게 둘러 보실 수도 있습니다.
대만 국적자일 경우, 정부 보조금까지 나와서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하네요. (정가는 모델별로 차이가 있지만 88,000NTD선이라고 하네요. 한화로는 300만원선)
보조금도 거주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와서 타이페이 (17,000 NTD, 한화 60만원) < 신베이(新北) (20,000 NTD, 한화 70만원) < 타오위안 (25,000NTD, 한화 90만원)으로 나와서 대만 사람도 보조금 더 받기 위해 타오위안 거주자 명의로 구매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제가 대만 오고 바로 알았음 하나 장만 했을텐데... 이제 와서 하나 사려고 하니 뭔가 좀 망설여지네요 ㅠ 근데 진짜 너무 예쁘고 승차감도 좋아서 타보고 바로 하나 사고 싶었다는...약간 바퀴 달린 아이폰 느낌 ?! ㅎㅎㅎㅎ
1. 한국 대중교통에 대한 고마움?!
대만 (타이페이)에 살면서 새삼 느끼게 된 것이 한국 (적어도 서울) 교통 시스템의 편리함이었는데요.
사실 교통 체증이라든지 버스 운전기사님의 난폭 운전은 차치하고서라도 추가요금이 거의 없는 환승 시스템이라든지, 비교적 저렴한 교통비 그리고 신용카드 등을 이용한 교통비 후불제 등은 부담 없이 대중 교통을 이용하게 해 주는 요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대만의 교통 요금은 한국에 비해서도 싼 편이지만, 선불제로 매번 충전해서 써야되는 요요카는 한국처럼 후불제가 되면 좀 더 편리할 것 같네요~
2. 대만인의 실용성이 주는 교훈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직장생활을 하면 대부분 차 한 대씩 뽑아서 운전하고 다니게 되는데 사실 여러 사람을 태우고 다니기 보다는 본인 또는 옆좌석에 한 명 정도 더 태우고 다니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렇지만 도로/주차 상황, 환경 오염,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오토바이는 여러모로 실용적인 선택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엄동설한을 생각하면 오토바이는 무리라는 생각도 들지만..ㄷㄷㄷ)
게다가 위에서 소개한대로 전기 오토바이가 대중적으로 상용화되게 된다면 환경적으로 더욱 메리트가 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한국에도 테슬라 같은 전기차가 상용화되면 환경적으로 어느 정도 개선이 되겠지만 오토바이 대비 자동차가 차지하는 공간의 낭비 (도로 및 주차공간 확보, 이에 따른 사람의 생활 활동 반경 제약)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토요타의 1~2인용 삼륜차, 아이로드(온갖 것에 i가 붙는 걸 보면 애플의 영향이 참 대단하긴 하네요)가 미래 자동차의 또 다른 대안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되네요~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주차공간 및 도로 면적 효율화 등 여러 측면에서 말이죠~
Toyota i-Road (사진 출처: 토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