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산, 보름달이 어우러진 아름다웠던 야밤 라이딩 스토리
지난 대만 교통 문화 블로글에서도 소개한 바 처럼 타이페이는 자전거 네트워크가 아주 잘 구축되어 있어서 가까운 거리는 타이페이 시에서 저렴하게 제공하는 '유바이크(u bike)'를 통해 친환경적으로 이동을 할 수 있는데요. 저도 예전에 출근이나 등교할 때 자주 이용하곤 합니다.
요즘 같은 여름에는 사실 너무 더워서 한낮에는 탈 엄두조차 나지 않지만 이 날만큼은 날이 너무 좋아서 선선한 저녁 시간을 택하여 그동안 생각만 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타이페이 강변 자전거 라이딩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자 오늘의 애마를 골라볼까요? ㅎㅎㅎ
간단히 타이페이 지형과 코스를 설명 드리면,
#1 지형
타이페이는 지리적으로 서울과 비슷한 점이 꽤 있습니다. 일단 강과 산이 있고 근처에 바다가 있습니다.
차이점이라면 산이 좀 더 촘촘하게 병풍처럼 전 도시를 두르고 있는 분지 지형이라 연중 매우 덥고 습한 편이라는 점?! (여름에는 체감 온도가 42도까지도 올라갑니다 -ㅠ-)
강은 도시를 ㅅ 모양으로 갈라져 흐르는데 남동쪽으로 흐르는 게 키롱 강 (Keelung River)이고 남서쪽으로 흐르는 게 다한 강 (Dahan River)이고 이는 다시 ㅅ자로 나뉘어 신뎬 강 (Xindian River)로 거슬로 올라가는데 이 강의 상류가 바로 산간 온천 마을 우라이에서 시작됩니다.
키롱 강과 다한 강이 만나 담수이 강(Tamsui River)이 되어 한국 관광객들한테도 유명한 북쪽의 담수이에서 바다와 만납니다.
#2 코스
유명한 코스는 주로 두 가지인데, 하나는 키롱 강변을 타다가 담수이로 올라가는 코스(보라)이고 다른 하나는 다한 강변을 타고 담수이까지 가는 코스(진분홍)입니다. 아무래도 차로 북적거리는 도로보다는 강변을 타고 이동하는 게 안전하면서도 좋은 경치를 만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집이 네이후(內湖)에 위치해 있는데요. 네이후는 타이페이 북동쪽 키롱 강 넘어에 위치한, 비교적 나중에 개발된 지역으로 IT 회사들이 많이 몰려 있어 서울로 따지면 강남 테헤란로 같은 동네입니다. 안타깝게도 먹거리 놀거리는 비교적 적은, 덜 복작거리는 동네이지만 산, 호수, 강 등 자연 조건이 좋고 조용하여 살기는 나쁘지 않은 곳입니다. 언제 동네에 있는 산과 호수 공원들도 소개 드리고 싶네요~!
그래서 키롱 강을 타기로 하고 강변까지 접근하기 위해 자전거를 내달렸습니다.
네이후 오피스 건물 구역을 지나 고급 주택들이 있는 곳에 왔는데요. 뭔가 넓은 잔디밭이 있는 게 미국 서부에 와 있는듯한 기분 마저 들더군요~ 타이페이에선 여기 말고도 굉장히 좋은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 꽤 있는데 차랑 돈 좀 있으면 한 번 살아 보고 싶네요 (하지만 현실은 자전거 ㅠㅠ ㅎㅎㅎ)
근데 이게... 강변으로 진입하는 입구를 찾기가 쉽지가 않더군요...@@
강 폭은 한강의 3~4분의 1밖에 안되는데 접근성은 한강만큼이나 좋지 않더군요..ㅠㅠ
일단 정처 없이 출입구 비스무리 한 게 나올 때까지 정처 없이 달려봅니다...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네요.
그 와중에 서울 강변 고속도로 같이 어마어마하게 넓은 도로 건너편에 계단이 하나 보였습니다!
근데 딱히 자전거를 위한 램프가 없....ㅠㅠ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빨리 강변 라이딩은 하고 싶어서 결국 무식하게 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기로 결정!
담 위에 올라서니 이런 젼경이 펼쳐지네요~!! +_+
강변은 장벽으로 둘러쳐져 있는데요... 태풍에 따른 강의 범람이 잦은 타이페이에선 이렇게 강 근처에 제방을 설치해 두었습니다.
(참고로 자전거 및 자동차를 위한 진입구는 미라마(Miramar) 쇼핑몰에서 남쪽으로 쭉 내려오면 있습니다.)
신났다 싶어 씽씽 달려 보았습니다~~
저녁 노을과 어우러져 더 아름다웠습니다~!! :O
핸드폰 카메라가 구려서 사진에는 잘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 날은 보름달이 떠서 더더욱 감탄을 자아내었습니다. 그래도 타이페이 공기가 서울보다는 좋은지 밤에 보름달이 뜨면 엄청 가까이 있고 커보입니다 ㅎㅎ
길가에는 한강공원처럼 메이티 강변 공원이 있는데 조깅, 자전거 라이딩 외에도 여러 가지 운동 시설(테니스 / 농구 코트, 필드 하키장, RC 카 트랙 등)이 잘 정비되어 있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 멀리 따즈 다리(Dazhi Bridge)가 보이네요。
저~~~~ 멀리 101 타워도 보이네요~ (뭔가 서울 같으면 어딘가에 돗자리 깔고 맥주 한 잔 하고 있을 법한 분위기네요 ㅎㅎㅎㅎㅎ 근데 여긴 강변이 다 늪지대랄까 풀들이 무성해서 좀 어려워 보임 ㅠ)
그렇게 계속해서 달리니 101 타워가 생기기 전에는 타이페이의 상징물이었던 원산대반점(圓山大飯店, 반점은 중국집이 아니라 호텔이란 뜻으로 쓰임 ㅎㅎㅎ)이 앞에 보이네요~ 오른쪽에 보이는 게 제방 벽입니다.
원산대반점을 지나 더 가니 이렇게 그라피티가 한켠에 죽 그려져있는 구역이 나타납니다.
맘 같아선 담수이까지 가고 싶었지만 친구와의 저녁 약속이 있어 이쯤에서 발길을 돌리기로...
정면에 밝디 밝은 보름달이 떡 하니 떠 있네요~ 옆 수풀 속에는 오만가지 곤충과 동물 소리로 밤에 혼자 라이딩하면 좀 섬뜩하기도 합니다 ㅎㅎㅎ
은은한 도시 불빛과 보름달빛, 그리고 잔잔한 강물이 만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첫 번째 강변 라이딩을 마쳤는데요... 따즈 다리 편에서 탈출 시도했다가 방향을 잘못 잡아 차들과 함께 터널을 통과하는 등 나름 진땀을 뺐네요 ㅠ
첫 번째 라이딩으로부터 바로 다음 주 일요일 저녁에 현지 친구로부터 라이딩 제의가 와서 고고씽~!
프란시스는 회사 동료인데 야외활동을 즐기는 친구입니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수시로 라이딩 또는 등산을 하는 친구로 야외 활동 전문가입니다 ㅎㅎㅎ
이번에는 좀 더 멀리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담수이 방향으로 계속 올라가서 관두(關渡)까지 올라가 봅니다. (관광객에게 유명한 스린 야시장 근처입니다.)
시간에 따라 색깔이 변경되어 아름다웠던 현수교~ 따즈 다리가 ㄱ 모양이었다면 이 녀석은 ㅅ 모양이네요~
위 타이페이 지도의 진분홍 코스의 북쪽 끄트머리까지 가서 기수를 돌렸는데요. 여기가 바로 두 강 줄기가 만나 담수이 강을 이뤄 바다로 흘러가는 지점입니다. 여기서는 강줄기가 모이는 걸 볼 수 있는데 반대편에서 보면 강줄기가 갈라지는 걸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마침 담수이에서 오는 유람선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침 근처에는 필리핀에서 온듯한 해외 노동자분들이 서울시민들처럼 술 한잔 까놓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여기서도 봤지만 참고로 말씀드리면 녹음이 어우러진 곳에 가면 박쥐들이 꽤 있습니다.. 물론 뭐 사람을 공격하거나 하는 흡혈박쥐는 아니고 그냥 곤충 먹고 사는 작은 박쥐입니다 ㅎㅎㅎ)
타이페이까지 열심히 페달을 밟아서 오니 30km 정도 거리를 약 2시간 정도 돈 셈이더군요~
구글은 가면 갈수록 무서운 서비스들을 토해내네요... 구글맵 타임라인 기능인데 언제 어디 뿐만 아니라 어느 경로로 이동했는지를 사진과 같이 자동 기록해주네요. (물론 개인 동의하에...)
참으로 편리하면서도 가끔 정말 무섭다는.... 1984의 빅브라더같이 말이죠... 정말 구글의 미션대로 Don't be evil이어야 할듯...Evil되면 ㄷㄷㄷ
도착하니 9시였는데 허기도 지고 하여 프란시스와 같이 Miramar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뒤에 미라마의 관람차가 보이네요)
멍청하게도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전거에서 딴 곳을 보다가 커브가 나타난 걸 너무 늦게 발견하여 장벽에 정면 충돌할 뻔 한 걸 오른팔로 가까스로 막아내는 과정에서 나름 심한 찰과상을 입었네요 ㅠㅠ
영광의 상처(?)를 프란시스 녀석이 찍어 주었습니다. 마침 감자튀김을 먹고 있었는데 "어, 니 팔에 묻은 케찹에 찍어먹어야 겠다"며 참 눈치 없는 개그를 날리는 녀석... 상처에 소금 뿌린다는 격언이 이럴 때 쓰는 건가 봅니다 ㅠ
녀석에게 복수하고자 얼굴 이상하게 나온 사진 투척 ㅎㅎㅎ
그래도 프란시스 덕분에 유쾌한 자전거 라이딩으로 주말을 마무리할 수 있었네요~
그리고 월요일 후유증...ㅠㅠ
ㅇㅣ번엔 정신적 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힘든 한 주의 시작! 이었지만 타이페이 생활의 즐거움은 이 정도 갖고 줄어들거나 하지 않습니다! 우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