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최고 명성의 음악 시상식 金曲獎 Golden Melody Award
안녕하세요.
이번엔 한국에서도 참가해본적이 없는 가요대상 시상식을 대만에서 가보게 되었는데요.
사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아침 출근 길에 만난 회사동료의 가벼운 제안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평소에 디제이도 하고 래퍼 친구들도 많은 리키가 금요일 밤에 콘서트에 가자고 하길래 별 다른 계획이 없던지라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근데 가수가 누구인지, 어떤 행사인지도 모르고 다짜고짜 쫄래쫄래 따라가 보았습니다.
행사장은 타이페이 101 근처 ATT4FUN 옆 건물인 NEO19
바로 요기... 타이페이의 바와 클럽들이 밀집한 구역입니다.
NEO19
No. 22, Songshou Rd, Xinyi District, Taipei City, 대만 110
#1 쇼케이스
엘베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행사의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는...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이게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가진 행사인지 몰랐지만 나중에 알게 된 것은 대만에서 가장 저명한 음악 시상식이었습니다.
참고로 가장 저명한 드라마 관련 시상식으로는 Golden Bell Awards, 우리나라 부산 영화제와 비슷한 영화 시상식으로는 Golden Horse Film Festival and Awards가 있습니다. ('금'을 상당히 좋아하네요 ㅎㅎ)
이름하여 Golden Melody Award(GMA./ 金曲獎(금곡장, 중국어로는 '진취쟝'). 유래에 대해 잠깐 설명을 드리면, 1990년 대만 문화부 주최로 시작하여 올해 27회를 맞는 대만 음악인들의 축제이자 시상식입니다. 중국어(Mandarin), 대만어/민남어(Taiwanese), 객가어(Hakka), 그 밖의 원주민어(Formosan languages) 노래 부문에 대해 시상하며 대개 5~7월 중에 행사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왜 이렇게 많은 언어에 대한 시상이 이루어지는 지는 대만의 문화 배경 블로글 참조)
엘베 안도 이렇게 잘 꾸며 놓았네요.
감사하게도 리키의 친구가 본 행사 진행위원이어서 무료로 입장!! ㅎㅎㅎ
오늘은 내일의 본 행사 전에 있는 쇼케이스... 시상 후보자들이 나와서 관객들과 좀 더 가깝게 교감하고 본인의 곡들을 소개하는 자리인데요. 학교 강당보다도 작은 장소에 관객들이 옹기종기 듬성듬성 서서 가수들의 노래를 듣고 있네요...
팬들의 떠나갈듯한 함성은 찾아보기 힘들고 다들 각자의 페이스로 얌전하게 듣는 분위기네요~
많은 해외 가수들이 한국 와서 거의 광적인 팬들의 떼창을 보면서 경외감을 표하는데요. 일본이나 대만팬들은 좀 더 차분한 감이 없지 않네요.
한국도 레트로 노래들이 다시 유행하면서 대중가요 팬층이 남녀노소 불문 넓어진 듯한데 대만의 이번 쇼케이스 행사에도 물론 10~30대 젊은 분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나이 많은 분들, 꼬맹이들까지 가족단위로 와서 듣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대만 노래들이 많이 안 알려지긴 했는데 기타, 피아노 등 간단한 악기 연주를 곁들인 발라드 노래들은 중국어 특유의 발음과 함께 어우러져 감미로운 게 많습니다~
근데 결국 발라드 노래는 각자의 취향이 강한지라 마케팅이 빵빵하게 지원되는 아이돌 음악에 비해 다소 덜 알려지게 되는 듯 합니다. (왜 대만 자체의 아이돌 문화가 없는 지에 대해선 "이름은 들어봤나, 대만 아이돌" 편 참조)
그 이후로는 랩퍼들의 공연이 이어집니다.
한국에서도 요즘 쇼미더머니가 유행하면서 언더에 있던 분들이 꽤 대중성을 확보해 나가는 단계인 것 같은데 대만도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언더에서 활동하는 분들 중 출중한 분들이 이번 시상식에도 주목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 중심에 있었던 랩퍼가 바로 熊仔(숑자이)라는 친구인데요.
우리나라의 빈지노처럼 젊고 얼굴도 반반한데 대만의 서울대인 대만국립대 재학 중에다가 랩 실력까지 뛰어나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대상 후보에까지 올랐었더군요...)
저도 처음 보는 인물이었습니다만, 무대 위에서의 여유, 장악력 그리고 속사포 랩 실력을 보니 스타성이 느껴지는 친구였습니다. 생긴 건 약간 호날두를, 랩 실력은 에미넴이 떠오르더군요...
회사 친구들 리키, 카카 그리고 한국에서 출장 오신 민제님과 함께 한 컷...ㅎㅎ
숑자이의 마지막 무대는 발라드 실력이 상당한 謝震廷(사진연, 아래 사진의 오른쪽 인물)이라는 가수를 피쳐링한 듀엣으로 마무리.. 사진연이라는 가수는 생긴 게 그냥 일반 대학생 같이 생겨서 같은 엘베를 타고 옆에 있었는데도 눈치를 못 챌 정도였는데 노래 실력을 보고 깜놀했네요 ㅎㅎㅎ
저녁밥도 안 먹고 온 지라 배가 너무 고파서 행사 종료 전에 먼저 퇴장하고 친구들과 맛나는 고기를 구워 먹었네요 ㅎㅎㅎ
뒤에서 찍으니까 행사장이 꽤나 웅장해보이네요 ㅎㅎㅎ
그리고 향한 같은 건물 내의 일본식 야키니꾸집 '칸빠이'
가격은 좀 비싸지만 고기맛은 괜찮은 곳인데 사실 이곳은 고기도 고기지만 직원들이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손님들과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하나가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 다른 하나가 '커플 간 키스' 이벤트인데 이기면 공짜로 고기 한 접시 또는 선물을 줍니다.
그래서 바람을 잔뜩 집어 넣어 카카와 민제님을 맥주 마시기 대회에 참가시킵니다 ㅎㅎㅎ
술이 세지 않은 우리 카카(저보다 누나인데 귀요미 파워 때문에 중학생이라 해도 믿을만한 동안;;)도 분발해서 열심히 마셔봅니다. 민제님은 한국인의 긍지로 분발하셨습니다만 아쉽게 2등..ㅠ
여튼 그렇게 분위기를 한껏 업 시킨 후에 고기를 마구마구 먹어댔습니다 ㅎㅎㅎ
친구들과의 화기애애한 대화 속에 먹는 고기맛은 언제나 꿀맛입니다!ㅎㅎㅎ
그리고 흥이 가시지 않아 2차로 자리를 옮깁니다. 장소는 시청 근처의 Shake & Bake 라는 바
주택가 사이에 위치해 있는 게 특이하다면 특이한데 사실 대만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언젠가 한국과는 다른 대만의 부동산 문화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싶네요)
대만의 바 수준은 상당히 높아서 한국에서 핫한 경리단길 같이 소소한 골목에서 볼 수 있는 부띠끄 가게들이 많습니다. 대만 까페도 그래서 유명한데요... 바 문화 수준을 접하곤 많은 분들이 깜짝 놀라십니다. 분위기 뿐만 아니라 맛, 데코레이션의 독창성도 강추할만합니다.
여긴 아래 오른쪽 사진처럼 데코에 귀여운 달팽이를 사용했네요... 고객분들이 너무 귀여워서 갖고 가기도 해서 바텐더를 속상하게 한다네요 ㅎㅎㅎ (저희에게도 가져가지 말라고 귀엽게 주의를 ㅎㅎㅎ)
그렇게 하루를 마쳤습니다.
#2 본 시상식
사실 어제 쇼케이스를 볼 때만 해도 이 행사 자체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던 터라 그냥 쇼케이스로 그냥 끝나나 보다 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건 전초전일 뿐 오늘 시상식이 본 행사라고 하네요.
'될놈될'이라고 운이 좋으려고 보니 끝까지 좋았나 봅니다.
대학 시절 국제 프로그램을 통해 싱가폴에서 알게 되고 저를 처음으로 대만에 오게 한 친구, 쳰웨이로부터 급히 연락이 와서 본 행사 티켓이 생겼는데 같이 가지 않게냐고 하여... 등산 마치고 집에 와서 얼른 샤워를 마친 후 다시 타이페이 아레나(小巨蛋)으로 향합니다~
요기가 바로 타이페이 콘서트의 성지(?), 타이페이 아레나~
저는 좀 늦게 들어가서 이미 행사는 시작되었고 행사장은 사람들로 꽉꽉 차 있었습니다.
재밌는 건 시상자들이 소감을 말할 때 저렇게 뒤에는 멘트 제한시간이 표시가 되었습니다. 사진이 좀 작게 나와서 잘 안 보이지만 90초 정도가 주어지고 수상자는 그 안에 소감을 마치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해서 좋더군요~
수상 중간중간에는 이렇게 가수들의 공연이 있기도 했습니다. 대만에서는 '阿妹‘로 유명한 AMIT가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습니다. (대만 친구 말로는 원주민 출신이라고 하는데 목소리가 굉장히 파워풀 하더군요~)
무대 설치 완성도도 꽤 높았습니다. 위에서 저렇게 다섯 개의 동그라미 모양의 스크린이 내려와서 수상자 발표 전 후보들의 얼굴을 비춰주었습니다.
최고남자가수상은 JJ라는 닉네임을 가진 林俊傑(임준걸)이 탔네요.. 사실 시상식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반응이 좀 미적지근하다고 해야 하나 전반적으로 차분했었는데 JJ의 이름이 불려질 때마다 팬들의 함성이 장난이 아니었던 걸 보면 제일 핫한 가수인가 봅니다..ㅎㅎㅎ
사실 가게에서 K-POP을 듣는 경우가 더 흔한 데 이 가수의 노래만큼은 저도 꽤 많이 들었을 정도이니 대만에선 정말 명실상부 유명한 가수인듯...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들어보시길, 올해를 뜨겁게 달군 JJ군의 노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최고의 여가수상은 대만의 이효리 라고 할 수 있는 Jolin Tsai라고도 알려진 蔡依林(채의림)이 시상자로 올라왔습니다.
작년을 포함해 수차례 이 상을 타 갔었던 졸린. 수상 후보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인지 초콜렛으로 만든 모형 트로피를 들고 와 후보자들에게 하나씩 나눠 줬는데...이런, 아메이가 만지작 거리다 트로피 윗 부분을 부러뜨려 버렸네요 ㅎㅎㅎㅎ
그렇게 후보자들의 호명이 있은 후
두구두구두구~~~~
아메이를 제치고 Julia 彭佳慧(팽가혜)가 수상...
처음으로 이 상을 탔는지 수상소감을 말하는 내내 엄청 떨면서 이렇게 못 생긴 나도 탔다 면서 장광설을 늘어놨다는... (사실 예쁜 얼굴 상은 아닌 듯 합니다만 정말 얼마나 한이 되었으면 저걸 몇 번씩이나 되풀이.... 수상소감 제한시간도 2분 이상 초과했었던듯... 첫 수상인만큼 좀 정신 없는 소감이었습니다 ㅎㅎ)
열심히 노력한만큼 값진 그녀의 수상! ㅊㅋㅊㅋ~ 恭喜恭喜(꽁씨꽁씨)~
외모는 그렇다치고 목소리는 정말 아름답습니다.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도 한 번 들어보시죠~
https://youtu.be/6OGz3OSbk0g
그리고 나서도 대상 수상이 남아 있었습니다.
마침 앞 자리에 자리가 나서 무대 바로 앞까지 왔습니다. 양 옆에 보이는 좌석이 바로 수상자들 (즉 스타들)이 앉아 있는 곳입니다! +_+ (근데 사실 대만 스타들을 섭렵하고 있는 편은 아니라 좀 무덤덤하긴 했습니다 ㅎㅎㅎㅎ)
독특한 대만 친구, 쳰웨이와 한 컷.
대상은 蘇打錄(소타록)이라는 미성의 가수 밴드가 탔습니다. (뭐 사실 누가 타도 잘 모르는 분들이라...ㅎㅎㅎ) 미소년 같은 얼굴에 목소리도 미성인 소년이 나와서 이리도 어린 사람이 수상을...!! 이러고 놀라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나이는 꽤 있더군요. 독일계 음악거장이 지휘한 곡이 반향을 일으키며 대상 수상의 영예를!!
딱히 막 심금을 울릴 정도의 노래는 아닙니다만... 뭔가 남녀노소 다 같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멜로디와 가사가 주효하게 먹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쳰웨이가 다짜고짜 스타석으로 데리고 가서.. 스타 분들 몇 분 구경하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셀카 ㅎㅎㅎㅎ
봐도 누가 누군지 알 수 있어야 말이죠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무대측에서 바라본 행사장 내부.. 엄청 넓어보이네요~
쳰웨이 친구, 한과 셋이서 무대를 배경으로 기념샷~
안타깝게도 대상 후보였던 숑자이는 탈 투더 락...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지어보였지만 행사 끝나고 보니까 아쉬운 표정이 역력...
그리고 나서 자조감을 담은 이 뮤비를 내놓았네요...
대상 코 앞에서 미끄러진 자신을 뚱보 팬더에 비유하여 디스하는... 역시 대만 신성 랩퍼... 자신의 불운까지도 디스 주제로 소화해 내는 엄청난 창작 먹성 자체에는 박수를~!
요것도 감상해보시며 내년에는 그의 선전을 기원해 봅니다~!
대만의 뮤직 트렌드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이해할 수 있었던 좋은 자리를 준 리키와 쳰웨이에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