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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닷 Jul 11. 2016

[문화] 대만 노래방(KTV) 문화 탐방

음주가무는 만국의 공통어렸다!?

지난 번 블로글 (블로그에 남긴 글ㅎㅎ)이 음악 시상식이었던 관계로 이번엔 음악과 관계가 있는 대만의 노래방 문화에 대해 소개해 볼까 합니다.

학생 시절 이후로 제가 노래방을 잘 안 가는 이유는 여럿 있는데,
첫째, 노래를 잘 못 부르고,
둘째, 목이 쉽게 쉬는 타입이며
셋째, 아는 중국어 노래가 없기 때문인데요.
노래방을 자주 가지는 않습니다만 경험 차원에서 현지 친구들을 따라 몇 번 대만의 노래방에 쫄래쫄래 따라가 본 적이 있습니다.

사실 대만의 노래방 문화도 한국의 그것과 그리 다르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노래와 춤이 들어가겠고, 흥을 돋우기 위해 술이 추가되기도 하는... 뭐 세계 어디를 가나 음주가무라는 게 다 비슷하죠... 

그렇다고 독자님들께서 거기서 거기인 문화를 알고자 제 블로그를 찾는 건 아니실 거란 걸 알기에... 준비했습니다.

#1 명칭

우리나라에서의 통상 소개가 그러하듯, 호칭부터 정리하고 들어갑시다.

[1] 일본의 '카라오케'
다들 아시는대로 일본은 노래방을 '카라오케'라고 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카라오케는 '가짜'라는 뜻은 '카라' 또는 한국에서 속된 말로 '가라'라고도 부르는 이 말은 일어의 '空'자에서 비롯된 것으로 '속이 빈' 즉 '가짜'라는 뜻입니다.  
'오케'는 '오케스트라'를 줄여 부른 말로 흔히 일본에서는 긴 명칭을 짧게 (대부분 4글자로 줄여) 부르는 걸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Digital Camera >> デジタルカメラ(데지타루 카메라) >> デジカメ(데지카메)
Convenience Store >> コンビニアンス・ストアー(콘비니안스 스토아) >> コンビニ(코ㄴ비니)
PlayStation >> プレーステーション(플레에 스테에숀) >> プレステ(프레스테)

뭐 이런 식이죠. 한국은 받침 덕분에 좀 더 짧게, 디카 / 플스 이런식으로 맨 앞자만 따서 부르는데 일본인들의 성 (나카무라, 야마모토) 같이 4글자에 익숙한 일본인들은 이렇게 보통 앞 두 글자를 붙여 4글자로 줄여 부르는 걸 좋아합니다.

이야기가 좀 셌지만 이런 연유로 '가짜 오케스트라' 즉 노래를 위해 기계가 연주해주는 시스템을 '카라오케'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2] 한국
한국은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노래방'이라 부릅니다. 이유는 당연히 '노래를 부르는 방'이기 때문인데요. (참 직설적으로 잘 지었네요 ㅎㅎㅎㅎ)
다만 노래방이 남녀노소 누구나 다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면 '콜라텍'은 비교적 미성년자 학생들을 위한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고 '카라오케'는 성인남녀가 가고 술이 동반되는 노래방이라는 인상이 좀 강한 차이점이 있겠습니다.

[3] 대만
이건 비단 대만 뿐 아니라 중화권에서 통용되는 용어인 듯 합니다. 여기선 노래방을 KTV라고 부릅니다. 

중화권에서는 드물게도 영어 그대로 써서 부릅니다. ('인턴'을 實習生(실습생), '아이언맨'을 鋼鐵人(강철인), '캡틴 아메리카'를 美國隊長(미국대장)이라고 부르는 곳 치고는 다소 생소해 보입니다 ㅎㅎㅎㅎ)

“나, 미국대장일세~"


#2 유명 브랜드

일본은 カラオケ館 (카라오케칸)줄여서 カラカン(카라칸, 이것도 4글자네요 ㅎㅎ 카라카응 ㅎㅎㅎ)
한국은 秀노래방 (요즘엔 또 뭐가 유명한 지 잘 모르겠네요 ㅎㅎ)
대만은 錢櫃(쳰꿰이) 또는 Cashbox라고 불리는 곳이 타이페이에 사는 사람이라면 딱 듣고 아 거기 할 정도로 유명합니다. 

일본의 카라오케칸 (좌) / 한국의 수 노래방 (중) / 대만의 캐쉬박스 (우)


#3 음식을 먹는다

일본 또는 한국 노래방 문화는 보통 식사를 다 마치고 2차로 가는 느낌이 강하다면, 대만은 그냥 올인원 입니다.ㅎㅎㅎㅎ 노래 부르면서 먹습니다 ㅎㅎㅎ
음식은 KTV에서 직접 시켜 먹기도 하고 본인이 '테이크인'(즉 밖에서 사와서 먹음)도 가능합니다.


#4 노래는 끝까지 부른다

이건 대만과 일본이 비슷한 거 같은데요.. '빨리빨리'로 유명한, 성격 급한 한국인들은 2절까지 풀로 다 부르는 거 답답해서 못 기다립니다 ㅎㅎㅎㅎ 간주점프는 기본이고 어지간히 1절 불렀으면 2절 가기 전에 꺼주고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는 게 빨리빨리 많은 사람들이 많은 곡을 부르는 지혜이겠지요.
반면 일본도 그렇지만 대만에서도 일단 한 번 곡 넣으면 끝까지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ㅎㅎㅎㅎ
저도 한국에서 오래 있어서인지 가끔 이럴 때 막 노래방 기계의 '취소' > '시작'을 누르고 싶은 욕망이~!!! +_+ 

자주 누르는 버튼은 색깔로 강조해 놓은 건가....


#5 레파토리가 적다

이건 언어와 보다 밀접한 연관이 있는 거 같은데요. 표음문자인 한글과 일어와는 달리 표의문자인 한자로는 발음기호를 표시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중국에는 병음(拼音)이, 대만에는 주음(注音)이라는 알파벳 체계가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한자의 발음을 가르치기 위한 보조수단이지 언어의 일부라고 보기는 좀 어렵다고 생각함)
따라서 중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의 경우,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 기계가 서포트 해주기가 어렵습니다. 

외국노래 가사를 한자로 어떻게 표시하면 좋을까...!!

한국 노래방 기기의 경우, 일어 노래를 부르면 밑에 한글자막이 붙는 걸 생각해보면 좀 더 알기 쉬울 겁니다. 근데 대만 노래방에는 이런 게 없습니다!! ㅠㅠ 노래 부르려면 그 나라 언어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 한국/일본 노래방 기기를 보유한 곳을 제외하고는 중화권 노래 및 팝송이 전부여서 저는 손가락을 빨고 있어야 했다는... 또르르....

#6 돈 내는 방식

이것도 한국만 방식이 독특한 듯 합니다.. (외국 나가기 전에는 이게 정상인 줄 알았습니다만..)
우리나라는 보통 1시간에 얼마 이런 식이기 때문에 여러 명이 갈 수록 절약이 됩니다. n분의 1로 계산하면 되기 때문인데요.
일본이나 대만은 몇 명이 들어가냐에 관계 없이 다 같이 1인당 얼마. 즉 두당 계산을 합니다. 이 말인 즉슨 여러 사람이 한 방에 들어가면 한 사람당 부를 수 있는 곡/시간이 한정돼 있으므로 더 적게 부르되 가격은 똑같이 내야하니 한국과는 반대로 오히려 손해라는 겁니다...
여럿이 가야 재밌는데... 오히려 적게 부르고 돈은 그대로 내야 하니...한국인으로선 조금 억울할 수도 있는 부분이겠습니다.

#7 노래방 분포

한국에는 뭔 '방' 문화가 이리도 많은지 옛부터 노래방, PC방, DVD방, 플스방, 보드게임방 등등 아무 놀이에다가 방 자만 붙인 가게들이 판을 쳤었습니다. 노래방도 체인점보다 영세 노래방들이 판을 칠 정도죠. 하지만 일본이나 대만은 큰 체인들이 대세를 이루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냥 동네 돌아다니다가 노래방 찾는 게 쉽지 않음을 발견하실 겁니다. 

어질어질 하네요... @@


위를 일목요연하게 차트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겠네요.. (뭐든 도식화하는 버릇이 생김 ㅎㅎ)


재밌는 에피소드 몇 가지,
#하나 "불시검문"
캐쉬박스는 거의 10층 정도 되는 높이의 건물이 통째로 노래방으로 운영되는 유명 대형 체인인데요. 마치 무슨 B급 호텔 같은 느낌 마저 듭니다.
로비도 으리으리 하고 엘베를 타고 위로 올라가면 문들이 복도를 따라 쫙 늘어서 있는데요. 문제는 문에 창문이 안 달려 있어서 안에 누가 있는지,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알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성행위나 마약 등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합니다. 관련 사진은 여기 참조 
그 여파 때문인지 최근들어서는 경찰 떼들이 로비에 상주하며 불시 검문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한 번 받기도 했는데 경찰이 들이닥쳐 갑자기 전 인원의 신분증을 검사합니다. (한참 잘 놀고 있는데 들어오면 흥 다 깨지죠..ㅠㅠ)

로비에 쫙 깔린 경찰인력들... 거의 20명도 넘었던듯...;; (좌, 중) / 실제 검문 받는 저희 방 (우)


#둘 “깡통 던지기"
대만애들하면 뭐랄까 술 잘 안 마시고 저녁 되면 집에 얌전히 돌아가 가족들과 식사하는 이미지가 강한데, 이건 일반적인 케이스고 술 좋아하고 와일드하게 놀 줄 아는 대만애들은 또 나름 와일드합니다. 맥주캔을 엄청 시킨담에 다 마시면 저렇게 손으로 찌그러트린 후 바닥에 내동댕이 칩니다.. (치우지도 않고 저렇게 계속 쌓아둡니다 ㅎㅎㅎ) 

사실 한국은 소주를 마시는 일이 많고 맥주도 병으로 시켜서 그냥 얌전히 옆에 진열해두는 거라고 봅니다... 던지면 아주 아작이 나니...ㅎㅎㅎㅎ
아직까지 제가 돌아다녀본 아시아 국가 중에선 술로 한국을 당해낼 곳은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ㅎ (딱히 자랑스럽다거나 한 건 아님 ㅎㅎㅎ)

에필로그
이 전에 아이돌 문화에 대한 글을 다룬 적이 있었는데요. 이것도 #6~7 포인트와 연관성이 없지는 않은 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어디에서나 노래방 기기와 함께 노래를 즐기는 한국인들이 비교적 대중적인 노래를 접하고 이를 연습하기가 용이합니다. 그래서 그런 지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도 많고 거기에서 일반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노래실력을 갖춘 참가자들이 허다하죠.

반면 대만(이나 일본도 비슷한듯)은 이렇게 레파토리가 있는 대중가요보다는 자기만의 색깔을 갖춘 인디풍에 좀 더 중점을 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한국도 인디 가수들이 홍대 등을 중심으로 얼마전부터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그래서 뭔가 조용하고 자기의 느낌을 속삭이는 듯한 노래들이 주류를 이루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았던 건, 한국처럼 노래를 잘 불러야 하거나 재밌어야 할 필요 없이 눈치 보지 않고 자기 페이스대로 부르고 싶은 사람만 편하게 즐기는 대만인들 특유의 문화... 한국인들에겐 덜 자극적일 지 모르겠지만 이런 작은 습관들이 대만에서의 삶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는 요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아래는 동료 페어웰 파티 겸 방문했던 캐쉬박스 노래방 사진입니다~

자기 페이스대로 부를 사람 부르고 먹을 사람 먹고, 아주 자유로운 흔한 대만 노래방 풍경~ㅎㅎㅎ

음 20명에 가까운 대만애들끼리 중국어로 떠들고 노래 부르는 통에 보릿자루처럼 있으니까 팝송이라도 부르라며 권해서 저도 한 곡 뽑아 봤습니다... (한국 노래가 너무 없어서 아쉬운 것 하나랑, 대만 생활 1년도 넘었는데 중국어로 부를 줄 아는 노래가 아직까지 없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습니다 ㅠㅠ)

한 방에 참 어마어마하게 많은 인원이 들어왔었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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