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에서 배우는 비즈니스 아니 인생 교훈
어느덧 가을이 끝나가는 시기인데 철 지난 서핑 블로그 후기를 올리는 저입니다.
이번 여름에는 친구들을 잘 만난 덕에 매주말마다 차를 얻어타고 타이페이 근교의 이란(宜蘭)이라는 곳 중에서도 서핑으로 유명한 우스강(烏石港) 옆의 와이아오(外澳)에 가서 하루 종일 서핑, 선탠을 번갈아 가며 답답한 도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네요~
이 번엔 마침 다이빙을 좋아하는 분과 같이 갔습니다. 물 속에 들어가시는 걸 워낙 좋아하시는 지라 잘 됐다 싶어서 동행..
오전은 날씨 쥑이네요~!! +_+
후딱 옷 갈아입고 당장 바닷가로 튀어갔는데 간만에 가서 인지 파도를 타기는 커녕 자꾸 보드 위에서 자빠져서 힘만 엄청 빼고 왔네요 ㅠㅠ
처음 온 민제님도 감을 못 잡긴 마찬가지...
나름 경험 좀 있다는 스옌이 강의도 해줬건만 ㅎㅎ
그렇게 오전이 휘리릭 지나가고 저희는 바로 점심 식사를 하러 이란 시내 쪽으로 향해봅니다~
시내 시장~
여기가 지난 번 점심 식사를 했던 20년 전통(?)의 대만 서민 식당~
그리고 이번에 오게 된 '우' 량몐.
舞涼麵
No. 87, Kailan Rd, Toucheng Township, Yilan County, 대만 261
지난 번에 오려고 했었는데 그 땐 문을 닫아서 아쉽게 발길을 돌렸어야 했더랬죠.
주 메뉴는 '퓨전 냉면'인데.. 사실 냉면이라고 하지만 대만에서는 '량몐'으로 불립니다.
차이는 량몐은 보통 국물이 없고 시원한 면발에 소스와 비벼먹는 대만식 냉면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이곳은 한국, 일본, 태국, 이태리, 월남 등등 외국풍 소스를 응용한 퓨전 량몐.
잘 모르시면 좌측에 '추천' 말풍선 들어간 메뉴를 시키시면 됩니다~ 오른쪽 체크란의 좌측이 일반사이즈 우측이 곱배기.
실내는 서핑 및 각종 지역 신문기사들로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놓았습니다~
식탁도 무슨 초등학교 책상을 갔다 놓아서 그런지 아주 앙증맞고 귀엽네요 ㅎㅎㅎ 낙서까지 있는 게 아마 어디서 쓰던 걸 잘 공수해 온 모양이네요~ㅎㅎㅎ
다만 다리 기신 분들은 다리가 안 들어간다는 단점이...ㅠㅠ
사이즈를 온몸으로 보여주시는 민제님 ㅎㅎ
이게 민제님이 시키신 로송(肉鬆)이 들어간 량몐
로송은 말린 고기 덩어리를 갈아서 후레이크로 만든 대만식 음식입니다.
(사실 저는 별로 입맛에 안 맞았는데 민제님 입에는 엄청 잘 맞아서 다행 ㅎㅎ)
제 건 태국식이었는데 이게 또 제 입에는 기가 막히게 맞아서 그냥 말 그대로 폭풍 흡입...ㅠㅠ
아 진짜 까무러치게 맛있습니다 ㅎㅎㅎ 하마터면 한 그릇 더 시켜 먹을 뻔한 걸 가까스로 자제했네요...
라임의 새콤함과 태국음식 특유의 매콤함이 저 땅콩의 고소함과 그냥 입 속에서 오케스트라를 @@
이건 대만 친구들이 시킨 면들... 근데 저는 태국 량몐 먹고 실신해서 이것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군요 ㅎㅎㅎ
코코넛 밀크라 했었나? 대만애들이 시킨 후식~
여기가 가게 전경~ 보통 영업시간이 굉장히 짧은데다 사람들도 많아서 좀처럼 먹어보기 힘든 곳이었는데 이 날만큼은 성공!!
그리고 나서 후식으론 욕쟁이 아주머니가 하시는 과일쥬스 집, 무과왕! 한국어로 해보면 '파파야 킹' 정도 되겠네요 ㅎㅎㅎ
흔히 그렇듯 장사가 잘 되면 가게 주인이 좀 거칠어도 손님이 '을'이니 그냥 냉큼 자기 드링크 받아서 가야죠 ㅎㅎㅎ 암 요 ㅎㅎㅎ
여기는 주문서를 작성 후 손님이 직접 주문 내용을 복창해야 하는 시스템..ㅎㅎㅎ
저도 지난 번에 시도했는데 어버버한 중국어로 하다가 결국 주인 아주머니가 됐다 며 본인이 체크하심 ㅎㅎㅎㅎ
오후도 여전히 화창한 날씨~!!!
밥 먹고 나른하겠다. 그냥 저 멀리 바다를 쳐다보면서 각자 멍 때리며 휴식~!
간만에 포켓몬 고 켜봤는데 암것도 없고 그냥 바다네요 ㅎㅎ
오후에 서핑 좀 다시 타려고 하니까 갑자기 급 흐려지는 날씨...
저 멀리 귀산도쪽으로 구름이 쫙...
민제님 인생샷 하나 건져드리고...스스로가 생각해도 너무 멋있어서 그대로 하나 찍어달라고 했는데...
역시 인생은 타이밍입니다...ㅠ
비가 많이 내려서 스맛폰으로 사진을 찍기가 후달리더군요 ㅠ
스옌양도 맛간을 이용해 하나 찍어주고 ㅎㅎ
민제님이 찍어주신 서핑 사진들 ㅎㅎ
일어서서 타는 장면을 잡아야 하는데 고생 좀 하심 ㅎㅎㅎ
서핑을 하면서 이게 참 비즈니스와 유사한 면이 많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더군요.
1. 조류를 잘 타야 한다
서핑은 먼 바다에서 파도의 뿌리를 잡고 길게 탈 수도 있고 해변 가까이서 잔파도를 타고 짧게 타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자는 파도를 잡기가 어려운 대신 한 번 잘 잡으면 해변까지 오랫동안 길게 탈 수 있어서 좋고, 후자는 파도가 약해 잡은 후에 보드 위로 서서 타긴 쉬운데 대신 그 스팬이 짧다는 단점이 있죠.
어쨌든 세상의 새로운 어마어마한 트렌드는 몇 년 아니 몇 십년 안에 한 번 오는 것... 이 파도를 잘만 잡으면 스마트폰으로 재기에 성공한 애플, 중국 이커머스 시장을 잡은 알리바바처럼 어마어마한 회사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언제 어느 시점에서 파도가 오는 지 그 시류를 잘 파악하고 대비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2. 파도를 포착하면 그 조류를 탈 속력을 내야 한다
자기가 탈 수 있을만한 크기의 파도가 몰려오면 이제 전속력으로 패들링을 시작해야 합니다.
속력을 내지 못할 경우 파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파도는 나를 남겨둔 채 혼자 해변을 향해 무심하게 지나가 버리고 맙니다.ㅠ
비즈니스에 비유하자면, 조류가 올 것을 미리 예측하고 이게 실제로 발현되는 시점에 맞춰 서비스 또는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조류가 유행의 정점에 서기 전에 어느 정도 준비를 맞춰야 합니다. 만약 이 때 준비가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유행이 다 지나가 버린 뒤에 서비스가 출시되는 불상사가 생기고 맙니다.
3. 서핑 보드 위로 올라 설 수 있는 순발력과 근력이 필요하다
파도를 타서 제 때 서비스/제품을 출시했다고 해서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강한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 냉큼 일어날 수 있는 순발력과 근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곧 서비스와 제품의 경쟁력이겠죠.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파도에 대응해 중심을 고쳐 가며 침착함을 유지해야 조류를 오랫동안 안정적이게 탈 수 있습니다.
4. 무엇보다 인내심이 중요하다
물론 서핑의 천재(스티브 잡스와 같이 천재 사업가)라면 쉽게 쉽게 서핑을 즐기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새 고꾸라지고 세탁기에 들어간 빨래감마냥 파도에 휩쓸려서 물도 좀 먹고 하기 마련입니다. 파도가 바램처럼 그리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정말 오랜만에 왔다고 해서 마음 같이 이를 멋지게 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점은 끈기 있게 기다리며 준비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면서도 낙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인내심과 패기인 듯...
결국 서핑이라는 일련의 과정 자체를 즐겨야 진정한 서퍼가 되지, 몇 초 안되는 짜릿함만을 기대했다면 금방 포기하고 서핑의 즐거움을 만끽하기 어려울 것이다.
먼 바다에서 잡은 파도는 아니지만 어디서 타건 파도 위에 둥둥 떠가는 듯한 기분은 정말 서핑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느낌이다. ㅎㅎ 속된 말로 이 맛에 서핑하지 싶다 ㅎㅎㅎ
어둠이 깔리고 근처 펜션에도 불이 들어온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서핑 샵 Hi Surf
그리고 나서 저녁 식사 장소로 이동~!
저녁은 지난 번에도 온 적 있는 화덕 피자 집~!
이번에는 피자에 더해
오징어 구이
그리고 배고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스테이크까지 ㅎㅎㅎㅎ
타이페이 도착해서 음료 사러 들어온 편의점에서 발견한 오동통한 바나나 ㅎㅎㅎ
옆에 있는 바나나와 비교해 보면 얼마나 거대한지 아시겠죠?
그래도 올 여름은 원 없이 서핑 많이 해서 정말 좋았습니다.
다음 번엔 옆 산에서 패러글라이딩도 해보고 싶네요~
타이페이 날씨도 이제 선득합니다.. (뭐 한국은 이미 겨울 날씨에 가까워졌겠지만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