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끝나가며 상실을 느끼다.

by RAMI

겨울이 끝나가나 보다.

길게 이어지던 흐린 하늘은 요 며칠 사이 유난히 푸르렀고, 온기를 잃었던 햇볕은 따듯하게 피부에 닿아 머물렀다. 숨을 내쉴 때마다 얼어붙던 공기도 어느새 풀려 있었다. 기온은 영상으로 올라섰고, 옷차림은 조금 가벼워졌다. 겨울은 아무 말 없이 다음 장으로 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겨울이 끝나가나 보다.


유독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겨울이 항상 힘들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나는 이 변화가 반갑기보다는 조금은 아쉽다. 겨울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떠나려는 모습을 보니 괜히 붙잡고 싶어졌다. 춥고, 느리고, 불편했던 계절이었는데도 말이다.


겨울은 많은 것들을 멈추게 한다. 약속은 줄어들고, 몸도 움츠러든다. 밖으로 나가기보다는 안으로 숨어들게 되고, 속도를 내기보다는 버티는 쪽으로 선택하게 된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많은 것들을 미뤄두었고, 생각보다 많은 감정들을 꺼내 보이지 않은 채 품고만 있었다. 그래서인지 겨울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단순히 계절의 변화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떠나보내야 할 것들이 함께 밀려 나가는 것 같아서이다. 꼭 소중해서만은 아니다. 가까웠기 때문도 아니다. 오히려 애매하게 곁에 있었고, 특별히 붙잡지 않았던 것들이 조용히 빠져나가는 순간에 나는 알지 못하는 상실에 흔들린다.


누군가는 타 지역으로 떠났고, 누군가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특별히 친하지 않았던 동료의 퇴사 소식도 있었고, 거의 30년 가까이 연락하지 않았던 지인의 부고를 전해 들은 날도 있었다. 관계로만 따지면 애도의 자격을 묻고 싶어질 만큼 멀어진 사람들이었다. 그런데도 그 소식은 내 안에 분명히 흔적을 남겼다. 설명하기 어려운 상실감이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마음이 무거운 걸까. 왜 붙잡고 있지 않았던 것들까지 잃어버린 느낌일까?"


아마 상실이라는 감정은, 애착의 크기와는 무관한지도 모르겠다. 함께 있었던 시간, 공유했던 공간, 그 사람이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계절처럼 내 삶에 스며들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누군가가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계절처럼 내 삶에 스며들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떠남은 늘 갑작스럽고, 준비되지 않은 이별처럼 느껴진다. 좋아하지 않았던 겨울이 끝나가는 순간에도, 나는 그 겨울과 있던 나의 시간을 함께 떠나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지난 10년의 일기를 다시 읽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