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애, 하고 싶다가도 하기 싫은 것

15화. 혼자인 게 익숙한데, 가끔은 누군가가 그리워진다

by 딩끄적

가끔 그런 날이 있다. 혼자 있는 게 편했는데,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누군가와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 서로 사랑스러운 눈빛을 주고받는 연인들을 스치듯 마주할 때. 그럴 땐 문득, 나도 누군가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애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라기보다는 그냥, '나도 그런 존재가 있었으면'하는 바람이다. 혼자 지낸 지 오래됐고, 혼자서도 꽤 잘 살고 있지만 마음 한편이 허전하고, 텅 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불안한 건 아니지만, 가족이나 친구에게서도 채워지지 않는 종류의 외로움이 있다.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어떻게 해야 가라앉을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이상한 기분. 유쾌하지만은 않은 감정이 조용히 파도처럼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혼자 있는 시간이 편안하고 참 좋다. 나가 놀고 싶으면 친구를 만나면 되고, 쉬고 싶을 땐 아무 방해 없이 쉴 수 있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내 맘대로 시간을 보내면 된다. 배우고 싶은 게 있으면 마음껏 도전할 수 있고, 취미 생활에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자유로움. 이런 자유로움이 지금의 나를 기분 좋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나를 보고 '자유로운 영혼'같다고 한다.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아마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며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뭐, 어쩌자는 건데? 연애를 하고 싶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뭘 말하고 싶은 거야?"

그러니까, 내 말은... 나도 잘 모르겠다는 거다. 하고 싶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대체 어쩌고 싶은 걸까? 그 감정의 경계에서 매번 서성이는 기분이다.


언젠가 사촌 동생이 물었다. "누나는 남자를 만날 생각이 아예 없는 거야?" 순간 당황했지만, 애써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니, 생각이 없는 건 아니야. 좋은 사람이 있다면 만나겠지. 근데 지금 내 생활이 너무 익숙하고 편해서 정말 좋거든. 그래서 쉽지 않은 것 같아."


누군가를 만난다는 건 내 마음과 시간을 기꺼이 나누는 일이다. 오롯이 나 자신에게만 쏟던 관심과 에너지를 나눠야 하는 일이다. 지금의 나는 내 감정에 귀 기울이며 내가 좋아하는 걸 배우고 있다. 나를 돌보고, 나를 알아가는 데에 시간과 마음을 쏟고 있다. 이런 내가, 누군가와 그것들을 나눌 준비가 되어 있을까? 지금의 나를 조금이라도 내려놓을 수 있을까?


가끔은 그 반대의 걱정도 든다. 너무 좋아해서, 너무 빠져들어서 나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좋으면 한없이 좋아하는 내가 모든 걸 내려놓을 만큼 너무 좋아서 내 중심을 못 잡을까 봐. 물론 지금의 나는 많이 단단해졌으니까 그러지 않으리라고 믿는다.


이렇게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 보면 결국 연애는 하고 싶다가도 하기 싫다는 결론이 나버리고 만다.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그 마음을 따라 누군가를 향해 애쓰고 싶은 열정이 없는 것 같다. 애쓰고 싶은 상대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건 억지로 한다고 될 일은 아니라는 걸 안다. 지금의 나는, 아직은 나를 가장 많이 사랑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언젠가, 내가 나로서 편안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그때는 연애가 '하고 싶다가도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당신이라면 연애가 하고 싶어요'가 되지 않을까.

keyword
이전 14화그 나이엔 결혼했을 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