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마음의 여유를 가진 삶
조금은 여유 있게 눈을 뜨고, 그대로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며 맞이하는 주말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 오전에 온 밀린 카톡을 하나하나 답장하고, 느긋하게 아점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나는 이렇게 여유 있게 맞이하는 평범한 시간들이 너무 좋다. 누군가 보기엔 '특별할 것 없는 하루'지만, 나에겐 마음의 여유가 있는 참 좋은 날이다. 특별하게 보내는 하루만이 '행복'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날이랄까.
있는 그대로의 내 삶이 정말 좋다. 누군가의 기준이 아니라, 내 기준으로 선택한 나의 행복한 일상. 여전히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이제는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방 안에서 혼자 조용히 글을 쓰는 시간, 가끔 카페에 가서 책을 읽는 시간, 좋아하는 예능을 보며 뜨개질하는 시간, 그리고 피아노를 치는 시간. 누군가와 함께하는 시간도 여전히 좋지만, 요즘은 오로지 나와 마주하는 이 시간들이 더 좋아졌다.
나와 마주하는 시간들을 보내며 인생에서의 '여유'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동안은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를 하며 살아왔다.
'누구는 임용에 합격했다더라'
'누구는 연봉이 얼마라던데'
'누구는 결혼한대'
나는 임용에 합격하지도 못했고, 연봉도 적고, 결혼도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주눅이 들었고, 다른 사람들은 잘 사는데 나만 초라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마음의 조급함을 안고 살아왔다.
그럴수록 나도 보이는 것을 즐기려 했다. 내면을 채우는 게 아니라, 단순히 먹고 즐기는 일. 서른 즈음의 나는 친구와 만나서 노는 게 즐거웠고, 집 밖을 나가는 것이 즐거웠다. 평일엔 일 끝나고 친구와 놀기 바빴고, 주말에도 무조건 밖으로 나갔다. 심지어 공부를 할 때도 집보다는 카페든 도서관이든 어디든 나가려 했다. 집이 싫은 건 아니었다. 혼자 있는 것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더 좋았을 뿐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아마 자신의 초라함을 감추기 위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초라함은 감출 수 없었다. 먹고, 즐기고 놀다 보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럴수록 난 더 초라해졌고, 인생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본 책 한 권이 내 인생을 바꾸기 시작했다. 바로 '부를 끌어당기는 글쓰기'였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어떤 글이든 일단 쓰고 싶은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렇게 내 인생에 '글쓰기'라는 새로운 시간이 찾아왔다.
글쓰기를 시작하고 난 후,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삶에 대한 태도가 더 진지해졌고, 조금 더 내 삶을 들여다보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나만의 속도로 삶을 나아가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도 알게 되었다. 중요한 걸 깨닫고 나니, 마음속에 있던 조급함이 사라졌다. 글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진짜 나를 만나고, 소중한 이웃들을 만나며 행복함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더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삶을 즐길 여유를 갖게 되었다. 오래도록 염원하던 피아노도 다시 시작했다.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고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삶에서 운동처럼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나를 기쁘게 할 '하고 싶은 일'도 있어야 한다는 걸. 나에겐 그게 피아노였다. 가끔 피아노가 미치도록 치고 싶었던 날들이 있었다. 돌아보니, 그런 날은 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날이었다. 요즘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고 나서 나는 감정적으로 조금씩 안정되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며 보내는 하루는 정말 행복하다. 어찌 보면 매일매일이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는 가득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들과 비교하는 삶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으로 세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시간이 부족할 수는 있지만, 마음의 여유가 가득한 지금의 삶이 나는 꽤 만족스럽다. 그리고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나는 이렇게 나를 들여다보며 살아가고 싶다. 흥청망청 즐기는 인생이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갖고 즐기며 살아가는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