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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여행기_4. 감각수업(Sensory course)

오감수업과 영어리스닝

'Tasting and Cupping'


첫째 날 수업의 주제이다.


-테이스팅(Tasting)-


추출된 에스프레소의 아로마(Aroma)를 시각과 후각을 사용해 커피원두의 맛과 품질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오감을 사용한 자각으로부터 감각적인 분석까지 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상세히는 '자극(Stimulus)' '감각(Sensation)' '자각(Perception)'의 세 과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자극: 생체에 작용하여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일. 또는 그런 작용의 요인

*감각: 눈, 코, 귀, 혀, 살갗을 통하여  바깥의 어떤 자극을 알아차림

*자각: 자기 자신을 의식하는 상태


[출처: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자극은 오감을 자극하는 화학적 물리적 요인이 존재한다. 에스프레소의 맛과 아로마, 그 향을 머금은 크레마 정도가 될 듯하다. 감각은 주관적인 인상이 더해진다. 자각은 자극을 통한 감각을 하는 스스로의 상태를 의식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기록을 남긴다.


가장 먼저 한 작업은 코로 냄새를 맡아서 아로마향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강사가 수십 개의 시향용 샘플 오일통이 담긴 상자를 열어 보인다. 맑은 색부터 노란색, 짙은 갈색까지 다양한 색깔이 있었다. 오일의 냄새를 하나하나 맡고 그 원료가 무엇인지 추측하는 과정이었다. 사과향부터 시작해 꿀, 후추, 양파, 다크 초콜릿, 탄내까지 약 40개의 향을 구별해 보았다. 쉽지 않았다. 아로마향은 언뜻 맛(Tasting)과 비슷하면서도 달라서 구분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로마향은 크게 '효소향(Enzymatic)', '슈가 브라우닝(Sugar Browning)', 증류수 향(Dry Distiliation)' 이렇게 3가지에서 다양하게 뻗어 나간다. 예를 들면 슈가 브라우닝 냄새에서 캐러멜향--> 사탕향--> 구운 아몬드 향 이런 식으로 추측해 나가는 것이다. 슈가 브라우닝은 황색설탕을 녹였을 때, 물엿처럼 캐러멜화 되는 이미지로 연상하면 될 듯하다.



맛을 구분하는 과정은 비교적 간단했다. 작은 알갱이로 된 사탕 비슷한 것을 직접 맛보며 레몬, 복숭아, 사과 등의 맛을 구분했다.


난 아무래도 이 분야에 재능이 없는 듯하다. 달콤한 캐러멜향을 맡으면 그 캐러멜을 삼켜서 씹어 넘기는 이미지가 자동으로 연상된다. 매캐한 재 냄새가 아니고서야 웬만한 냄새는 이미 맛으로 데이터가 넘어가 버린다. 테이스팅의 세계에서는 맛과 향을 명확히 구분한다.



[이미지 출처: Coffee Taster's Flavor Wheel _Specialty Coffee Association]


이제 에스프레소 테이스팅을 해 볼 시간이다. 각자 '에스프레소 테이스팅 평가지'를 한 장씩 받았다. 전문 심사단이 된 기분이 든다. 평가항목은 크레마, 아로마, 맛, 바디(Body), 식음 후(after taste) 이렇게 다섯 가지이다. 브라질, 에티오피아 등 서너 가지의 원두가 작업대에 올랐다. 먼저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한잔씩 받아 들고 눈으로 크레마의 색을 평가한다. 작은 스푼으로 크레마를 걷어보면서 탄력성을 평가해 보고 크레마가 얼마나 오래 남아있는지, 지속성도 평가한다.


두 번째 단계는 후각을 통한 평가이다. 약 15cm가량 떨어진 위치에서 아로마의 향이 얼마나 강한지 냄새를 맡아본다. 크레마를 숟가락으로 걷으며 킁킁(sniffing) 거리며 냄새를 맡는 작업을 5번 반복했다. 아로마향이 강하면 높은 점수를 약하면 낮은 점수를 매긴다.


다음, 가장 중요한 입으로 평가하는 단계이다. 드디어 에스프레소의 맛을 볼 수 있다. '신 맛'은 적당하면 괜찮지만 그 맛이 너무 강하면 원두에 결함이 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쓴 맛'이 너무 강하다면 로스팅 시간이 너무 길었음을 의마하기에 이것 역시 결함이다. '단 맛'은 보통 아라비카 원두에서 발견되지만 보통 에스프레소 로스팅에서는 맛보기 어렵다.


에스프레소 샷을 마실 때, 혀와 입천장과 곳곳에 닿는 감각으로도 커피를 평가한다. 에스프레소 샷이 목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입속이 수축되는 느낌-떫은 감을 먹었을 때와 비슷한 감각-은 종종 설익은 커피콩에서 추출된 에스프레소를 마시게 된 경우다. 바디(Body) 감은 밀도와 점도로 구성된다. 전반적으로 아라비카 원두가 로부스타 원두보다 바디감이 낮다고 표현된다.


마지막으로 에스프레소 샷을 모두 다 마시고 난 후, 입속에 남은 아로마향을 평가한다. 이를 '식음 후 품질(aftertaste quality)'이라고 표현하는데, 대게 쓴 커피일수록 아로마향이 오래 남는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면, 총점이 80점 이상이 되는 커피를 스페셜티(Specialty)라고 지칭한다. 한마디로 고급커피인 셈이다.


-점심시간의 기억-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6-7시 사이까지 집중수업을 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강사와 학원 관계자들의 인솔 아래 다 같이 근처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갔다. 10분이 안 되는 거리를 걸어가니 식당이 나왔다. 한국으로 치면 넓은 백반집이라고 할까...


그렇게 첫날 애리조나에서 온 카페식구들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카페사장인 그녀는 남편과 동생, 직원 둘을 모두 데리고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식사를 기다리면서 스몰톡을 시작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소통이 너무 힘들어진다. 그러고 보니 주변이 모두 미국사람들이다. 본토인이 10명가량 되는 테이블에서 나누는 스몰톡이라니... '차라리 영어면접이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당황하자 편도체에 알람이 울리고 물 흐르듯 넘어가는 그들의 발음을 알아듣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Sorry?.... Pardon?.... Can you say that again?"


되묻는 횟수가 점점 많아진다. 그녀는 변함없이 반복을 해준다. 당혹스러운 것은 어느 순간 되풀이 하는 영어 듣기도 어느 순간 귀에서 차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냥 웃음으로 때운다. 더 이상 그 불편함을 참기 힘들어지는 순간, 주위에도 그 불편함이 전해질 때쯤 다행히 식사가 나온다.


때때로 입으로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먹는 데에 집중하면서 곤란한 상황을 잠시 면피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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