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아트를 준비해 보자!
둘째 날이다.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일찍 길을 나선다. 바리스타 학원에서 예약한 에어비앤비 숙소까지는 40분 이상 걸리는 거리이다. 어제 미리 버스표도 구입하고 만반의 준비를 해 두었다. 약간의 여유를 두고 도착한 학원에는 어제보다 1.5배가량 많은 인원들로 이미 붐빈다. 매일 수업 코스가 달라서 약간씩 인원이 달라졌다. 다른 수업은 이론 수업이라면, 바리스타와 브루잉(Brewing). 로스탕(Roasting)은 실습과정이라 볼 수 있다. 수업 시작 한 달 직전에 예약할 때, 이미 브루잉 수업은 자리가 없었다.
-커피의 근본-
커피는 꼭두서니과(Rubiaceae) 식물이다. 약 125계의 종이 있지만 상업적으로 팔리는 건 단 두 가지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라고 한다. 흔히, 산미가 있고 가벼운 바디감이 있는 것이 아라비카 원두이다. 여기에다 달콤함까지 더해진다면 고급커피(Specialty)로 분류된다. Bourbon, Typica, Caturra 등은 아라비카에 속하는 원두라고 보면 된다.
산미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로부스타 원두가가 더 알맞다. 아라비카보다 산미도가 낮고 쓴 맛이 좀 더 강하며 바디감이 무겁기 때문이다. 로부스타 원두가 질병에 강하기 때문에 아라비카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이다.
-카페라테는 예술이다-
오전시간에 이론 수업이 끝나고 오후부터는 기초 바리스타 실전수업이 시작되었다. 어제부터 주야장천 의자에 앉아서 뻐근해진 몸을 일으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한국인의 커피사랑은 단연 세계 1등이다. 압도적인 커피소비량이 그 증거이다.
추운 겨울날, 카페인의 끌어당김에 이끌리듯 어느새 카페에 들어선 당신을 발견하게 된 순간을 떠올려 보자. 당신은 직원에게 따뜻한 카페라테 한잔을 주문하고 직원은 주문받은 커피를 만들기 시작한다. 카운터 넘어서 당신의 카페라테 한잔이 나오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직원은 커피원두를 갈아서 탬핑을 한 다음 에스프레소 샷을 추출한다. 그 사이, 우유를 저그에 붓고 스티밍을 시작한다. '피쉭~' 하는 소리가 나다가 어느덧 소리가 잦아들면 저그를 카운터에 몇 번씩 탕탕 치는 모습을 봤을 수도 있을 것이다. 커피잔에 옮겨 담은 에스프레소 샷 위에 어떤 능숙한 바리스타는 우유를 부드럽게 붓는다. 운이 좋다면, 당신은 커피잔 위에 하트가 그려진 혹은 그보다 좀 더 섬세한 아트가 된 커피잔을 건네받았을 것이다.
먼저 에스프레소는 추출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동일한 원두를 갖고 에스프레소를 뽑아도 바리스타가 바뀔 때, 맛이 변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간단해 보이는 에스프레소 샷을 제대로 추출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섬세한 준비가 필요한다.
에스프레소 두 샷을 기준으로 약 14-16gr의 분쇄된 커피원두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양을 도즈(Dose)라고 한다. 에스프레소(Espresso)는 이 도즈의 두 배의 무게가 되어야 적당하다. 25ml에서 +-3이 그 기준이다. 추출시간은 +-25초가 이상적이다.
우리는 4개의 조로 분리되어 앞서 설명한 기준을 맞추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라인더의 눈금을 조절하며 황금타이밍 +-25초를 맞춰낼 것이다. 저울에 도즈를 맞춘 뒤 편평하게 탬핑을 한다. 탬핑(Tamping) 은 탬퍼로 포터필터에 담긴 분쇄된 원두를 편평하게 눌러주는 작업이다. 이 표면이 평행을 이뤘을 때, 물이 고르게 흘러서 균형을 갖춘 에스프레소 샷이 추출된다. 손목을 사용하지 않고 팔의 힘으로 탬핑을 하기 위한 연습이 필요했다.
에스프레소 샷을 추출하면서 시간을 재는 작업을 반복한다. 만약 추출시간이 너무 빠르면 원두입자가 너무 크다는 뜻이다. 추출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에스프레소가 밝은 갈색을 띤다. 이럴 땐, 그라인더를 조정해서 입자를 더 미세하게 갈아야 한다. 반대로 추출시간이 30초 이상 너무 길면, 이땐 원두입자가 너무 작다는 뜻이 된다. 마찬가지로 그라인더를 조정해서 입자를 좀 더 크게 갈아야 한다. 과다추출된 에스프레소는 너무 짙은 갈색을 띤다.
처음엔 이 개념이 어렵진 않지만 헷갈려서 머릿속으로 이미지화를 했다. 두 개의 투명한 통에 물을 담는데, 한 통에는 자갈돌을 가득 채우고, 다른 통에는 모래로 가득 채웠다. 다음 동일한 양의 물을 부을 때, 자갈이 담긴 통에는 순식간에 물이 자갈을 스칠 것이다. 하지만 모래를 적시기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그라인더를 조정하면서 대여섯 번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25초의 추출시간에 이를 수 있었다. 우리 조는 빠르게 찾은 편이었다. 그때부턴 각자 에스프레소 샷을 추출해서 평가를 할 시간이었다.
최적의 상태에서 추출된 에스프레소는 황금빛과도 흡사하다. 원두에서 나오는 기름(oil)이 부드러운 크림 같은 거품을 만드는데 이를 크레마라고 한다. 얇은 거품과 함께 에스프레소 샷 위에 뜨는데, 맛과 질감 풍미가 가득하다. 에스프레소를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이 크레마이다. 눈으로 코로 동시에 평가한다. 오래 남아 있는 크레마와 강한 아로마향을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렇게 이탈리아식 카푸치노를 만드는 과정까지 하루에 다 마쳤다. 이탈리아식 카푸치노는 다른 곳보다는 거품층이 얇고 부드럽다는 인상을 받았다. 우유를 스티밍(Steaming) 하는 과정은 다음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숙소로 가는 버스시간을 맞추기 위해 급히 길을 나섰다. 기나긴 둘째 날의 수업이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