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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여행기_3. 가자! 낭만의 도시, 피렌체로

이탈리아 커피여행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다. 도심으로 가는 익스프레스 기차를 타고 테르미니역에서 하차한다. 숙소로 가는 길을 구글맵으로 검색한다. 메트로를 타면 약 20분, 걸어서 가면 30분...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구경도 할 겸 걷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아뿔싸!'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걸 깨닫는 데는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문화유적이 있는 관광지 쪽으로 들어서자 끝없는 돌길이 펼쳐진다. 캐리어를 끄는 여행자에게는 고난도 코스다. 유럽의 중세도시의 흔적이 남은 곳은 종종 돌길로 포장되어 있다. 그런데 로마는 그 돌길의 면적부터 남달랐다. 돌도 유난히 크고 돌출되어 있었다.


드르르륵


돌길과 마찰하는 캐리어의 소리가 시끄럽다. 평소보다 3,4배의 힘이 들어간다. 롤러코스터를 타듯 40분 이상 걷다 보니 녹초가 되었다. 중간에 잠깐 길을 잃기도 해서 시간이 더 추가되었다. 구글맵에서 측정한 시간은 맨몸으로 걷는 시간이었을 테다. 당연한 얘기이긴 하다. 지도를 보니 숙소까지는 아직 10분이 안 되는 시간이 남았다. 배가 너무 고파서, 일단 지나가다 눈에 띈 식당에서 식사를 먼저 하기로 한다.


주문한 요리는 까르보나라 + 에스프레소 + ㅇㅇㅇ 샐러드로 구성된 메뉴였다. 아직 점심메뉴라서 이 모든 게 15유로였다. 토마토와 허브를 곁들인 바게트, 마른 삼겹살과 멸치가 들어가서 짭짭할 파스타, 그리고 식후의 에스프레소 한잔까지 훌륭한 식사를 마쳤다. 관광객으로 붐비는 로마였지만, 이탈리아의 인심은 나름 후했다.


늦은 점심은 거하게 먹었으니 저녁은 간단하게 커피 한잔 하기로 하고 카페를 찾아 숙소 밖을 나선다. 노상 카페에 자리를 잡고 커피를 마신 뒤 트레비 분수를 잠깐 구경하기로 한다. 구글맵을 켜서 찾아가는데, 미약했던 두통이 점점 강도를 더해간다. 원래 길치인 데다 두통까지 겹치니 더 이상 관광에 대한 욕구가 사라졌다.  


'일단 숙소로 가서 쉬어야겠다.'


트레비분수를 포기하고 숙소를 찾아 나서는데 갑자기 분수대가 보인다. 뒤에는 바로 신전같이 생긴 건물이 있고 그 일대가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분수대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서 앉아 쉬는 사람들, 사진 찍는 사람들, 샌드위치로 저녁을 먹는 사람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포기했던 트레비 분수를 보게 되다니, 역시 로마다. 길을 잃어도 얼떨결에 관광지를 마주하게 되는 역사의 장소! 사람들 속에 섞여서 잠깐 신전같이 생긴 계단에 앉아서 쉬어도 보고 분수대 앞에서 사진도 찍고 숙소로 돌아왔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곳은 판테온 신전이었다.


4월의 피렌체 날씨는 햇빛은 뜨겁고 화사하고 건조하다. 헝가리에서 느꼈던 뜨거운 햇빛과 상쾌한 건조함, 마치 양파, 마늘, 파 같은 농작물이 잘 익을 것 같은 풍요로운 날씨 그것의 느낌과 흡사하다. 반팔 여름옷에 얇은 남방을 걸치니 활동하기 최적인 옷차림이 되었다. 긴장과 설레는 마음을 안고 바리스타 아카데미로 이동한다. 다행히 학원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입구에서 잠깐 헤맨 뒤, 공장에서 막 나온 아저씨에게 물어서 지하로 통하는 문을 드디어 찾았다. 지상은 작은 사무실과 로스팅 공장이 있었고, 지하에는 수업을 진행하는 교실과 다른 부대시설이 있었다.


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가니 생각보다는 협소한 공간이 펼쳐진다. 앞에는 커피 머신과 큰 테이블이 몇 개 있었고 동그란 테이블마다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들어가는 순간, 시선이 일제히 모여든다.


"Hello!"


누군가 살갑게 먼저 인사를 해온다. 처음 만나는 커피광들과 인사를 나누고 보이는 자리를 찾아 앉는다. 그 후에도 꽤 여럿의 학생들이 들어오니 좁은 교실이 가득 찬다. 시작하기에 앞서 학원 선생님이 한 명씩 원하는 커피를 뽑아준다. 돌아가며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시작한다.


"Hi, everyone. My name is Julie.  When I worked at a Cafe in Australia, my boss told me that he wanted to visit Italy and taste a cup of coffee right here in Italy. Today, I am here to make my previous Boss' dreams come true."


누군가 큰 소리로 웃는다.


"Just kidding! I want to work as a Barista and blah blah."


바리스타 스쿨의 첫째 날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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