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배달은 아내를 위한 치킨

by 신정현

오늘 배달했던 열 건 중 여섯 건이 치킨이었습니다. 매장마다 스치는 향이 전부 다르더군요. 이 집은 달콤하고, 저 집은 고소하고, 또 어떤 곳은 매콤하고... 덕분에 대한민국의 모든 치킨향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이 일의 큰 장점입니다.

운행 중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저녁 내내 아이 씻기고 집안일 하느라 아직 밥 한 숟가락 못 했다고 합니다. 늘 함께 하던 일들을 아내 혼자 도맡아하니 못내 미안합니다.


“치킨 한 마리 사갈까?”라고 묻자 아내의 웃음이 먼저 들립니다. “오, 좋지!” 그렇게 오늘의 마지막 배달은 아내에게 가는 치킨 한 봉지가 되었습니다.


초보 라이더답게 오늘도 실수를 했습니다. 엉뚱한 봉투를 들고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했고 아파트 동호수를 찾지 못해서 한참을 빙빙 돌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아내와 나눌 수 있는 재미난 에피소드가 한가득입니다.


오늘도 안전하게 일을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치킨 한 봉지 손에 들고 운행을 종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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