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메리 크리스마스!

by 신정현

성탄절 저녁, 배달콜이 쉼없이 울립니다. 정신없이 배달을 하다 보니 식당 사장님들의 공통점을 보게 됩니다. 대부분 고개를 숙인 채 아래를 보고 일하신다는 점입니다. 불 앞에서 요리를 하느라, 테이블 위에서 포장을 하느라 라이더가 오고 가도 고개를 들 틈이 없습니다.

오늘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분들에게 성탄절은 그저 바쁜 평일일지도 모릅니다. 요리하고, 자리 정돈하고, 배달 주문을 받고, 포장하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만큼 바쁜 하루일 겁니다.


그래서 성탄절인 오늘은 인사를 조금 더 크고 더 밝게 건내기로 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사장님, 많이 파세요!”


잠시 멈칫하던 사장님 한 분이 고개를 들고 웃으며 답하십니다.


“(고개를 들며) 어머, 고마워요. 오늘 성탄절이죠. 메리 크리스마스!”


사장님과 처음 눈을 마주쳤습니다. 이 인사가 그분들의 건조한 하루에 작은 물길쯤 내었을까요? 성탄절을 즐길 여유조차 없었을 분들이 미소를 지으십니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에 성탄의 기쁨을 떠올려 보셨으면 합니다.


성탄절의 평화는 어쩌면 인사를 나누는 이 짧은 순간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쁜 손을 잠시 멈추고 서로에게 건내는 짧은 인사와 가벼운 미소를 보니 그런 생각시 들더군요. 그래서 오늘은 마음 먹고 사장님들께 신정현 특유의 복식 발성으로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드리고 있습니다.


식당 문을 나서면서 또 기도합니다. 부디 성탄절의 평화가 고개를 숙인 채 묵묵히 일하시는 사장님들께 작은 기쁨과 위로가 되기를 말입니다. 그럴 수 있다는 믿음으로 계속 외칠 겁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사장님, 많이 파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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