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혼자 외로울까 봐 그랬지"

by 신정현

"아빠 혼자 외로울까 봐 그랬지"


두 아이 목욕을 시키고 나와 얼른 옷을 갈아입고 저녁배달을 나가려는데 ​새로이가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집니다. 평소 같으면 타일러 재웠겠지만, 이틀간 독감으로 앓아누웠던 녀석이 안쓰러워 결국 온 가족이 배달길에 올랐습니다. 아내와 두 아이가 탑승한 우리 차는 순식간에 '배달 원정대'가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약속한 배달 건수는 딱 여섯 콜. 좁은 차 안은 새로이와 빛나라의 노랫소리로 꽉 찼고, 지루할 틈 없이 퀴즈와 끝말잇기가 이어졌습니다. 가로등조차 없는 어두운 시골길로 배차가 잡힐 때면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자, 이제부터 진짜 모험 시작이야!"


아이들은 무서워하기는커녕 눈을 반짝이며 창밖을 살폈습니다. ​제가 치킨 박스를 들고 뛰어가는 사이, 아내는 센스 있게 차를 돌려 나갈 채비를 마칩니다. 혼자였다면 적막했을 운전석이 오늘은 든든한 아군으로 가득했습니다.


​약속한 여섯 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까 왜 그렇게 떼를 썼느냐고 묻자 새로이가 베시시 웃으며 말합니다.


"아빠 혼자 외로울까 봐 그랬지."


​툭 던진 아이의 말 한마디에 툭 하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외로울 틈도 없이 바쁘게 바퀴를 굴리며 사는 게 아빠의 삶이라 생각했는데 아이는 아빠의 뒷모습에서 고독을 읽고 있었나 봅니다. 내가 가족을 먹여 살린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나를 살게 하는 것이 가족이었습니다.


차 안에서 쉼 없이 조잘대며 노래하는 빛나라와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는 새로이, 그리고 남편의 상황이 어떠하든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아내까지... 가족과 함께라면, 세상 어떤 어두운 골목길도 두렵지 않은 모험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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