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사랑의 가장 뜨거운 표현이기에

낙선 이후 비로소 깨달은 정치의 본질

by 신정현

"낙선 이후 비로소 깨달은 정치의 본질"

​세 시간 내내 이어진 강연이 끝나갈 무렵이었습니다. 의정 활동 전략과 공직선거법이라는 딱딱한 주제들 사이로 한 의원님의 날카로운 질문 하나가 훅 치고 들어왔습니다.


​“의원님, 이 자리에 앉은 우리들이 언젠가 반드시 마주하게 될 낙선 이후의 삶이 궁금합니다. 그 시간을 보내면서 지금 무엇을 느끼고 계십니까?”


​강연장의 공기는 순식간에 정적에 잠겼습니다. 정치를 업으로 삼은 이라면 누구나 가슴 깊은 곳에 품고 사는 두려움이자, 외면하고 싶은 숙명 같은 질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잠시 숨을 고르다,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가장 정직한 진심을 꺼내어 놓았습니다.


​사실 정치를 내려놓은 지금, 가장 좋은 점은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것입니다. 저의 4년간의 의정 활동은 마치 무거운 십자가를 짊어진 고행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절박한 삶을 조례와 예산에 담아내기 위해 영혼을 갈아 넣었고, 그 고통을 견뎌야만 소외된 사람들을 지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제 그 짐을 내려놓고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가정과 내 삶에 집중할 수 있는 일상은 참 행복합니다.


​하지만 그 평온함 속에서도 문득문득 아픈 미안함이 고개를 듭니다. 정치를 그만둔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는 시민들의 전화 때문입니다.


​“이제는 정말 기댈 곳이 없어요.”

“내 목소리를 들어줄 정치인 한 명이 없다는 게 이렇게 힘드네요.”


​울먹이는 그들의 목소리를 붙잡고, 저 역시 혼자서 참 많이 울었습니다.


​저의 유일한 후회가 있다면 '더 지혜롭게 정치하지 못한 것'입니다. 나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지금 울먹이는 이웃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더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입니다. ​신념을 지키면서도 그것을 현실로 만들어낼 지혜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여전히 정치를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너무나도 죄송합니다.


제 답변이 끝났을 때, 제 바로 앞자리에서 저의 얘기를 유심히 듣고 계시던 한 의원님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그 눈물의 의미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것은 낙선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누군가의 곁을 끝까지 지키고 싶어 하는 정치인의 순수한 의지였습니다.


​강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금 깨닫습니다. 정치라는 십자가는 참으로 무겁지만 누군가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주는 정치는 제 삶에서 포기할 수 없는 소명입니다. 힘없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지혜롭고 선한 정치인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 또한 저의 자리에서 그 소명을 다하려고 합니다. 정치란 제가 이웃과 세상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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