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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눅눅한과자 Jul 07. 2023

결혼, 그 평균이란 함정(3)

예단, 예물 주고받기 ③






  여자친구가 한참 설명한 결혼 문화의 ‘불공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왜 결혼준비 과정에서 신랑 쪽이 주도권을 갖느냐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준비과정 내내 여자친구 부모님께선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고 할 뿐 별다른 의견을 주시지 않았다. 반대로 우리 집에선 결혼식장부터 시작해서 신혼집까지 이르기까지 어디가 좋다, 어디는 안된다 등 일일이 크고 작은 관여를 해왔다.     



  물론 결혼을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닌 집안대 집안의 문제로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원래 자식일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 개인의 성향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높은 확률로 아들 가진 집에서 누리는 당연한 권리라는 의식이 저변에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아닌 게 아니라, 부모님의 뜻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 양해를 구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소재는 당신들의 주변인 이야기였고, 그 사례는 열이면 열 신부 쪽이 남자집안의 기준에 의견을 맞췄다는 결론으로 끝났다. 그 과정에서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말이 ‘보통’, ‘일반적으로’, ‘평균적으로’이다.      


  “요샌 예단, 예물도 보통 현금으로 한다던데?”, “일반적으로 그건 남자 쪽에서 정해서 알려주지 않아?” , “물어보니까 평균 00만 원 정도라더라.”          

 

  어머니의 말에 논리적 허점을 지적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엄마, 그건 엄마 주변의 평균이잖아. 내 주변을 안 그래. 그런 거 허례허식이라고 안 한 집도 있고, 그냥 너네가 적당히 알아서 하라고 맡긴 집도 있어. 남자집에서 요구는 했는데 여자 쪽에서 부담스러워하니까 철회한 경우도 있고.’     


  하지만 끝까지 참았다. 그다음 답변이 예상되기에, 그리고 그 대답엔 내가 이길 수 없음을 알기에.     



  ‘일반적으로’ 남자 집안이 결혼준비 과정에서 소위 갑(甲)의 위치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자가 남자 집안으로 '시집간다'는 오래된 사고 때문일 수도 있다. 혹은 여전히 '집은 남자가, 혼수는 여자가'라는 관습이 남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어머니께서 하실 말씀은 후자에 가까울 것이었다. 상당 부분 도움을 받고, 받을 상황이었기에 사돈댁으로부터 대접받고 싶어 하는 부모님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었다(착한 아들은 부모님을 너무 잘 이해해서 문제라고 누가 그랬던가). 



  해결책이 보이지 않던 문제의 실마리는 의외의 곳에 있었다. 한창 우리 부모님과 여자친구 사이를 오가며 몇 번의 설왕설래를 하던 도중 내가 말했다.     


  “난 이해가 안 돼. 보통 선물 받는 쪽이 이것저것 요구하고, 주는 쪽이 간략하게 하고 싶어서 싸우는 게 정상 아냐? 왜 여긴 반대야. 엄마, 이번에 우리 신혼집 얻는데 여자친구네서도 얼마 보태주기로 한 거 알지? 예단 들고 우리 집 올 때 어차피 그 돈도 들고 온다는데, 꼭 그렇게 별도로 예단을 현금으로 받아야겠어?”       

   

  “응? 무슨 소리야? 너네 집 구할 돈을 왜 여기로 보내? 너네한테 직접 줘야지.”     


  “어?"


  “... 아들. 받은 사람이 자기 옷을 해 입든, 결혼할 자식들 선물이나 집을 사주든, 그렇게 여자집안에서 남자집안으로 보내는 선물을 예단이라고 해.”     


  “응? 그동안 집값 말고 별도로 현금예단 보내란 소리 아니었어?”     


  “무슨 소리야, 집값이고 뭐고 사돈댁에 돈을 보내면 그게 현금예단이라니까. 처음부터 그럴 거라고 말을 했어야지.”          


  그렇게 우리의 예단 논쟁은 끝이 났다. 격렬한 갈등을 겪은 것 치고는 너무도 허무하게.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 일이 한순간의 해프닝으로 넘길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래의 의미에서 한참이나 벗어난 채 ‘일반적인’, ‘평균’이라는 수식어를 들이미는 결혼문화가 얼마나 당사자들을 피곤하게 하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를 우리가 보여준 것은 아니었을까(다시 짚고 넘어가자면, 앞의 대화에서 말하는 예단의 개념 역시 원래의 사전적 의미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어쨌거나 이제 큰 불은 다 껐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을 무렵에도, 잔불은 끝까지 남아 나를 괴롭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얘기지만, (예비) 장모님은 예단을 준비한다고 이 백화점 저 백화점 부지런히 돌아다니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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