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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눅눅한과자 Nov 10. 2023

3. [먹자 편] 꼭 에그타르트가 먹고 싶은 건 아니야





  내가 일하는 곳은 한 조그만 회사의 경영지원 부서. 흔히들 '백 오피스'라 부르는 곳이다.


  예산, 인사 업무 같은 나름 굵직한(?) 일도 하지만 큰 이슈가 없는 이상 평소에는 소위 '잡일'이 대다수다.


  그중 하나가 각종 행사준비. 자고로 회사란 그 크기와 상관없이 늘 이벤트가 있기 마련이다. 이곳도 창립기념일, 송년회, 체육대회 등 남들 하는 행사는 다 구색 맞춰하고 있었으나, 인력이 적은 탓에 딱히 담당자가 지정된 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비록 경력직이어도 새로 입사한 나에게 행사준비 업무가 배정된 건 너무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영부영 한 해쯤 잘 넘기나 싶던 어느 날, 회의를 마친 팀장님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사무실에 들어왔다. 사장님이 다음 달부터 직원들의 생일파티를 개최하란다. 매달 전 직원이 모여 그 달에 생일이 속한 사람들을 축하하는 자리라는 설명과 함께.


  뭐 그 정도 일로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낙담하시냐고 위로하는 중에 깨달았다. 아 맞다, 이것도 행사라면 행사. 준비는 내가 해야겠구나. 나도 한숨을 쉬었다.



  다행인 건 그 사이 우리 팀에 막내가 들어왔다는 것이다. 계획(이랄것도 없지만)과 전반적인 준비는 내가 할 테니 다과만 준비해 달라는 나에게 막내가 물었다.

  

  "과장님, 간식은 뭘로 준비할까요?


  "음... 점심시간 이후니까 과한 건 좀 그렇고, 한입거리 간식이면 좋지 않을까요? 에그타트르라든가."


  아뿔싸. 그때 말을 잘했어야 하는데. 이후 막내는 수시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과장님, 여기는 몇 십 개씩 한 번에 사려면 일주일 전에 주문해야 된대요."

  "과장님, 여기는 배달이 안된대요."

  "과장님, 여기는 개당 단가가 너무 비싼데요?"


   ...

 

  조금 귀찮아진 내가 대답했다.


 마땅치 않으면 다른 거 사도 돼요. 내가 꼭 에그타르트가 먹고 싶은 건 아니야.

  "아 진짜요? 그럼 뭐가 좋을까요?"     


  ... 이런. 다시 원점이다. 이제 와서 마카롱이라고 말하면 이제 마카롱 검색 후기를 들어야겠지.


  그렇게 우리는 같이 에그타르트 가게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가 검색하든 선택지는 그게 그거일 게 뻔했다.


  "과장님, 거기가 먼데 배달은 안 되는 가게예요."

  "과장님, 거기 아까 제가 말한데. 미리 주문했어야 돼요."


  머리가 지끈지끈. 그냥 손 뗄까 싶은 찰나에 불현듯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회사 바로 앞 지하상가에 출근길에 매번 지나치는 에그타르트 집이 있어요. 거기 엄청 쌓아놓고 팔던데?"



  그렇게 우리는, 우리 직원들은 첫 생일파티에서 에그타르트를 먹을 수 있었다.


  맛은... 그저 그랬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그것과 별 차이 없을 정도로.


  부쩍 성장(?)한 막내는 알아서 다양한 간식을 공수해온다. 비록 문의 종목이 회식  메뉴로 바뀌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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