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다 좋았는데, 사실 오빠가 준 반지는 좀 예상 밖이었지. 기대보다 살짝 실망? 물론 마음엔 들었지만 “
”아.... “
그냥 좋은 기억으로 남겨둘걸. 괜히 뿌듯한 마음에 미주알고주알 캐물었다고 나는 후회했다.
앞서 잠깐 밝혔듯, 내가 가진 결혼에 대한 로망 중 하나는 바로 결혼 준비에 앞서 깜짝 프러포즈를 하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만나고, 연애를 하고, 점점 가까워지다 ‘이 사람이다’ 싶은 순간 반지와 함께 청혼을 하고, 상대는 예상치 못한 이벤트에 감동받고...(펑펑 운다면 더 로맨틱할 것 같았다)
이따금씩 ‘남자친구 쪼아서 드디어 프러포즈받았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고 의아하긴 했으나, 그 모순적인 문장이 무슨 뜻인지 내가 결혼 준비를 해보기 전까진 이해하지 못했다.
주변엔 프러포즈 → 승낙 → 결혼 준비 → 결혼식이라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순서보단, 결혼 준비 → 프러포즈 및 승낙 → 결혼식 순으로 진행되는 사례가 더 많았고, 나도 그 많은 커플 중 하나가 되었다.
그 이유야 다양하지만 일단 결혼이 당사자들 간의 이벤트가 아닌 집안과 집안의 맺음 - 다소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만큼 더 정확한 표현도 없는 것 같다 -이라는 우리네 문화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집안에서 거절했을 때, 드라마처럼 부모님과 의절하고 우리 둘이라도 행복하게 살려는 커플이 얼마나 될까. 모두가 만족하는 결혼을 하려다 보니 신부(또는 신랑)는 물론 양가 어르신들까지 다 허락한다는 확신이 든 후에야 성공률 100%인 프러포즈를 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나이 들어 만난 사이일수록 빨라지는 결혼 진도(?)에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결혼을 전제로 상대를 소개받는 사람이 많으니, 딱히 결혼 의사에 대한 확인 작업이 필요 없달까.
우리도 지인의 소개로 만나 몇 번의 데이트 끝에 자연스럽게 사귀게 되고, 결혼을 전제로 양가를 한 번씩 찾아뵌, 말하자면 초단기 코스를 밟은 커플이었다. 당사자인 우리조차도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정도로 결혼 준비가 ‘은근슬쩍’ 진행된 터라, 프러포즈 타이밍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렇게 '①결혼 준비 전 ②예기치 못한'이라는 두 가지 로망 중 1번을 충족하지 못한 나는, 2번을 만족시키기 위해 올인하기 시작했다.
프러포즈 준비 자체는 연애 시작 후 반년이 채 안 된 6월부터 시작했다. 이미 우리끼리도, 부모님들도 결혼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적어도 결혼식장이니,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니 하는 본격적인 준비 절차를 밟기 전에 이벤트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첫 번째 준비 단계는 프러포즈 반지 고르기. 그런데 여기서부터 막혔다. ‘프러포즈용 반지란 도대체 뭐지? 영화나 드라마 보면 반지 케이스 열면서 청혼하던데 따로 정해진 게 있는 건가?’
모를 땐 폭풍 검색과 지인 찬스 활용! 하지만 웬걸. 모두의 방식이 달랐다. 누구는 남자친구가 먼저 다이아 반지를 사서 프러포즈를 한 뒤 나중에 ‘웨딩밴드’라 불리는, 결혼을 기념하는 커플링을 하나 맞췄단다. 누구는 번거롭고 비용도 많이 들어서 웨딩밴드를 사서 여자친구 몫을 주며 프러포즈했단다. 또 누구는 결혼예물로 남자 집안에서 예비신부에게 사준 반지가 있는데 그걸로 했단다.
‘뭐 하나 정해진 게 없네. 난 어떡하지? 뭐가 맞는 거지? 누구한테 더 물어보지?’라는 생각을 하며, 결혼 준비 과정은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경험자들의 말을 실감했다. 과연 프러포즈.. 제 때 할 수나 있는 걸까?
프러포즈란, 그동안 맞이한 어느 기념일보다 특별한 걸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이 큰 이벤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