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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눅눅한과자 Nov 19. 2024

며느리는 '강남 스타일'?

이해(理解) 한다는 것


 



 강남 자가 마련 후 첫 초대 손님은 아내의 시부모님, 즉 나의 부모님이었다. 신혼 때부터 1,2년 간격으로 다닌 이사는 매번 집들이를 동반했기에, 그 과정이 얼마나 피곤한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특히 이번엔 평수까지 줄여가는 마당이라 처분할 짐도 한 가득이어서 더 정신이 없었다. 그럼에도 마침내(우여곡절 끝에) 우리의 오랜 숙원을 이뤘기에, 그간 여러모로 도움을 받는 양가 부모님들께 감사하는 마음도 있었기에 최대한 빨리 모시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집 정리가 채 완료되기도 전에 우리는 부모님을 초대했다.


  부모님은 처음부터 강남에 집을 사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적지 않은 대출로 인한 가계운영의 어려움도 걱정이었고, 치열함을 넘어 살벌한 수준이라는 교육열도 걱정이라 하셨다. 부자들 사이서 뱁새가 황새 따라가며 느낄 상대적 박탈감과 과열된 주택가격 버블이 곧 터질 것이란 걱정은 덤이었다. 


 하지만 애써 입 밖으로 내지 않으려 노력하셨음에도, 아들인 나는 알 수 있었다. 강남에 살려는 동기를 못마땅해하신다는 것을. 원래 나는 서울 안에 붙어있기만 하다면 어디서든 잘 살 수 있다고 큰소리치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랬던 아들이 결혼 후 불과 몇 년 만에 하루가 멀다 하고 매매할 집을 보러 다니다니. 그것도 '강남'만 고집하면서. 급기야 지금이 아니면 갈아타기 힘들다며 빚까지 져가며 덜컥 신축 아파트를 매수해 버린 것이다.


 갑자기 변해버린 아들에 당황한 그들은, 강남 출신 며느리가 아들의 가치관을 송두리째 바꿔놨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사실, 맞는 말이다. 곧 죽어도 이 동네에 살아야 된다는 아내 때문에 소위 '강남권역'에 살기 시작했으니까. 그리고 아이에게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주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무리하면서까지 '우리 집'을 마련한 것도 맞다. 하지만, 이게 누구 한 명이 우긴다고 되는 일인가. 나 스스로도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택한 길일 따름이다. 


 어쨌거나 이사를 축하하러 온 집들이 자리. '그렇게 바라 마지않던 강남 아파트에 들어왔으니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라'는, 형식은 덕담이지만 체념과 비난이 일부 섞인듯한 시어머니의 말에 며느리가 말했다.


 "여기서 5년에서 10년쯤 살아볼 계획이에요. 아이가 좀 더 크면 한 번 더 이사 가야죠. 평수도 넓히고. 학군도 더 좋은 곳으로요." 


 정적. 몇 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럼, 그럼. 더 잘 살고 좋은 데 가야지. 하하하." 


황급히 시아버지가 분위기를 다잡으려 했으나,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두 분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이런 유난스러운 강남 며느리 같으니'.  


 그럴 만도 하다. 수년을 같이 살았음에도 내가 아내에게 종종 느끼는 감정이니까. 평소엔 짠내 날 정도로 검소한 사람이 유난히 '주(住)'에 집착하는 모습에 적응하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꼭 그녀가 아니어도 내가 직접 이 동네에 살면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이 그녀의 삶의 방식을 인정하는데 큰 일조를 한 것 같긴 하지만. 


 반면, 며느리를 몸소 경험하지 못한 시부모님 입장에선 불만스러울 수밖에. 비단 집뿐일까. 그녀의 '강남스러운' 소비 패턴(자세한 내용은 '14화. 빈티지? 붙이지!' 참고 https://brunch.co.kr/@dippedincoffee/84) 또한 아마도 오래도록, 어쩌면 평생 납득하지 못하실지도 모른다.


 그래도 부모님과 달리 나에게 그녀는 며느리가 아닌 아내다. 서로 알아가고, 보듬고, 설득하고, 포기하며 매일을 같이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 그녀의 '강남 스타일'이 이제는 익숙함을 넘어 때때로 우리 가족의 삶에 긍정적인 힘을 준다고 느껴진다면, 이제는 당당히 아내를 '이해(理解)한다'라고 말해도 될까?



'강남여자'와 살다 보니 문화생활을 누리는 장소도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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