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아무래도 영유 보내야겠어."
아이를 재우고 난 뒤 아내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응, 그러자. 어디 알아본 데는 있어?" 담담한 나의 대답에,
"왜 안 놀라? 고민해 보자고 할 줄 알았더니." 오히려 그녀가 놀란 듯했다.
"이사 오면서부터 보내게 될 것 같았어. 내 예상보다 시기가 조금 빠르긴 하지만."
사실이었다. 애초에 동네의 주류(主流)를 이루는 기조에, 특히 아이를 키우는 집이면 시류를 거스르는 일이 더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대단한 교육적 철학이 있어서라기보다 경제적 문제나 당장 아이가 적응할지 여부가 급급했던 우리였기에,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필연적으로 나올 이야기였다는 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아이 교육뿐만 아니다. 강남이란 곳에 내 집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먼저,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강남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다. 우리가 매수할 때도 이미 부동산 가격이 최고점이라는 둥, 폭탄 돌리기 게임의 마지막 주자가 피를 본다는 둥 온갖 부정적인 의견이 난무하고 있었다.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서울, 특히 강남의 부동산 거래가격은 연일 신고가(新高價)를 갈아치웠다.
이러한 혼란의 시기에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단 한 가지였다. '역시 우리가 옳았다'라는 자만심이나, 자산 증식에 대한 기쁨이 아닌 '안도감'. 조금만 늦었어도 신혼 초, 아니, 결혼 전부터 계획했던 우리의 '강남입성' 계획은 요원 해졌을 테니까.
예전부터 강남의 '미친' 교육열이나 집값에 대해 다루었지만, 최근의 헤드라인은 점점 더 자극적으로 진화하는 듯하다. '양극화'니 '세계 몇 위'니 하는 단어들이 추가되면서.
동영상 플랫폼에서의 부동산 폭등/폭락 논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인터넷 게시판은 '강남 아파트 단지'만 언급되어도 주민들에 대한 비난과 옹호가 팽팽히 대립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한쪽에선 어떤 단지로 이사 가야 되는지 고민된다는 글과 그에 대한 답변이 이어지고 있다.
이쯤 되니 처음 이사 갔을 때는 별 말 없던 회사 동료들까지 이제와 새삼 대화 중에 강남사람이라는 농담을 덧붙인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은 변한 것이 없다. 그건 이웃들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커뮤니티 안의 수도꼭지가 고장 나 수리 신청을 하고, 공항버스가 우리 집 앞을 지나게 되었다는 소식에 환호한다. 상가에 새로 생긴 빵집과 아이스크림집의 오픈일과 이벤트를 공유하며 소소한 기쁨을 나눈다.
이제 명품 패딩을 걸치고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봐도 별 생각이 없고, 유명 사립초등학교 버스가 단지를 배회해도 그러려니 한다. 집 앞 마트에서 할인 행사를 하는 바나나가 다 팔려 속상할 따름이다.
정작 이곳은 조용한데 바깥은 시끄러워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이런 아이러니에 가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게 된다.
"도대체, 강남이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