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초보 강남인인 나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두 가지 질문이 있다. 바로 '강남살이에 만족하냐'는 것. 그리고 '강남 생활을 자신에게도 추천하냐'는 것.
교육이니, 집값이니, 생활수준이니 하는 지엽적인 부분은 하나하나 관찰하고 느낀 바를 말해주면 그만이다. '경쟁은 심하지만 한 번 적응해 보려고요. 비싸긴 하지만 그만큼 만족스러운 부분도 많아요', '부자들 일일이 신경 쓰고 어떻게 사나요. 그냥 우리 수준에 맞춰 사는 거지'. 이런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두루뭉술하게, 생활 전반에 대해 묻는다면 답하기가 애매해진다. 좋다고 하면 강남인 다 됐다고 비아냥 거릴 테고, 아니라고 하면 강남까지 가서 뭐가 불만이냐고 고깝게 해석할 테니까. 현시점에선 이렇게 대답할 수 있겠다. '아직까지 후회하진 않는다'라고, '별 무리 없이 잘 살고 있다'라고.
솔직히 말하면 당연히 만족감이 더 크다. 애초에 수도 없이고민했거니와, 들인 돈이 얼마인데. 만족하지 못하면 그것도 큰 일이지. 그만큼 다른 곳에 소비했으면 또 다른 즐거움이 따라올 수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아직까진 최선의 선택을 했다 믿고 있다. 일단 밤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사를 부르짖는(!) 아내의 모습을 보지 않게 된 게 어디인가. 아이도 새로운 환경이 마음에 드는 듯하고.
물론 아직까지 '역경'이라고 할 만한 일을 겪지 못해서 일수도 있다. 더 돈 쓸 곳이 생기면 대출이자가 버거워질 수도 있고, 아이가성장함에 따라 말로만 듣던 강남의 사교육과 직면하게 될 테니까. 지금은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견디고 있지만 어느 순간 이웃 간에 느껴지는 부(富)의 격차가 우리를 옥죄어 올 지도 모른다. 또는 혹자들의 예견대로(나는 절대 아니라고 믿지만)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와서 유독 강남 집값이 크게 떨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남들에게 함부로 강남행(行)을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투자 책임은 온전히 본인의 몫이라고 하지만 재산 상태도, 성향도, 가치관도 다른 누군가가 '덜컥' 강남으로 이사하는데 내가 일조하는 건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굳이 수(십) 편에 걸친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 고민 끝에 강남 입성(入城)을 결정했다면, 강남에 사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큰 결단을 해야 하는 사안인 사람이라면, 그도 분명 나와 같은 부분을 고민하게 될 테니까.
단순히 좋다 싫다가 아닌, '나는 이러이러한 상황을 겪었고 이런 느낌을 받았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것도 내가 '강남초보'일 때, 이 막연하고 생경한 기분이 생생할 때 내 느낌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최종 선택은 결국 본인의 몫이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그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까지 강남 안에, 강남 아내와 살고 있는 강북 남자의 이야기였습니다. 제 이야기를 다 들어준 당신께 묻고 싶습니다.그래서, 강남에 살고 싶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