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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눅눅한과자 Sep 24. 2024

5살도 늦어요? 영어유치원 논쟁(3)

조기교육, 정상과 비정상




 늘 경청(傾聽)하는 태도로 칭찬받는 나였지만, 아내의 설명 한 문장마다 질문을 멈출 수 없었다. 

 

  "G 유치원은 5세, 그러니까 만 3세 전에 입학시험을 보고 원아를 선발한대."


  "5살이 무슨 영어를 알아? 다들 외국살다왔나?"


  "대단한 건 아니고 알파벳을 쓰거나 간단한 단어 읽고, 인사말 같은 거 영어로 하는 정도?"


  "그러니까 그게 말이 돼? 지금 우리 애 가나다는 쓰나?"


 아, 저 눈빛은 말 끊지 말고 듣기나 하란 소리다. 하긴 그 시험을 아내가 만든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이쪽에 따지고 있지. 


 결론부터 말하면 그 입학시험을 위해 만 2~3살인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단다. 아무래도 부모가 가르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기관에 아이들을 보낸다. 다른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그 애들은 영어학원 내지는 영어 보육기관이 칭할 수 있는 곳에 다니는 것이다. 


 믿을 수 없는 교육강도(?)에 입이 떡 벌어졌지만, 그보단 호기심이 더 컸다. 그렇게 아기 때부터 영어만으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영유에 진학하면 상대적으로 한글 습득이 늦는 건 아닌지, 많은 시간을 영어공부에 할애하다 보면 다른 부분이 뒤쳐지는 건 아닌지 말이다. 


 실제로 그런 사태를 우려해서 대비를 한다는데, 그 방법이 허무하리만큼 간단했다. 국어가 부족하면 국어학원을, 수학이 부족하면 수학학원을 보내는 것이다. 고작 5,6살 아이들이 소화가 가능할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유치원이 끝난 후 학원까지 들렀다 오는 수많은 아이들의 모습을 목격하니 내가 너무 안이한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비단 '영유'원생뿐만 아니라 '일유'에 다니는 아이들도 하원 후 바지런을 떨고 있다는 사실도 이때 알게 되었다.  


 우리도 결국 아내의 등쌀(?)에 힘입어 아이가 유치원에 적응이 끝날 시기에 맞춰 집 근처의 '창의력' 학원을 등록했다. 과학과 수학 관련 내용을 체험식으로 놀이하듯 가르치는 학원이라고 했다. 한 시간이 넘는 수업을 아이가 따라갈 수 있을까, 노심초사 카페에서 기다린 내 걱정이 무색하게 아닌 너무나도 해맑을 얼굴로 나를 반겼다. 또한 학원을 몇 번 더 가며 익숙해지자 나중에는 수업 내용이 재밌었다며 나에게 종알대기 시작했다. 아이의 가능성을 내가 너무 무시한 건 아닌지, 반성을 하게 됐다.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부모들과 대화해 보면 그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우리 때는 이 정돈 아니었는데', '요새 애들 참 불쌍하다'라고 말은 하지만 주변 사람들도 다 시키고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곧장 적응을 하니 학원을 보내게 된단다. 


 '7세 고시(유명 영어학원에 입학하기 위한 시험)'니 뭐니 해서 사교육, 특히 조기교육에 대한 우려와 부정적인 시선이 많은 건 잘 안다. 다만, 막상 해맑은 표정으로 학원 셔틀버스에서 내린 뒤 부모님 손을 잡고 놀이터로 향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들의 행복과 불행을 논할 권리가 제삼자에게 있는 건가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유행하기 시작한 인터넷 '밈'을 활용해 내 심경을 표현해 본다.


 "어린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사람 정상, 안 보내는 사람도 정상. 학원 보내는 사람을 비난하는 사람 비정상, 안 보낸다고 비웃는 사람도 비정상."





셔틀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를 마중 나갈 때 잠깐씩 핸드폰을 놓고 하늘을 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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