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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눅눅한과자 Sep 10. 2024

5살도 늦어요? 영어유치원 논쟁(2)

영유 입학전쟁




 아이와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난데없는 영어 대화에 고개가 돌아갔다. 기껏해야 초등학교 1, 2학년이나 되었으려나. 여자아이 몇 명이 꽤나 유창한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외국에서 살다 왔을까, 그렇다면 한국어는 좀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내 예상을 비웃이라도 하듯 새로운 친구가 등장하자 우리말로 대화를 시작한다.


 '부럽다.' 머릿속에 처음 떠오른 생각이다. 그리고 고민했다. 뭐가 부러운 걸까. 누구랑 비교하기에 부러운 걸까. 한평생 영어공부하느라 진땀 뺀 내 인생과 비교했을 때 부러운 건지, 아니면 내 자식도 영어를 잘했으면 하는 마음에 부모로서 부러운 건지.


 놀이터에 푹 빠진 아이와 같이 있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그들의 대화가 계속 귀에 꽂혔다. 그 무리는 같은 '영유' 출신 친구들로 구성된 듯했다. 문득 최근에 본 영상이 생각났다. 한 인기 아이돌이 인터뷰 중 유창한 영어 구사의 비결을 묻자, '대치동 영유'에 다닌 것을 이유로 꼽았던 것. 그녀의 영어 실력보다 놀라웠던 건 댓글이 온통 호평 일색이었다는 사실이다. 아이돌 가수의 애교로 무장한 너스레 덕인지 '저 정도면 영유 보내지', '얼굴도 예쁜데 영어도 잘하네' 등의 반응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우 관련된 주제엔 늘 갑론을박이 따라다닌다. 보통 부정적이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나친 교육은 아이에 대한 학대다, 한글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에게는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유치원이 아닌 학원으로 구분되는 기관에 체계적인 교육을 기대하기 어렵다 등이 그 이유다. 그렇다면 영업 중인 수많은 영유들은 뭐지. 그래도 찬성론자들이 많기 때문에 유지되고, 계속 생기는 것 아닐까?

 

 답은 간단한다. 영유를 보내기로 마음먹은 부모들은 소위 '아웃풋'이나 수치화시키기 어려운 영유의 효과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 대신 '어느 영유가 괜찮나요?', '6세인데 늦은 거 아닐까요?', '입학시험은 어떻게 준비하나요?'라고 묻는다. 이미 장단점에 대한 계산과 마음의 준비를 끝낸 셈이다.


 더구나 강남의 유명 영유 들는 내가 원한다고 해서 보낼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다. 추첨을 하거나 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한동안 유명했던 P 유치원은 선착순으로 원아를 선발한다고 했다. 유치원에서 지정하는 계좌에 원비가 입금되는 순서란다. 떨어진 사람들은? 일일이 재송금해주는 환불 절차를 밟는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전화나 인터넷으로 신청할 경우 누가 먼저 신청했는지에 대한 시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나.


 아내에게 이런 정보를 전달하며 조금은 의기양양했다. '나 이렇게 아이 교육에 관심 많고 트렌드 파악도 빠른 멋진 아빠다'라는 자랑스러움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단순히 재밌는 가십거리를 전달하게 된 만족감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아내는 별다른 반응 없이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오빠, 그 유치원 요새 그 정도로 안 붐빈대. 최근엔 G 유치원이 대세거든. 거기는 시험을 통과해야 입학이 가능한데 그 과정이 어떤 줄 알아?"


 이어지는 아내의 말을 끝까지 듣고 생각했다. 세상엔 정말 내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세계가 존재하는구나. 내가 우물 안 개구리여서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만의 우물 안에서 저런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모르는 것일까.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원에 간 놀이터는 때론 휑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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