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소통을 위한 트리트먼트'는 어떻게 달라야 할까?
보통 이런 트리트먼트를 쓸 때는 두 가지 경우다.
첫 번째는 이미 완고를 다 내놓은 상태에서 공모전에 제출한다거나 (제작사 출판사 매니지먼트사 등) 회사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자료를 쓰는 경우다. 아무래도 시작작가들이 좀 더 이런 경우가 많을 수 있다.
두 번째는 보통 경력작가들에게 해당되는 경우로 트리트먼트를 보고 이후 진행여부를 타진할 때 근거 자료로서 활용하는 경우이다.
경력작가들은 완고가지 작업하기 이전에 이런 트리트먼트를 가지고 회사들에게 공유한다.
'내가 이런 스토리를 작업해보려고 하는데 어때? 지금 계약을 하면 너는 이 스토리를 독점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고 나는 좀 더 안정적인 환경에서 이후 작업들을 하게 될 거야. 너에게 기회를 주려고 하니 한번 읽어 봐'
두 가지는 분명히 다르지만 두 경우 모두 같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경우던, 두 번째 경우던 이 글의 목적은 계약에 있다.
다시 말해서 이 글을 보고 누군가 돈을 지불하고 싶어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니 당연히 돈을 가진 사람의 지갑을 열러면 그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
하지만 말은 쉽다.
그래서 어떻게 써야 할지는 여전히 막막하다.
나는 심사를 하다 보면 트리트먼트를 읽게 되는데 그때 이런 트리트먼트를 더러 보게 된다.
00 이는 이렇게 되고 **이는 저렇게 되다가
결국 두 사람은 어디론가 향하는데.....
처음부터 줄거리를 쓰다가 위기쯤 오는 지점에서 저렇게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아마도 작가에게는 호기심 자극이라는 대의명분이 있었으리라.
하지만 이것은 소통을 위한 트리트먼트도 아니거니와 유혹적이지도 않다.
그냥 답답하다.
이런 트리트먼트는 어디서 볼 수 있냐면 드라마 홈페이지 소개글에 보면 이렇게 되어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시청자들은 궁금해서라도 보게 될 테니 말이다.
시청자들을 위한 일종의 글로 쓰는 예고편 같은 건데 그걸 홈페이지에 트. 리. 트. 먼. 트라고 해서 써놓은 것뿐이다. 작가들이 이걸 트리트먼트라고 고스란히 받아들이면 안 된다.
소통을 위한 트리트먼트는
1) 기본적으로 모든 내용이 파악되게 스토리 전부가 들어있어야 한다.
결말도 모르고 '계약'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2) 약간의 글빨이 필요하다.
'작가 자신을 위한 트리트먼트'와는 달리 같은 말도 매력적으로 구사하는 사람이 유리할 수 있다.
3) 가능하면 설명하는 방식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다음 문장이 궁금하게 정보의 순서를 조정해야 한다.
'00 이가 지하실에 들어서자 죽은 남자의 시체가 있었고 00은 기겁을 하며 주저앉았다.'
보다는 '00 이가 지하실에 들어서자마자 기겁을 하며 주저앉는다. 그의 눈앞에 죽은 남자의 시체가 널브러져 있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예를 들어보니 부끄럽다.
이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닌데 말이다.
왜냐하면 지금 내가 말하는 이 모든 조건은 이미 '스토리'자체만으로 재미있다,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실 전문가들은 귀신같이 알아본다.
그리고 얼른 집어다가 전문 작가에게 맡겨서 훌륭히 업그레이드를 시켜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적는 것은 작가들의 애타는 마음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 자기가 쓰는 글에 대해 100% 확신하고 작업하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
끊임없이 의심하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경계하고
매 순간 멈춰야 하나 고민한다.
그런 작가들은 정말 최선을 다한다.
나는 나의 동지들이 그 최선을 필요한 곳에 사용하기 바란다.
그래야 결과가 내가 꿈꾸던 것과 달라도 후회는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