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들과 둘러앉은 자리가 있었다.
그중에 한 사람이 실연했단다.
그는 누가 봐도 세상 하나도 안 괜찮은 얼굴을 하고는
"저 괜찮아요.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라는데
거기 앉은 모두가 그의 말에 속아주질 않았다.
그러자 하나 둘 자신의 이별경험을 꺼냈다.
한 사람은 환승했던 여친이 자기가 사는 오피스텔 앞동으로 이사를 와 환승남과 같이 있는걸 마주하다 못해 싸우면 자기를 찾아와 푸념까지 해냈다는 진상 전여친 이야기도 해주었고
한 사람은 이마트 앞에서 이별통보를 받고 자기 번호를 차단한 남친에게 고객센터에 울면서 찾아가 고객센터 전화로 전화를 한 사연을 들려주었다.
그러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 한 사람도 빠짐없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민망했던 이별을 고백했다.
그 이유는 한 가지다.
인생 첫 연애를 환승이별로 마감한 그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저마다 그 대화가 끝나갈 무렵 우리는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은 아프더라. 아픈 게 정상이더라.
그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고 술잔을 단숨에 비워냈다.
거기 있던 모두가 연애 경험이 있으니 공유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그리고 지독한 이별은 다음 연애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동의할 수 있다.
스토리를 만든다는 것, 스토리를 써낸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써 본 사람만 안다.
써본 사람만 공감할 수 있고 써본 사람만 깨닫는 것이 반드시 있다.
모든 연애가 나름대로 다 의미가 있었듯 지금 하찮아 보이는 글쓰기는 분명 의미 있다.
이제 집필이 끝났다.
아마 깜짝 놀랐을 수도 있다. 아니, 뭘 했다고 벌써 집필이 끝났다는 거지?
뭘 대단히 하려고 하니 시작작가들이 계속 시작작가에 머물러있는 것이다.
뭔가 확실한 확신을 가졌을 때 집필을 하려고 하니 시작작가들이 계속 시작작가에 머물러있는 것이다.
트리트먼트를 썼으면 집필을 하면 된다.
엉성하거나 이대로면 좀 곤란 하다는 막연하는 걱정이나 의심은 사실 실체가 없다.
완성이 돼 봐야 그 실체를 드러낸다.
영 신망없던 서사가 아니나 다를까 엉망이라는 걸 확힌했다면 트리트먼트단계의 중요성을 깨달았을것이다.
어쩌면 엉상했던 트리트먼트가 당신의 반짝이는 묘사와 허를 찌르는 대사와 결합하며 약점을 잃었을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확인하려면 써야 한다.
집필의 단계 없이는 수정의 단계도 없고 수정의 단계가 없이는 발전의 기회도 없다.
응원이 되고자 고백하는데...
나도 나의 첫 시나리오를 읽지 못한다. 부끄럽다 못해... 아주 그냥...
이제부터는 수정이다.
수정의 단계는 수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된다.
수정을 한다고 생각하면 작가는 남길 것을 먼저 생각한다.
분명 어딘가 썩 맘에 드는 구석이 생겼기 때문에 행여라도 그게 훼손될까 전전긍긍하게 된다.
하지만 수정을 할 때는 이 모든 것을 다 놓을 마음으로 마주해야 한다.
그래야 수정이 된다.
Delete. 키 위에 손가락을 얹을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진짜 성장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