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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하는 이모씨 Aug 16. 2023

6-1. 테스트마케팅, 정말 필요할까?

블레이크 스나이더가 쓴 시나리오작법서 <save the cat>이라는 책이 있다.

아마도 내가 봤던 작법서중에 가장 진짜 작가가 쓴 작법서가 아닐까 싶다.

시나리오 작법을 학문으로 공부해서 쓴 것이 아니라 정말 스토리를 쓰면서 알게 된 비법들을 정리한, 실용서라고 할 수 있다.

그 책은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인상적인 지점들을 언급하는데 그중에 '테스트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부분이 있다.


테스트마케팅이라....

작가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 말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연습 마케팅',

다르게는 ‘한번 팔아보기’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저자는 길에서 만난 ‘민간인’에게 자신의 스토리를 풀어보며 그의 반응을 보라고 말한다.

가장 좋은 장소로 스타벅스에서 주문한 커피를 기다리는 카운터 앞이라고 추천도 해준다.

상대가 절대 도망가지 않고, 그렇다고 한없이 서있어 주지도 않으니 짧고 강렬하게 자신의 스토리를 '한번 팔아보기'할 수 있는 장소라고 말이다.


이 이야기를 하기 앞서 '민간인'이라는 표현을 잠깐 이야기하면,

저자 이 표현을 두고 영화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명명하는 현장용어를 그대로 쓰는 거라고 첨언했지만 우리나라 현장에서는 저 말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저 단어에는 영화하는 사람들을 특별하게 구분하는 우월적 태도가 포함되어 있다. 솔직히.

그런데 고해성사를 하자면 10여 년 전에는 나도 썼던 것 같다.

시대가 변해서 아제는 더 이상 쓰지 않는다고, 그때는 다 쓰던 말이라고 치부하고 넘기고 싶은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10여 년 전 나는 작가도 감독도 아니었다.

작가가 되고 싶은, 감독이 되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러니 내가 만나는 사람들도 비슷한 사람들이었으리라.

그러니 당시 현장이 아니라 그 언저리에 있던 내가 그때는 현장에서 이런 말을 썼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예측컨대 그때도 진짜들은 이런 단어는 쓰지 않았을 것이다.

진짜들은 관객의 중요성과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때도, 지금도.

그러므로 이런 우월적 표현은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월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쓰는 말이 아닐까... 싶다. 할리우드 사정은 모르겠지만.

 

다시 돌아와서. 저자는 자신의 스토리를 풀어내는데 상대의 눈동자가 엉뚱한 곳으로 굴러다닌다면 당장 때려치우라고 조언한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붙잡고 내 토리를 이야기하라고?     

시작 작가들은 이 글을 읽으면서 아마 가슴이 뛰었을 것이다.

어떤 작가는 한시라도 빨리 자기 스토리를 자랑하고 싶어서 가슴이 뛸 수도 있지만

또 어떤 작가는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자신을 상상하는 걸로도 심장이 노트북위로 튀어나올 것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니까 결국 작가의 성격이나 기질 문제인 것 같지만 절대 아니다.


작가가 안전하게 생긴 호감형이라고 치자!

게다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즐긴다고, 치자!

그거면 한국사회에서 이게 된다고?

스타벅스가서 줄 서 커피를 기다리면서

“제가 요즘 구상하는 스토리가 있는데요...? 한번 들어보실래요?”

정말로, 진실로, 이렇게 이야기하면 스토리에 대한 테스트마케팅이 된다고?     


나는 모르겠다.  

아마 추근 댄다고 오해를 사거나 정신 나간 사람으로 오해받기 딱 좋은 각이다.

심하면 신고당할 수도 있다.

 

눈치챘겠지만 나는 이 방법에 상당히 회의적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나는 이 자체가 꼭 영화 같다.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내가 블레이크의 ‘테스트마케팅’이 비현실적인, 진짜 작가역할의 배역이나 할법하다고 생각하는 데는 아래와 같은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1. 한국사회에서 모르는 사람이 말을 시킬 때는 ‘도를 아십니까?’ 일 때뿐이다.

2. 스토리를 하는 모두가 달변가는 아니다.(나는 정반대의 경우를 더 많이 봤다)

3. 그리고 결정적으로... 남의 생각이 진짜 중요할까?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건넨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치면 한이 없을 테니 각설하기로 하고.


블레이크가 말하는 ‘민간인’을 누구로 한정할 것이냐부터 살펴보면.

현실적으로는 스타벅스에 대기줄이 아니라 아마도 서로에게 위협이 되지 않으면서 스토리를 업으로 하지 않는 지인, 정도일 것이다.

중,고딩 동창도 있을 것이고 가족도 있을 것이고.

 

그러면 그런 사람들에게 스토리를 들려주면 블레이크가 말한 ‘테스트마케팅’이 진짜 가능할까? 그래서 정말로 팔리는 스토리를 분별하는데 막강한 도움을 줄 의견들이 나올까?

최소한 내 경험에서는 아니었다.

그들은 자신이 스토리에 대해 뭘 알겠냐며 손 사레를 치거나

전혀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한 투명한 눈빛으로 덮어놓고 칭찬을 할 뿐이다.


이렇게 듣게 되는 말이 무슨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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