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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화하는 이모씨 Aug 19. 2023

6-4. 모두 피드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피드백이란?
글을 읽고 그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전달하는 것. 인물들이나 메인서사, 결말등 특정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전반적인 인상이나 문제점들을 전달한다.  대부분 금전적 대가가 오가지는 않고 서로의 실력과 보안에 대한 신뢰 관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능하다.
‘리뷰’,‘모니터’ 또는 ‘의견’이라고도 한다.   - 이모 피셜


나는 정말 무수히 많은 리뷰를 해 봤다. 물론 무수히 받아도 봤다.

그러면서 작가들이 리뷰를 부탁하는 시기가 딱 두 부류로 나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째는 자기만족이 하늘을 찌르는 시기이다. 

작가라면 응당 이런 때를 한번씩 겪는데 자기 스스로 천재가 아닌가 의심하는 시기가 있다. 

이럴 때 리뷰를 부탁하는 사람들은 조급함보다는 벌써 겸손하다. 

이제 곧 쏟아낼 칭찬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누구나 자기가 제일 잘 썼다, 혹은 더 나올 것 없이 하얗게 불태웠다고 느낄 때 비로소 누군가에게 리뷰를 부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칭찬이 필요한 때냐고 반문하면 하나같이 두 손, 두발을 휘저으며 아니라고 한다. 

이 말에 절대 속으면 안 된다. 속으면 어느새 주변에 사람들이 없어진다.      


두 번째는 자기 비하가 하늘을 찌르는 시기이다.

이런 때는 정말 어디가 문제인지 하나도 모를 때이다. 머리가 하얘져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행여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다고 칭찬으로 리뷰를 시작하면 안 된다. 

작가는 힘을 얻는 게 아니라 당신의 수준을 의심한다. 

또 문제점을 지적을 하면 작가는 시나리오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기가 문제라고 생각하며 자기혐오로 넘어간다. 

그래서 리뷰를 해준 사람에게 죄책감을 선사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마법이 일어난다. 



어떤 경우의 수에 포함되어 있던지 리뷰를 받으면 생각보다 굉장히 구체적인 리뷰를 받게 된다. 

리뷰를 부탁받았다는 건 이미 리뷰를 받아본 경험치가 충분히 있을 만큼 써봤다는 반증이니 쓴 사람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쁜 쪽으로든, 좋은 쪽으로든.


리뷰어들도 두 가지 부류가 있다. 

첫 번째는 작가의 막막함에 (때론 과하게) 공감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리뷰어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은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주저리주저리 다양한 방향으로 의견을 제시한다. 다양한 지점을 지적한다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다양한 방향이다. 

'니가 뭐든 골라보라고 여러 개를 준비해 봤어.'

분명 의견이 많은데 의견 없음에 가까운 아이러니한 경우다. 


둘째는 열심히 읽지 않았고 열심히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는 리뷰어가 있다. 

특히 이런 사람은 어디 한 군데에 꽂혀서 독설을 하는데 마치 자신의 날카로운 시선에 놀라지나 말라는 듯 대단한 걸 발견한 것처럼 이야기하는 특징이 있다.      

생각보다 진짜 이런 사람 많다. 


그럼 결과적으로 리뷰를 주고받는다는 것은 4가지 경우의 수로 정리할 수 있다. 


1번, 자애충만시기 작가와 빈 깡통이 요란한 독설형리뷰어의 만남이다. 

이것은 리뷰어가 털리기 딱 좋다. 열심히 안 읽은 것을 들키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사실 장사 한 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리뷰어도 스스로 들켰다는 것을 안다. 스스로 알아챈 것을 티를 낼 것이냐 끝까지 모르는 척할 것 이냐만 있을 뿐이다. 

혹시 당신이 지금까지 이런 리뷰를 해주고 한 번도 안 걸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당신은 당신도 모르게 손절을 당해서 그 사람뿐 아니라 더 이상 리뷰를 부탁하는 주변 사람들이 없을 것이다.


2번은 자애충만시기 작가와 공감형 리뷰어가 만난 경우이다. 

이럴 때는 리뷰를 주고받는 순간이 굉장히 아름다울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다소 냉소적인 말 같지만 자애충만시기의 작가는 사실 맥락 없이 자뻑 상태는 아니다. 

이런 경우는 정말 자신 있는 뭐가 있다. 이미 계약의 가능성을 맛봤을 수 있도 스스로 확신을 가질만한 경험이 반드시 있다. 그 말은 자신이 이 작품을 통해 뭘 하고 싶은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다른 것을 몰라도 그 중심은 흔들림 없이 설계되어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런 작가에게는 공감이라는 탈을 쓴 연민은 사실 필요 없다. 진짜로 잘 되어 있는 부분을 칭찬해 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 작품에나 두 사람의 관계에나.       


3번은 자기 비하시기 작가와 빈 깡통 독설형 리뷰어의 만남인데 이 둘은 두 사람이 리뷰를 위해 보낸 시간보다 다른 곳에 가서 상대를(작품이 아니라) 리뷰(한글로는 뒷담화)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낼 것이다. 굉장히 열정적으로 말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자기 비하의 시기를 거치고 있다고 해도 그는 작가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씨를 뿌리고 글이라는 모양새로 이만큼 키워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기 비하까지 갔다는 이야기는 이 이야기를 붙들고 있는 시간이 굉장히 길었다는 말이다. 자기에 대한 분노도 있지만 그만큼 작품에 대한 애정도 엄청나다. 

그런 사람에게 성의 없는 독설가는 정말 완벽한 타깃이다. 

자근자근 씹어 먹을 대상이 되어 인생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어줄 것이다. 

그리고 성의 없는 독설가는 지 죄를 지가 알기 때문에 그걸 들키지 않기 위해 리뷰할 때는 보여주지 않은 성의와 진심을 다해 작가를 비난할 것이다. 그러니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가장 쓸데없는 인간인 듯 하지만 가장 쓸데 있는 인간이 되어 서로의 인생에 강렬하게 각인될 것이다. 

리뷰가 가장 필요 없는 경우 같지만 리뷰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4번은 자기 비하시기 작가와 공감형 리뷰어의 조합이다. 

둘은 아마 어느새 시나리오가 아니라 인생 상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느새 커피는 소주로 바뀌어 있을 것이고 둘은 절친이 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리뷰가 가장 필요한 시기이고 리뷰가 가장 효과적인 타이밍 일수 있다. 



그럼 이런 경우의 수를 살피기 복잡할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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