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생일파티

by 단심

2024년 5월 24일 일기 엄마 생일


병원에서 아침부터 생일파티를 해줬다.

편지지를 주면서 엄마에게 편지를 쓰라고 하길래, 어렵게 한문장 한문장 써내려갔다.

편지를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런 문장들이 쓰였다.


‘언제나 제 가슴속으로 기억하고, 품고 살아갈 거에요.

무서워하지 마시고, 저에게 끝까지 의지하다가

더 좋은 곳에서도 엄마와 딸로 만나길 바라요.’


나의 무의식은 이미 엄마를 별로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미리 준비해둔 엄마의 얼굴을 새긴 생일 현수막을 걸면서,

엄마가 정신이 온전할 때 보여드릴 걸 후회를 많이 했다.


엄마의 초점없는 눈동자와 어색한 미소는 내가 편지를 직접 읽어줄 때도 변하지 않아서

내 마음이 전달되었는 지 모르겠다.

엄마는 병원에 준 음료수를 고마운 간호사 선생님께 드리고 싶다고 했다.

평생을 아낌없이 나눠오신 엄마의 버릇이 여기서도 빛이 난다.


호스피스에서의 시간은 참 느리지만, 엄마가 나에게 주는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엄마가 때때로 아이처럼 하염없이 울어버릴 때, 한 간호사가 와서 말했었다.


"호스피스에서의 이 시간들은 사실 자식들을 위한 시간들이에요.

엄마 손 한번 더 잡아보고, 엄마 살결 한번 더 쓰다듬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세요."


오후에는 가족들이 찾아와 생일파티를 한번 더 했다.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아빠가 옆에 있으니, 엄마의 웃음이 더 짙다.

자기 전 엄마와 찍은 사진을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있으니 엄마가 많이 말랐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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