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0일 일기
아빠가 종종 면회를 온다.
엄마는 늘 아빠를 한없이 기다리다가,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었다.
오늘은 엄마가 울지 않았지만, 엄마가 몇 일 사이에 많이 변한 모습을 보면서 아빠가 눈물을 흘렸다.
엄마가 울 때, 옆에서 우는 나를 보며 ”너가 기둥을 잘 잡고 있어야지. 너까지 울면 어떡하냐?“ 전화기 너머로 다그치던 아빠였다.
그 말이 얼마나 서러웠는지 아빠는 모르겠지.
근데, 나도 아빠의 슬픔을 짐작하기도 어렵다.
한창 바쁜 농사철이라, 하루종일 일을 마치고 해가 지고서야 면회를 온다.
홀로 4시간 거리를 운전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실까.
나에게 눈물을 아끼라고 했던 아빠가 눈물을 흘릴 정도면 얼마나 가슴이 미어질까 생각했다.
아빠와 오빠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해있는 것을 보고서야 바깥이 많이 덥구나 생각했다.
나는 작은 창문이 하나 있는 병실에만 계속 있으니, 시간이 흘러가는 지 모른 채 계절이 넘어가고 있었다.
요즘 엄마는 무서운 소리를 한다.
손가락을 가리키며 "저기 저 남자가 계속 있네."
"자꾸 까만 옷을 입은 사람이 나를 데려가려고 했어"
"저기 흰색 옷 입은 사람이 두명 있어"
자면서도 무서운 소리를 한다.
"가지마...가지마.. 제발 가지마..",
"왜 지금 밥을 차렸어?"
낮에는 고집을 피우느라 나를 화나게 하고,
밤에는 잠을 못자게 쿡쿡 찔러대어 나를 힘들게 하는 엄마가 한없이 미웠는데
이제는 덜 미워졌다. 미워할 시간이 없다.
부드러운 머리칼도 귀엽고, 수박을 좋아하는 모습도 귀엽고, 안 아플 때 웃어주는 싱글생글 미소도 귀엽다.
그리고 엄마는 참 착한 사람이다.
"아빠가 자꾸 밥을 안 먹어서 어쩌지, 내가 희망을 줘야할텐데 ..."
"수면제 한번 더맞을까? 내가 자야 너 안 괴롭히지..." 라는 말을 한다.
나도 미안함과 짜증, 미움이라는 감정이 번갈아가면서 들다가
내가 알던 엄마는 이제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서 어떠한 감정도 들지 않는 것 같다.
그저 엄마가 어린 나를 키워냈던 것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를 돌보는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