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3일 일기
전원을 결심했다.
호스피스 의사는 “어머님은 앞으로 더 고통스러우실 겁니다. 여기가 제일 편안한 곳이에요.”라는 말만 반복하며 몇 번이나 전원을 말렸다.
하지만, 더 이상 엄마를 약에 의존하게 할 수 만은 없고,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인 아빠를 자주 만나게 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집 근처 병원과 연락이 닿자마자 전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없이 친절하던 호스피스 간호사들에게도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서둘렀다.
사실 전날 전원의사를 밝히는 것에서부터 왠지 모를 두려움이 있었다.
집에 가고 싶다는 엄마의 소원을 들어줄 생각이 추호도 없는 의사를 설득해야했기 때문이다.
"여기 들어오는 모든 환자의 소원이 집에 가고싶은 겁니다. 그 소원을 이루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혼자서 간병을 해냈으니, 혼자서 전원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는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보호자가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 매우 벅찼다.
섬망에 시달려 계속에서 옷을 벗어던지고, 침대 밖으로 나오려는 엄마를 진정시켜야했고,
한달에 가까운 시간동안 늘려놓은 살림을 정리해야했다.
이송할 구급차를 인터넷으로 찾아 연락하고, 많은 짐을 차로 옮기고, 퇴원 수속을 밟았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정리되고 구급차 이송원들이 엄마를 들 것에 태웠을 때는, 왠지 모를 눈물이 나려 했다.
두려움이 안도감으로 바뀐 탓인지
흰색 천에 덮여있는 엄마가 곧바로 세상을 떠날 것만 같아서 인지는 모르겠다.
구급차를 어서 뒤따라가려고 했으나, 역시나 일을 서둘러서 처리하다보니, 주차비를 계산할 지갑이 없다.
병동에도 가보고, 원무과에도 가봤어도 찾을 수 없었다.
사라진 지갑까지 신경쓸 일이 하나 더 늘은 채로 운전대를 잡고 전원할 병원으로 이동했다.
긴장감에 앞서 노래도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과속카메라에 찍히지는 않았을 까 걱정될 정도로 엄마가 홀로 나를 기다리지 않도록 과속패달을 밟았다.
도착한 집 근처 군단위 종합병원은 시설이 굉장히 낙후했다.
호출벨도 없고, 자동화 침대도 없으며, 방 안에 화장실도 없다.
선풍기를 틀면 진동에 의해 천장의 석면 가루가 떨어진다.
2인실에는 환자 침대 2개, 보호자 침대 1개를 늘어놓으면 걸어 다닐 공간이 없다.
그리고, 나를 도와줄 간호사가 없다.
25명의 환자가 들어선 병동 전체를 인력 부족 문제로 간호사 한명이서 돌본다고 했다.
낙후된 시설은 차치하고,
공기가 맑고 혼자서 방을 쓴다는 것은 굉장히 만족스럽다.
호스피스에서 겪었던 간병인의 텃세에서 드디어 벗어났다.
엄마도 구급차에서 특별한 일 없이 잘 도착했고, 도착해서도 평온한 표정으로 잠을 푹 잤다.
귓가에 자주 속삭여주었다.
“엄마, 엄마가 그토록 원하던 집근처로 왔어. 얼른 나아서 집에 꼭 가자.”
잠들기 전, 낙상 경험이 있는 엄마가 또 떨어질까 걱정이 되었다.
높이를 조절할 수가 없는 수동 침대는 유난히 높이가 높다.
엄마의 침대에 나의 침대를 최대한 가까이 붙여놓고 잠에 들었다.
쿵,
새벽에 엄마는 높은 침대에서 또 떨어졌다.
일어나고 싶어서 몸을 뒤집다가 머리부터 떨어졌다.
다음 날 아침 머리를 비롯하여 온 몸에 멍투성이가 되었다.
두 번째 낙상이라니.. 새벽에 잠들어버린 내가 미웠다.
뇌 CT를 찍고 왔다. 아무일이 없어야 할텐데.